빨래 예찬

가족의 옷을 빨면서 그들의 삶을 생각한다

by 모두미

나는 손빨래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다른 많은 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에 손빨래를 한다는 것은 내게 시간낭비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이들이 학교를 다니면서 내게 빨래를 해야만 하는 이유가 생겼다. 매일 아이들이 하얀 교복 와이셔츠를 입고 월요일과 수요일에는 바지와 신발까지도 하얀색으로 입어야 하니 손빨래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어떻게 공부를 하고 노는지 세탁기로는 도저히 깨끗하게 빨 수가 없을 정도로 옷을 지저분하게 만들어 온다. 바쁘고 바쁜 하루 스케줄 안에 자리 잡고 앉아 빨래를 해야 하는 시간이 그렇게도 아까울 수가 없었다.


그날도 일주일 동안 벗어 놓는 신발과 아이들의 옷을 손빨래 하고 있었다.

큰 아이 성민이는 조금 자랐다고 지저분한 것을 덜 묻혀 오는데 둘째 현민이는 공부는 안하고 잔디밭에서 뒹굴기만 한 아이처럼 온통 지저분한 것들을 묻혀서 왔다.


나는 아이들의 옷에 비누를 묻히고 솔로 문질러댄다.

성민이의 옷을 빨면서 나는 성민이의 세심한 조심성을 생각한다. 새침하면서도 마음이 여린 성민이가 친구들과 이야기 나누는 모습도 그려보고 주머니에 넣어놓은 볼펜을 만지작거리며 걷는 모습도 생각해 본다. 때로는 학교 정원에 숨어 있는 도마뱀을 잡으려 뛰어다니는 모습도 그려본다.

현민이의 옷을 빨면서 난 현민이가 뛰는 모습을 생각한다. 친구들과 쉬는 시간 마다 학교 앞 잔디밭을 뛰어 다니고 구르면서 땀을 흘리는 현민이의 옷은 우리 집에서 가장 지저분하다. 신기한 풍뎅이를 잡았다고 교복 주머니에 넣어 놨다가 그 풍뎅이 색깔이 물들어버려 얼룩져진 하얀 셔츠를 보면서 개구쟁이 현민이의 모습을 기억한다.

어느새 지저분하던 아이들의 옷이 조금씩 깨끗해지기 시작한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깨끗해지기를 바라며 솔을 문지르고 또 문지른다.


아이들의 옷만 깨끗해지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삶도 깨끗해 졌으면 좋겠다.

찌든 때가 다 지워지지 않아 옅게 남은 자국처럼 아이들을 힘들게 하는 일들이 아이들 마음속에 아주 옅게만 기억되면 좋겠다.


손빨래하는 것을 부담으로 생각하던 나는 어느새 빨래하는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잠시 내가 하던 일을 내려놓고, 온종일 잡고 있던 핸드폰을 책상위에 올려놓고 가족의 옷을 빨아봐야겠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지 못하고 넘어갔던 가족들의 삶을 빨래를 빨면서 생각해 봐야겠다.

깨끗해지는 옷들을 보며 가족들의 삶도 빨래처럼 깨끗하게 그리고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바라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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