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외로움을 극복하는 방법

우연히 만난 용기

by 모두미

어제는 이유 없이 마음이 울적한 날이었다.

아니 여러 가지 이유가 나를 울적하게 만든 날이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만난 작은 오해가 나를 속상하게 했고 아이를 키우면서 부딪치는 난관을 경험하는 날이었다.

내가 한국에 있었다면 훌쩍 나가서 미용실에서 빠글빠글 파마를 하던지 시원하게 머리를 자르면서 내 스트레스를 날렸을 것이다. 때로는 홀로 지하철을 타고 큰 서점에 가서 많은 책 냄새를 맡으면서 또 사람들 사이에 앉아 책을 읽으며 내 기분을 전환시켰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곳은 인도다.

인도에서 산 지 8년이 되었지만 이럴 때면 꼭 내가 우주 한가운데 홀로 서 있는 것처럼 모든 것이 낯설고 또 낯설다.

기분 전환을 위해 길을 나선다 해도 인도 시골 마을에서 볼 수 있는 것은 고작해야 길거리에 서 있는 소들이나 용감하게 길가에 누워 있는 새끼 염소 정도일 것이다.

뚝뚝이(오토바이로 만든 전기 오픈 택시)를 타고 먼지 나는 길거리를 달린다 해도 내가 느낄 수 있는 것은 흙먼지가 전부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기분이 우울해도 웬만하면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하지만 어제는 달랐다.

흙먼지 나는 거리라도 소똥이 너부러져 있는 길이라도 걷고 싶었다. 어떻게라도 기분을 바꾸고 싶었다.

나는 모자를 쓰고 가방을 메고 뚝뚝이를 타러 도로변으로 나갔다.

난 뜨거운 태양 빛을 받으며 흙먼지 나는 길을 터벅터벅 걸었다.

후끈거리는 열기가 계속해서 나를 방해해도 괜찮았다. 지금 나만의 일탈을 시도하는 것이니까. 다행히 도로 멀리서 걸어오는 손님을 보고 기다리고 있던 뚝뚝이 운전수가 반갑게 맞이했다. 운전수 아저씨도 시내로 갈 손님이 필요했었을 것이다.

뚝뚝이를 타고 시내를 향했다. 걸을 때 보다 훨씬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서 내 얼굴의 땀을 닦아 주었다. 이어폰을 꼽고 잘 듣지 않던 노래도 틀고 혼자만의 일탈을 즐겼다. 고작 10분이면 도착하는 시장이었지만 오늘은 좀 더 느리게 좀 더 길게 이 시간을 즐기고 싶다고 생각했다.

모두의 인생은 다 한편의 영화일테니까.......

찢어진 러닝을 입고 땀을 흘리며 일하는 일군들이 보였고 늦게 학교를 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였다. 길가에 대나무 집들 앞에는 마당을 쓸고 있는 여인들도 보였다.

모두가 그들만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고 나도 나만의 삶을 찾아가고 있었다.

교차로에서 잠시 신호를 기다리는데 멀리서 평범한 아저씨 한 분이 자전거를 타고 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런데 페달을 밟고 있는 그의 왼쪽 발은 심하게 뒤틀려 있었다. 일반 사람의 발이 향할 수 없는 쪽으로 향해 있는 아저씨의 발 옆으로 반대쪽 발이 보였다. 오른쪽 발은 어느 쪽으로도 향하고 있지 않았다. 무슨 이유였는지 모르지만 발은 절단되고 없었다. 사고를 당한 듯 보였다.

힘들게 페달을 밟고 있는 발과는 다르게 아저씨의 얼굴은 너무 평범하고 평온해 보였다.

아저씨는 지금 여느 사람들과 같이 자전거를 타고 묵묵히 자기의 길을 가고 있었다.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내게만 보이는 영화의 주인공으로 두 발이 불편한 아저씨가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고 있었다. 천천히 그렇지만 당당하게 지나가는 그를 보며 나는 내게 말했다.

‘괜찮다. 지금은 힘들지만 나도 아저씨처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겨낼 것이다. 당당하게 지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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