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그리워 한다는 것...

내게 가장 소중한 것은?

by 모두미

어제는 돕고 있는 아이들을 만나는 날이었다.

크리스마스 행사 준비가 주된 목적이었다.

NGO단체에 연결되어 후원을 받는 아이들에게 크리스마스는 또 하나의 특별한 날이다.

선물을 받을 수 있는 날이니까 말이다.

작년에는 두터운 잠바를 하나씩 선물했었는데 이번에는 신발을 사주기로 했다.

옷은 대충 사이즈를 맞춰서 사면되는데 신발은 난감했다. 아이들을 다 데리고 나가서 살 수도 없고 부모떨어져 기숙사 생활하는 아이들이 많아서 사이즈도 잘 모르겠고......

그렇게 생각해낸 아이디어가 아이들의 발을 하얀 종이위에 그리는 것이었다.

이면지로 모아 놓았던 종이를 몇 개 집어 들었다. 아이들의 키와 몸무게를 재고 연말 보고 카드를 작성하고 마지막으로 아이들의 발을 쟀다. 하얀 종이 위에 아이들의 발이 놓이자 흙길을 걸어와서 그런지 작은 먼지들도 함께 올려졌다. 인도 사람들의 피부는 뜨거운 태양에 많이 노출 되어서 아주 거칠다. 햇볕에 금방 노화된다고 할까? 꼬마들의 발도 작지만 인도 사람의 발이라고 두텁고 거칠었다.

나는 연필로 아이들의 발을 그렸다. 부끄러워 움츠리고 있는 아이들의 까맣고 먼지 덮인 발.

벌써 아이들을 만난 지 일 년이 넘어서 그런지 처음에는 말도 하지 않던 아이들이 나를 보면 씩 웃는다. 난 아이들의 그 웃는 모습이 좋다.


아이들이 돌아가고 책상위에 모아 놓은 연말 보고 카드와 아이들의 발을 그린 종이를 하나씩 보고 있었다.

“지금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요?”

카드의 뒤편 마지막 질문이었다.

아이들은 각자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적어 놓았다. 흐뭇한 웃음을 지으며 아이들의 답변을 읽고 있는데 한 아이의 카드가 내 웃음을 멈추게 했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가난한 가정에서 엄마의 돌봄을 받으며 살아온 아이. 작년 우리의 도움을 받으면서 제대로 된 학교에 들어가 어린 나이지만 기숙사에 살고 있는 아이였다. 그 아이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왠지 엄마일 거라 생각했는데 아이는 이렇게 답했다.

‘아버지’

아이가 아주 어렸을 적 돌아가신 아버지가 기억에도 없을 텐데 아이의 기억 속에는 엄마 밖에 없을 텐데 아이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아버지라니.

누군가를 그리워 한다는 것......


난 아이의 카드를 한참 쳐다봤다. 내 마음 한구석이 심하게 아려왔다.


책상위에 놓여 있는 분홍색의 연말 보고 카드, 그 옆에 흙먼지와 함께 아이들의 발모양이 그려져 있는 이면지들, 그리고 나른한 오후 밖에서 비쳐오는 따스한 햇볕까지.

그날은 포근하면서도 조금은 아린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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