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시의 인도 공항

by 모두미

한국에서 중국을 경유하여 콜카타에 도착하면 꼭 밤 12가 넘는다. 집으로 가는 기차가 새벽 6시 반에 있어서 호텔에 가서 자기도 애매하고 기차역에 가기는 싫고... 그래서 우리는 항상 공항 노숙을 택한다.

4시간 잠을 자겠다고 호텔에 가서 돈을 낭비할 필요도 없고 지저분하고 사람 넘치는 인도 기차역에서 한국에서 가져올 짐 지켜가며 뜬 눈으로 새벽을 보낼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인도는 티켓을 가진 사람과 출입비를 낸 사람으로 공항에 출입이 제한되어 있어서 공항은 꽤 한적한 편이다.)

긴 의자 두개 사이에 박스 하나와 캐리어 하나를 놓고 임시 침대를 만들었다. 카트위에 있는 캐리어와 짐들을 최대한 가까이에 올려놓았다. 아이들과 남편은 이미 자리를 잡고 잠이 들었다. 한국에서 인도로 오는 여정이 쉽지 않았으니 당연한 모습이다.
나는 핸드폰을 들고 이런 저런 글들을 쓰고 있다. 어짜피 몇 시간 뒤에 기차를 타면 14시간은 기차 안에 있어야 하기 때문에 굳이 지금 잠을 잘 필요는 없다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아마 아이들이 깨면 글을 쓸 수가 없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아는 내 마음 때문인지도 모른다.


긴 여정에 지친 많은 인도인들이 의자 곳곳에 앉아있다.

자리를 잘 잡고 누워서 잠이 든 아저씨. 인도 특유의 문양이 그려진 숄을 감싸고 꾸벅 꾸벅 앉아서 졸고 있는 아주머니. 나 처럼 핸드폰을 들고 무언가 쓰고 있는 아저씨.

이어폰 속에서 흘러 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아침이 빨리 되기를 기다리는 청년.

한국에서 일하다가 집으로 돌아 왔는지 인도말 중간 중간 한국 단어를 섞어 쓰는 아저씨들.

중국에서 구매한 옷들과 물건들을 잔뜩 넣은 짐을 옆에 두고 이야기를 나누는 상인들.

그리고 이 모든 사람들을 감시하고 있는 듯 큰 눈을 부릅뜨고 이곳 저곳을 보고있는 초록빛 인도 전통의상을 입은 할아버지.

공항 로비에 있는 수 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모두 다르다.

모두가 날이 밝기를 기다리는 공항의 새벽 난 사람들을 바라보며 글을 쓴다.
어쩌면 같은 공간 안에서 사람들은 이렇게도 다른 모습과 표정들을 보여질 수 있을까. 한사람 한사람의 모습들이 내게는 아주 특별한 인생 사진전을 보는것만 같았다.

날이 밝으면 사람들은 모두 자신들이 계획한대로 그들의 발걸음을 옮길 것이다.

새벽에 감상한 아주 특별한 인생 사진전은 이제 인도 곳곳 에서 펼쳐지겠지.
사람들의 인생 사진전이 좀 더 특별했으면 좋겠다.
조금 더 안전하고 포근한 사진들로 가득 차면 좋겠다. 그랬으며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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