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여러 가지 이유로 글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
바빴고 감정적으로 글을 쓸 만큼 여유가 없었다. 나는 적어도 내 마음이 평안하여야 아름다운 글이 나온다고 생각했다.
언제 부턴가 브런치에서 자주 소통하던 작가들의 글 알람이 현저하게 줄어들었고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이렇게 위로했다. ‘나 혼자 글을 못 쓰고 있는 건 아니네.’
한창 글을 쓰는 시즌이 지난 것처럼, 나는 브런치라는 곳에서 한 때 글을 쓰던 사람으로 멀찌감치 아주 가끔 글을 읽는 수준으로 지내고 있었다.
하지만 꾸준히 글을 쓰는 작가들이 있었다. 그들에게도 바쁜 일들이 있을 터이고 감정의 기복이 있을 터인데 어떻게 꾸준히 글이 나올 수 있을까? 나는 그저 그들이 부러울 뿐이었다.
남편에게 말했다.
“여보. 나 있지. 글을 안 쓴지 정말 오래 됐어요. 근데 글을 안 쓰면서도 글을 꾸준히 쓰는 사람이 부럽고 자기 책을 내는 사람들이 부럽고 그래. 괜히 부럽고 그렇더라. 나 참 우끼지? 글을 열심히 쓰지도 않으면서 샘만 내고 있으니까.”
남편은 내 이야기를 한 참 듣더니 한마디를 툭 던졌다.
“당신의 글은 말이지...... 음.... 당신은 글을 잘 쓴다기보다는 글쓰기를 좋아하는 것 같아. ”
엥? 뚱딴지 같이 갑자기 한다는 말이......
나는 순간 당황했다.
“아. 왜~ 그래도 여러 사람들이 내 글을 읽고 감동을 받았다고 이야기 하던데.....”
나는 말꼬리를 흐리며 애써 웃었다. 이렇게 직접적으로 솔직하다니.
야속한 남편과 내 글에 대한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으나 첫째 아들이 눈치 없이 끼어드는 바람에 우리의 이야기 주제는 다른 것으로 흘러갔다.
빈말을 잘 못하는 남편의 이야기는 나의 잔잔하던 우물에 떨어진 한 마리의 개구리와도 같았다. 잔잔하던 깊은 우물에 떨어진 한 마리의 개구리는 작고 거의 말라가는 우물 안에서 폴짝 폴짝 뛰어 다녔다. 개구리가 뛸 때 마다 나는 남편의 말을 생각했다.
‘왜 그런 말을 했을까? 남편이 내게 전하고자 했던 의미는 어떤 것이 였을까?’
그리고 며칠 후 고수리 작가님의 인터뷰를 읽었다.
“초보자일수록 꾸준히 쓰는 게 중요해요. 일단 글을 올리는 간격이 1주일 이상 벌어지면 읽는 흐름이 끊긴다고 봐야죠. 대신 매일 쓰다 보면 그중에서 좋은 글이 나올 확률이 높아져요.”
그녀의 인터뷰는 어쩌면 내가 알고 있었으나 간과하고 있었던 부분을 지적하고 있었다.
꾸준히 쓰는 것 말이다. 나는 그날 저녁 내게 한 남편의 말을 생각했다.
내가 글을 잘 쓴다기보다는 글을 쓰기를 좋아하는 것 같다는 그 말.
충분히 서운했을 수 있을 말인데 나는 이상하게도 그 말이 서운하게 들리지 않았다.
내가 글을 잘 쓰기만을 바라고 글을 써 왔다면?
난 속상한 날은 글을 쓰지 못하는 게 당연한 거였고 기대하던 브런치 공모전에 여러 번 떨어진다고 좌절하고 글을 쓰지 않겠다고 심통을 부리는 것도 당연한 거였다.
그런데 내가 글 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나는 속상한 날도 글을 쓸 수 있고 정말 바쁜 시기에도 글을 쓸 수 있고 공모전에 떨어져도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그래서 나는 이제 어떠한 이유이든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잘쓰던 못쓰던 무작정 꾸준히 쓰는 사람 말이다.
*고수리 작가님. 그리고 무심코 한마디 툭 던진 남편님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좀 전에 글을 쓰려고 하는데 글을 시작하는 데만 20분 정도 고민한 것 같아요.
정말 흐름이 끊어질 랑 말랑 하고 있는 건지도 몰라요. 다시 흐름을 잡으려면 시간이 좀 걸릴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괜찮습니다. 저는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