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면서 위로를 받다
어렸을 적 학교나 교회에서 체육대회를 하고 나면 꼭 행운권 당첨 시간이 있었다.
쪽지에 적힌 숫자를 보면서 혹여나 앞에 놓여 있는 자전거라도 타게 되면 어떻게 뛰어 나가야 할까 혼자 고민하면서 긴장하고 있던 나에게 그런 행운은 찾아오지 않았었다.
중학교 2학년 때인가 우리 학교에 미술 선생님이 새로 부임하였었다. 서울에서 오신 선생님은 둥근 얼굴에 긴 머리를 하고 계셨고 꼭 진짜 화가 같았다. 물론 미술 선생님이시니까 당연히 화가였겠지만 말이다. 선생님께서는 특별한 제안을 하셨다. 미술 시간에 그림을 그리는 것을 보고 소질이 있는 친구들을 10명 정도 뽑는다고 하셨고 그래서 미술 특별반을 만든다고 하셨다. 그림을 잘 그리지는 못해도 그리는 것을 좋아했던 나는 또 생각했다.
‘아. 내 그림이 뽑힌다면? 그럼 선생님과 미술 특별반에서 매일 그림을 그리고 있겠지.’
며칠 후 미술시간에 선생님께서는 우리가 제출한 그림들을 보시면서 미술 특별반에 들어갈 아이들의 이름을 불렀다. 내 친한 친구의 이름은 있었지만 내 이름은 없었다.
나는 그렇게 평범한 아이였다. 평범하게 그렇게 살고 있었기에 어쩌면 나 자신에 대한 특별한 사랑도 없을 때가 많았다.
그런데 며칠 전 유튜브에서 영화 광고를 우연찮게 보았다.
‘아이 필 프리티’
영화 예고편에서는 자존감 바닥인 주인공이 머리에 부딪친 후 자신이 예쁘다고 착각하기 시작하면서 이야기가 시작한다. 그 내용이 너무 궁금했다. 영화를 즐겨보는 편은 아니었지만 이 영화는 꼭 보고 싶었다.
해외에서 영화를 다운로드하여 본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나는 우여곡절 끝에 영화를 다운로드하여서 감상했다.
그리 날씬하지도 않고 예쁘지도 않은 그녀의 삶은 대부분의 우리의 삶과도 같았다.
너무 평범한 우리들의 삶 그래서 그 안에서 자신감을 잃고 살아가는 요즘의 우리 모습 같아서 그래서 좋았다.
자존감 제로인 삶을 살아가는 그녀가 머리를 부딪치면서 자신을 가장 예쁜 모습으로 바라보게 되면서 사람을 대하는 그녀의 자세에서도 일을 하는 그녀의 모습에서도 변화를 맞게 된다.
사실 이 영화를 보려고 했던 이유도 바로 이 모습을 보고 싶어서였다.
자신감 있게 살아가는 그녀의 모습, 자신감 있게 사람들을 대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용기를 얻고 싶었다. 비록 그것이 주인공의 착각에 의해 이루어진 상황이었을지라도 말이다.
요즘 따라 하는 일에 대한 의욕이 떨어지고 자신감이 내려가는 것을 느꼈다. 나만 안 되는 것 같았고 나에게는 너무 평범한 일들만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꿈꾸는 것들은 아주 멀리 내가 잡을 수 없을 만큼 멀리 있는 것만 같았다.
아이 필 프리티의 주인공이 나중에 깨달은 것, 결국은 외모나 주변 환경이 문제가 아니라 나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던 그 진리를 나는 영화를 보면서 다시 배웠다.
내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처럼 큰 힘도 없으며 나를 사랑하는 만큼 사람들에게도 사랑스러운 사람이 된다는 것을 느꼈다. 내가 나 자신을 소중히, 그리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이상 그 어떤 사람도, 어떠한 상황도 나를 실망하게 할 수는 없으니까.
자. 그럼. 누가 뭐라 그러든 내 앞에 펼쳐진 삶이 최고의 삶이라고 느끼며 오늘을 시작해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