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따라 차들이 많이 막혔다. 최근 비가 많이 와서 길이 질퍽거려서 그런지 큰 트럭들은 거의 움직이지를 못한다. 주차장처럼 서 있는 도로의 차들을 보고 남편은 안 되겠다 싶었는지 핸들을 틀었다.
“여보. 어디로 가게요?”
“아니. 일단 이 꽉 막힌 길로 가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아서.”
나는 불안해하며 남편의 기가 막힌 운전 솜씨를 보고 있었다. 양쪽으로 차가 막혔던 터라 방향을 바꾸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렇게 복잡한 교통체증을 벗어나 남편이 선택한 길은 아주 작은 시골길이었다.
“여보. 여기 아는 길이에요?”
“아니. 가다 보면 길이 나오지 않을까? 다 연결되어 있겠지.”
그러고 보니 딱히 다른 방법도 없었다. 집으로 다시 돌아가는 길도 도시로 가는 길도 모두 차들로 막혀 있었으니 말이다. 차라리 시골 풍경 구경하면서 길을 찾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다행히 남편이 택한 시골길은 꽤나 마음에 들었다. 한산한 길을 남편과 함께 달리고 있었다. 나는 아까 줄였던 볼륨을 높여서 노래를 틀었다.
“오래 걸리고 좀 돌아가도 이렇게 탁 트인 바람 느끼면서 달려야 여행하는 맛이 있지.”
나는 창밖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남편과 내가 택한 이 시골길은 꽤나 맛있는 길이었다.
오전 10시가 넘어가는 시간이었는데 중고등학생들이 인도 전통 교복을 입고 자전거를 타고 학교로 향하고 있었다.
지역마다 다르긴 하지만 이쪽 지역의 공립학교는 오전 11시에 수업을 시작한다. 그리고 오후 4시 정도에 수업을 마친다. 아마 아침 시간을 여유롭게 보낸 아이들이 11시가 되어가니 학교로 가고 있었나 보다.
중고등학생들을 지나자 할아버지와 손녀가 보였다.
할아버지는 손녀를 뒤에 태우고 자전거 페달을 열심히 밟고 있었다. 손녀는 할아버지의 자전거를 자주 타 봤는지 이리저리 주변을 구경하면서 여유롭게 등굣길을 즐긴다. 할아버지는 평생 타던 자전거 실력을 이 예쁘고 사랑스러운 손녀를 위해 사용하겠다는 듯이 빠른 발동작으로 자전거를 타고 간다.
“할아버지. 더 빨리요.”
“알았어. 학교 안 늦게 할아버지가 데려다줄게. 걱정 마.”
그들의 대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세상 다정한 할아버지와 손녀의 등교 모습을 지나고 한참을 달리는데 다시 자전거가 눈에 들어온다.
‘인도 사람들이 자전거를 많이 타는 줄은 알았지만 오늘은 더 많이 보이네.’
이번 자전거 주인공들은 엄마와 아들이었다. 대부분 엄마가 어린 아들을 데리고 어디론가 가는 모습이었는데 오늘은 아들이 엄마를 뒤에 싣고 어디론가 가고 있는 모습이었다.
아직은 어린 아들의 뒷모습을 보고 있는 엄마의 마음은 어떨까?
‘언제 이렇게 컸나. 우리 아들. 행복하게 좋은 일들만 가득해야 할 텐데.’ 엄마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낡고 보잘것없는 자전거가 이토록 행복한 순간을 만들어 주다니.
쌩~ 하고 달리는 오토바이보다도 조금 느리게 가는 이 자전거가 우리의 삶을 더 설레게 하는 것은 분명 빠름 보다 느림 속에 있는 여유 때문일 것이다.
편지나 메일에서 받는 그 설렘을 카톡이나 문자에서는 느낄 수 없는 것처럼.
후덥지근한 바람과 먼지가 들어오는 낡은 인도 버스를 탈 때 느끼는 그 운치를 잘 나가는 에어컨 버스를 타고 가면 느낄 수 없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