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민이는 사람이 잠을 자고 있을 때 본인의 이름을 들으면 쉽게 잠이 깬다는 이야기를 어디서 들었는지 알람을 녹음할 때 내 이름을 녹음시켜 놨다. 그런데 사실 나는 엄마 하는 목소리에 더 빨리 반응한다. 이것도 직업 정신인 걸까?
알람이 울렸다. 나는 핸드폰을 끄고 책상 위에 앉았다. 조용한 일요일 나에게 주어진 시간. 나는 컴퓨터를 켜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현민이에 대한 글이었다. 아이의 모습을 생각하면서 키보드를 눌러대자 컴퓨터 화면에는 글자로 채워진 아이의 모습이 보였다.
나는 이런 아침이 좋았다.
조금 지나자 날이 밝았다. 남편도 잠에서 깼는지 밖으로 나온다.
“아이들 깨울까요?” 내가 물었다.
“아니. 일어나면 또 강가 가자고 할 텐데 그냥 자게 놔둬.”
나는 피식 웃으면서 소리를 질렀다.
“성민아. 현민아. 일어나. 오늘 일요일인데 안 일어나?”
남편은 나의 반응을 이미 예상했던지 웃으면서 같이 소리 지른다.
“아니야. 얘들아. 일찍 일어날 필요 없어. 일요일이니까 8시까지 푹 자~!”
그러자 곧바로 아이들 목소리가 들린다.
“형아. 일어나. 빨리 강가 가야지.” 현민이 목소리였다.
그러자 조금 있다가 성민이가 말한다.
“엄마. 아빠. 잠깐만 기다려요. 양말 신고요.”
아이들은 이렇게 부지런하다. 자연이 그렇게도 좋은가보다.
강을 갈 준비를 다하고 있었는데 세 부자간의 대화가 오고 가더니 갑자기 목적지가 바뀌었다. 새로운 곳을 한번 가보자는 결론이 내려졌다. 그래서 결국 걸어서 강을 가지 않고 사진기를 들고 차를 탔다. 목적지는 특별히 없었다. 내비게이션에 나오는 지역 중에서 큰 강이 만나는 곳을 찍고 무작정 달리는 것이었다. 우리는 창문을 열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서 길을 나섰다.
남편은 새로운 길을 달리기를 좋아했다. 꼭 모르는 길을 들어가 봐야 했다. 그래서 오늘 아침 드라이브에 가장 흥분한 사람은 남편이었다. 익숙한 도로를 지나서 작은 시골길로 들어섰다. 시골길이었지만 그래도 잘 포장된 아스팔트 길이었다. 주변에는 역시나 인도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소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나는 인도 시골 집 마당이 참 좋다
소똥 땔깜 꼬치(지극히 내가 붙여준 이름이다)
일요일 아침부터 낯선 트럭이 동네를 지나가는 걸 보고 서있던 사람들 마다 우리를 쳐다본다. 소똥으로 땔감을 때려고 만들어 놓은 소똥 땔감 꼬치가 눈에 띈다. 아직 마르지 않은 소똥을 바닥에 정리하는 아주머니의 손길이 바쁘다. 양철로 지은 집들 사이에 흙 마당은 얼마나 잘 쓸어 놓았던지 시골 사람들의 부지런함을 볼 수 있었다.
한참을 달려서 정말 큰 강에 도착했다. 강이라고 해서 특별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주 작은 가게가 몇 개 있을 뿐이었다. 새벽같이 일어나 인도 차인 ‘짜이’를 먹으러 모인 할아버지들. 그리고 낡은 가게 안에서 짜이를 끓이고 있는 노부부의 모습이 보였다. 뜨거운 짜이를 컵에 따르고 있던 할머니는 나를 보며 환하게 웃으셨다. 난 할머니의 활짝 웃는 얼굴이 너무 좋았다. 낡은 나무로 만든 오래된 가게가 좋았고 그 가게에 모여 있는 사람들이 좋았다.
백만불 미소를 가지신 할머니
나는 그래서 인도를 좋아한다. 인도는 나를 돌아보게 만들고 내 삶을 인생을 돌아보게 만든다.
오늘도 인도 시골마을은 내게 말을 걸어왔다.
“행복이란 이런 거야. 일요일 아침 짜이 한 잔 마시면서 누구에게나 미소를 전해줄 수 있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