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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미 Oct 10. 2019

선물 같은 순간들

가장 평범한 일상에서 만나는 행복

새벽같이 잠이 깼다. 내가 할 일들을 하고 아이들을 깨우러 방으로 들어갔다.

“성민아. 현민아. 아침 산책 가자. 일어나.”

공부하라 씻어라 하면 안 일어날 아이들이 산책 가자는 소리에는 단번에 일어난다.

“엄마. 잠깐만요. 양말 좀 신고요.” 깔끔한 성민이는 발에 흙이 묻을까 봐 양말부터 신는다. 털털한 현민이는 아침 이슬에 발이 젖는 것에는 아랑곳하지도 않고 슬리퍼를 신고 나선다.

중간고사를 마치고 아이들이 받은 2주라는 방학기간. 아이들은 나와 아침 산책하는 것을 좋아했다. 새벽 공기를 맡으며 길을 걸을 때면 아이들에게 잔소리할 일도 없이 그저 평화롭다.

아침 운동을 하거나 일찍이 일을 하러 나가는 인도 사람을 만날 때면 우리 모두는 이렇게 인사한다. “나마스떼!” 그럼 무뚝뚝한 표정으로 걷던 사람들조차도 밝게 웃으며 우리에게 ‘나마스떼’하고 지나간다.  


한참을 걸어가다 보니 길 가에 예쁜 꽃들이 들풀 사이에 피어있었다. 센스 넘치는 현민이는 벌써 꽃으로 미니 꽃다발을 만들고 있었다. 현민이가 만든 작고 예쁜 꽃다발은 내게 전해졌다. 그러자 큰아이 성민이도 났던지 또 다른 꽃들로 꽃다발을 만든다.

그날 아침 난 두 남자에게서 여러 개의 꽃다발을 받는 사랑받는 여인이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아이들이 잠들기 전 나는 컴퓨터를 펴고 방에 앉았다. 매일 마다 톰과 제리처럼 싸우는 아이들이어서 최근 들어 좀처럼 일상적이고 친절한 대화를 들은 적이 없는데 그날은 다정다감 조잘대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형아. 만약에 만화 중에 형아가 들어갈 수 있는 만화가 있다면 뭐로 할 거야?”

“음... 나는 포켓몬스터?”

“나는 카봇”

아이들의 대화 주제에 나는 웃음을 참느라 혼이 났다. 침대 위에서 둥글어 가며 키득키득 웃어가며 이야기를 나누는 아이들의 모습이 아이들의 목소리가 너무 사랑스러웠다.


너무 평범한 아침 산책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너무 일상적인 저녁 아이들의 모습이 나에게 작지만 소중한 기쁨을 주었다.

돌아보면 매 순간들이 나를 웃게 만들고 또 설레게 하는 선물들이었다.

그래서 기록해본다. 모르고 지나갈 수 있는 그 소중한 시간들을 기억하기 위해서.

너무 바빠서, 힘들어서 갑갑한 세상에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이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

당신의 삶에도 분명 선물 같은 순간들이 있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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