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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머니들이 메리골드 꽃보다 아름다워

아니 꽃이 너무 예뻐서요. 그리고 아주머니들도

by 모두미

피아노 수업 중간에 아기 고양이가 오피스에 와서 급하게 고양이를 집에다 데려다주었다. 집을 나와서 캠퍼스 정원을 지나는데 미누 아주머니와 락키 아주머니가 정원의 풀을 뽑는 모습이 보였다.

"꽃이 너무 이쁘죠?"

아주머니들은 이제 막 피기 시작한 메리골드 꽃을 가리키면서 내게 말했다.

"와. 정말 꽃이 피기 시작하네요." 나는 꽃을 보며 말했다.

"좀 더 지나면 여기 전체가 꽃으로 가득 찰 거예요."

미누 아주머니가 내게 말했다. 나는 아주머니들에게 이 꽃을 뱅골리로 뭐라고 부르냐고 물었다.

"뱅골리어로 갠다뿔이라 불러요." 그녀들은 말했다.


"갠다뿔, 갠다뿔"


나는 그 이름이 너무 재밌어서 몇 번을 따라 했다.

그녀들과 이야기를 마치고 나는 피아노를 가르치러 아이들에게로 갔다. 그런데 자꾸 그 갠다뿔 꽃이, 그리고 안띠들이 생각났다.

나는 피아노 교실에 두고 갔던 핸드폰을 들고 빠른 걸음으로 정원으로 갔다. 그녀들은 내가 다시 오는 모습을 보고 의아하다는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아니 꽃이 너무 예뻐서요. 그리고 아주머니들도."


나는 풀을 뽑는 아주머니들에게 포즈를 잡아보라고 이야기했다. 사진은 참 예쁘게 나왔다.

난 핸드폰에 나온 사진들을 보여주면서 말했다.

"사진 너무 잘 나왔죠. 앞에는 두 송이 갠다뿔. 뒤에는 예쁜 아주머니 꽃 두 송이"


사실 내가 핸드폰을 들고 돌아온 것은 메리골드를 찍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잔디밭에 피어 있는 메리골드 뒤에 웃으면서 일하고 있는 사랑스러운 미누 아주머니와 락끼 아주머니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싶어서였다.

그녀들은 꽃보다 아름다웠다. 성실히 일하는 그녀들의 모습에서, 환하게 웃는 미소에서 메리골드에서 보다 더 강한 향기가 나는 듯했다.


나는 아까부터 계속하고 싶었던 말을 아주머니들에게 했다.

"아주머니 두 분이 꽃보다 더 아름다워요"


그녀들은 이제 막 봉우리를 피기 시작한 주황색 메리골드처럼 수줍게 웃었다. 그녀들의 미소가 한동안 달콤한 향기가 되어 내 주위를 감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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