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두미 Nov 26. 2019

땅을 파고 새끼를 낳은 엄마 개

개이고 사람이고 엄마란 이름을 달고 있는 모두는 강했다.

“엄마. 저기 공사장 근처에 개가 땅을 파고 새끼를 일곱 마리나 낳았어요. 같이 가 봐요.”

“알았어. 잠깐만 기다려봐.”

벌써 며칠 전부터 현민이가 들개 가족에 대해서 이야기했었는데 가볼 시간이 나지 않았다.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지만 개를 보러 그곳까지 걸어가기엔 내가 너무 바빴다.

하지만 그날은 현민이의 성화에 못 이겨 강아지들과 엄마 개를 보러 갔다.

우리 집 근처에 작은 병원을 건축하고 있는데 그 근처에 쓰레기들을 버리려고 만든 구덩이가 있었다. 들개 한 마리가 그 구덩이에 내려가 또 다른 구멍을 발로 파서 자기와 새끼들이 지낼 곳을 마련한 것이었다.


좁은 구멍 안 속에는 새끼 개 일곱 마리가 있었다. 아직 눈도 뜨지 못한 새끼 강아지들은 꼬물꼬물 움직이며 엄마를 찾고 있었다. 엄마 개는 사냥을 나간 것이 분명했다. 주인이 없는 들개들에게 사냥은 아주 중요했다. 들개들에게 사냥이란 사람들이 풀어놓고 키우는 닭이나 병아리들을 잡아먹거나 집 근처에 버려진 음식들을 찾아 먹는 것이었다.

엄마 개는 분명 어디선가 코를 킁킁거리며 버려진 음식들을 찾고 있을 것이다.

나는 아이들의 응원에 힘입어 구덩이 아래로 내려갔다. 귀여운 강아지들 중에 몇 마리는 벌써 눈을 뜬 것도 있었다. 엄마 개가 젖을 잘 줬는지 7마리 모두 포동포동 살이 쪄있었다. 나는 한 마리씩 꺼내서 안아주고 쓰다듬어 주었다.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강아지들로 자라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그렇게 강아지들을 보고 있는데 엄마 개가 왔다. 엄마 개는 강아지들 가까이에 있는 우리를 보더니 불안한 듯 빨리 달려왔다. 그리고는 강아지들이 있는 구멍 속으로 들어갔다.

엄마 개가 들어가자마자 일곱 마리의 강아지들이 낑낑거리면서 엄마의 젖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강아지들은 있는 힘을 다해 엄마 젖을 빨기 시작했다. 엄마 개의 젖을 잘 빠는 개는 살아남을 것이고 형제들과의 싸움에서 진 강아지들은 적은 젖을 먹고 약하게 자라날 것이었다.

나는 가져갔던 밥을 엄마 개의 앞에 놔뒀다. 엄마 개는 낯설어서인지 두려워서인지 그 음식을 본척만척했다. 하지만 아이들과 내가 자기를 공격할 것 같지 않았던지 조금 시간이 지나자 밥을 먹기 시작했다. 아직까지 나를 경계하는 엄마 개를 보면서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 네가 먹어야 하는 거야. 그래야 새끼를 잘 키우지. 밥 주는 사람도 없는데 이 많은 강아지들에게 젖도 줘야 하니 참 네가 고생이 많다. 많이 먹어.”

엄마 개는 내 말을 이해라도 하는 듯이 나를 빤히 쳐다봤다.


개이고 사람이고 엄마란 이름을 달고 있는 모두는 강했다. 가진 모든 것을 포기하면서도 아이들을 위해 뭐라도 해 주려는 엄마들처럼 엄마 개도 하루 종일 음식을 찾아서 배를 채우고는 어김없이 강아지들에게 젖을 주러 돌아오곤 했다. 강아지들의 배설물을 다 핥아주고 몸에 이가 있으면 자기 이빨로 잡아주는 엄마 개의 모습이 낯설지 않았다. 나는 둥그렇고 깊게 파인 땅굴을 봤다. 처음 엄마 개가 땅굴을 만들기 시작했을 때 그곳에 새끼를 낳을까 봐 일군들이 굴을 막았다고 했다. 하지만 엄마 개는 포기하지 않고 옆쪽에 다시 굴을 팠다.

강아지를 안전하게 키우려는 엄마 개의 모성애가 저 땅속에 굴을 만든 것이었다. 도대체 며칠을 파서 저런 구멍을 만들었을까? 나는 엄마 개가 발톱이 닳도록 흙을 파는 모습을 상상했다.

그리고 자연에서 배운 대로 새끼들을 낳고 새끼들을 돌보는 엄마 개의 모습을 그려봤다.

그래서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그런 엄마 개의 사랑을 먹고 자라는 아기 강아지들이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랐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널 잊었는데 너는 나를 기억하는구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