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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미 Nov 14. 2019

나는 널 잊었는데 너는 나를 기억하는구나

검은개 한 마리가 나에게 달려들었다.

“여보. 로샨 아버지가 돌아가셨대요.”

“그래? 그럼 저녁에 가봐야지.”

우리를 잘 따르던 로샨의 아버지가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고 했다. 예전에 그 집을 방문했을 때 만 해도 건강한 모습이었는데 마음이 아팠다.

그날 저녁 남편과 나는 검은색 옷을 차려 입고 로샨 집으로 향했다. 우리 집에서 오토바이로 20분 정도 달리면 도착하는 마을이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로샨 아버지의 무덤 위에는 수많은 초들로 장식되어 있었다.

멀리 있는 대학에서 공부하다 비보를 듣고 집으로 온 로샨이 우리를 맞이했다.

“로샨. 어떡하니......”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로샨을 안아주었다.

짧은 추모 예배가 끝나고 아는 사람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였다.

저녁이었고 로샨 집과 마당 사이로 한 두 개의 전등만 임시로 달아 놓았기 때문에 어떤 곳은 잘 보이지 않은 곳도 있었다. 오토바이를 주차해 놓은 곳으로 나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검은색 개 한 마리가 나에게 달려드는 것이 아닌가?

“멍멍멍” 개는 이산가족 상봉을 한 것처럼 나를 보고는 온 힘을 다해서 엉덩이와 꼬리를 흔들어 댔다. 나는 그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 개는 나를 안다는 것처럼 너무 반가워하는데 내 기억에는 그 개가 없었다.

나 역시 개를 좋아하기 때문에 그 개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때 로샨이 내게 말했다.

“그 개요. 강아지일 때 저희 집에 가져다주셨던 개 몇 마리 중 한 마리에요.”

그러고 보니 기억이 나는 것도 같았다.


몇 년 전이었나 보다. 우리 집에 주인 없는 개 한 마리가 찾아왔었다. 그 개는 새끼를 가진 상태였고 우리 집에서 새끼 5마리를 낳았다. 그 어미 개와 새끼 개들에게 밥도 주면서 키우고 있었는데 새끼 강아지들이 자라면서 옆집에서 키우는 닭과 병아리를 잡아먹기 시작했다.

아마 새끼 강아지들이 커가면서 내가 주는 밥 량이 모자랐는지도 모른다.

결국 한 마리만 이곳에 두고 엄마 개와 아기 강아지 네 마리를 누구에게 주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개를 키울 집들을 알아 보다가 로샨과 연락이 되었고 그렇게 그 개들을 로샨 집에 가져다 주었던 것이다.

그리고는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그 강아지 중 한 마리가 아직도 나를 기억하고 있었다니.

나는 그 개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 개는 그리웠던 주인을 만난 것처럼 꼬리를 흔들어댔다.

집으로 돌아가려고 오토바이를 타는데도 그 개는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달리는 오토바이를 따라오려고까지 해서 로샨이 가까스로 그 개를 잡고 있었다. 그 개는 나를 보고 짖고 있었다.

그 소리가 너무 구슬펐다.

‘보고 싶었어요. 주인님. 저는 이렇게 잘 지내고 있어요. 주인님의 냄새는 여전하네요.’

나는 남편이 운전하는 오토바이 뒤에 앉아 로샨이 잡고 있는 그 검은 개를 쳐다보았다.

내가 그 개에게 해 준 것이라곤 남은 밥을 준 것 밖에 없었는데 그 개는 여전히 나를 옛 주인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자신을 알아봐 달라고 온몸으로 꼬리를 흔들며 다가오던 그 개의 모습이 한동안 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나는 너를 다른 사람에게 주었는데 너는 아직 나를 기억하는구나. 내 기억에는 네 어렸을 적 모습만 희미하게 남아있는데 너는 여전히 나를 기억하는구나. 고마워. 그리고 미안해. 금방 알아보지 못해서.’


집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아이들에게 그 검은 개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아이들은 듣자마자 우리가 키우던 강아지라며 기뻐했다. 찍어왔던 그 개의 비디오를 보여주었다. 비디오 안에 그 개는 여전히 온몸으로 나에게 반가움을 표시하고 있었다.

사람이 동물을 돌봐주고 사랑해 준다고 생각했는데 난 그날 동물에게서 위로받는 나를 발견했다. 꼬리를 흔들며 달려들며 반가워하는 그 개의 모습이 나를 위로했다. 오토바이를 타고 가는 나를 보며 크게 짖어대던 그 울음소리가 나를 위로했다.


고마워. 다음에 보면 내가 꼭 먼저 알아보도록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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