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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미 Nov 12. 2019

고양이 실종 사건

남을 의심하기 참 쉽죠 잉?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어린이 합창단을 지도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오후 늦게까지 연습을 시키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고양이 라씨가 보이지 않았다.

혼자 집 안에 앉아 있는 캔디.

나는 아이들이 배드민턴을 치고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라씨에 대해서 물었다.

“얘들아. 라씨 못 봤니? 라씨가 안 보이네.”

“어. 내가 아까 학교에서 돌아왔을 때 만 해도 있었는데. 어디 갔지?”

현민이가 과외를 마치고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올 때면 불과 한 시간 전이었다. 그 사이 라씨가 없어질 리가 없었다.

“엄마. 전에처럼 집 어디엔가 있겠죠.”

성민이 말이 맞았다. 전에도 라씨를 부르고 불렀는데 집구석 어디에선가 한참 잠을 자고서는 부스스한 눈으로 걸어 나왔던 적이 있었다. 우리는 집구석구석을 다니며 라씨를 찾았다.

하지만 라씨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이제는 100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 오피스 건물과 집 근처 등을 둘러보았다. 여전히 라씨의 모습도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금방이라도 돌아올 것만 같았던 라씨가 밤늦게까지 보이지 않자 우리는 라씨의 행방을 추측하기 시작했다.

나는 며칠 전 동네 아이들이 우리 집을 지나가면서 고양이를 부르는 소리를 냈던 것을 기억했다.

‘혹시? 아이들이 예쁘다고 데려간 걸까?’

이곳 인도에서 고양이가 그리 인기 있는 동물은 아니었다. 하지만 고양이 중에 오렌지 색깔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인도 시골 사람들도 좋아했다. 몇 년 전 옆집에서 키우던 오렌지 색 새끼 고양이도 누가 가져간 적이 있었다. 그런데 라씨가 바로 그 오렌지 색 고양이었다.

아이들과 나의 촉은 거의 시골 사람들에게로 향했다.

“엄마. 분명 마을 아이들이 가져갔을 거예요.” 성민이가 말했다.

“맞아. 며칠 전에 엄마가 밥을 하는데 우리 집을 지나가는 아이들이 라씨와 캔디를 부르는 고양이 소리를 내며 지나가더라고. 그때 엄마랑 집 안에 있어서 다행이었지 만약에 바깥에 있었으면 그냥 그 아이들을 따라갔을 거야.” 나도 성민이의 의견에 덧붙였다.

“으앙~ 라씨를 못 찾으면 어떡해요?” 마음 약한 현민이는 울음을 터트렸다.

우리는 명탐정 코난처럼 라씨 실종 사건을 걱정하며 그리고 라씨의 단짝인 캔디는 라씨를 그리워하며 그날 밤을 보냈다.

둘이 같이 있어야 외롭지 않아 보인다

다음 날 아이들이 학교에 간 후 나는 인도 친구와 함께 가까운 마을로 향했다. 그곳에서 만난 아이들에게 핸드폰에 있는 라씨 사진을 보여 주면서 오렌지색 고양이를 보면 꼭 돌려보내 달라고 이야기하고 다녔다. 나는 확신하고 있었다. 분명히 이 마을 누군가 오렌지색 고양이 라씨를 데려갔을 거라고 말이다.

가까운 마을 사람들에게 우리가 오렌지 색 고양이를 찾는다는 소문이 거의 퍼졌을 그날 저녁. 나는 둘째 현민이와 어린이 합창단 연습을 위해서 학교로 갔다. 학교 강당 옆에 서 있는 교장 선생님을 본 현민이는 잃어버린 고양이에 대해 물어보자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고양이가 이곳에 왔을 리는 없다고 확신했다. 분명 범인은 그 마을 주민일 거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현민이는 달랐다. 누구든지 보는 사람마다 고양이가 없어진 것을 알리고 싶어했다.

현민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교장선생님께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교장선생님. 잘 지내시죠? 다름이 아니라 혹시 오렌지 색 고양이 보셨나요? 저희 집에 키우는 고양이가 없어져서요.”

“그 오렌지 색 아기 고양이요?”

“네. 오렌지 색 아기 고양이요.”

“어. 그거 어제 저녁 학교 쪽으로 와서 누구 고양인가 한참 찾았었는데. 저녁 내내 내 무릎에서 놀았어요. 그러다가 다른 선생님이 키우겠다고 어제 가져갔어요.”

뜻밖의 대답이었다. 그리고 교장선생님의 말은 어제 밤늦게 까지 상상하며 추리했던 아이들과 나의 생각을 산산이 부서뜨리고 있었다.

나는 마을 사람들이 라씨를 가져갔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 사람들에게서 라씨를 찾아오며 사람들에게 화를 내는 상상을 수차례나 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라씨는 누가 훔쳐 갔던 것이 아니라 호기심에 혼자 걸어서 학교까지 간 것이었다. 하룻밤 라씨를 잘 재워준 선생님 댁에 가서 라씨를 데려오는데 내 모습이 참 초라하게 느껴졌다. 이유 없이 내 느낌만으로 의심한 마을 사람들에게 미안했고 그런 내 모습이 부끄러웠다.

나는 라씨가 집에 돌아와서 너무 기뻐하는 아이들에게 말했다.

“성민아. 현민아. 라씨를 찾아서 너무 좋다. 그지? 그런데 우리가 마을 사람들을 의심하고 마을 사람들을 고양이 도둑이라고 믿어 버렸던 것은 우리가 잘못한 일이야. 엄마가 잘못한 일이고. 다음에는 너무 쉽게 남을 의심하면 안 될 것 같아.”

성민이 현민이가 얼마나 심각하게 나의 이야기를 들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이번 일로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었다.


너무 쉽게 누구의 잘못이라고 단정 짓고 있는 것은 아닌지. 너무 쉽게 남을 의심하고 그 의심을 진짜인 마냥 믿어버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나도 언젠가는 의심받는 그 어떤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인데. 그 사람의 모든 사연을 들어 보지도 않고 색안경을 끼고 사람을 대하고 있지는 않는지 말이다.


남을 의심하기는 참 쉽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남을 의심하는 것을 가장 어려운 일로 만들고 싶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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