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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미 Nov 26. 2019

자진해서 강아지 홍보녀가 되다

예쁜 강아지 있어요. 집에서 키우고 싶으신 분 어디 없으신가요?

그날은 아기 강아지들과 엄마 개에게 우유를 주겠다고 우유 통을 두 개나 가지고 갔다.

저번에 500ml 우유 한통을 엄마 개 혼자 다 먹어서 새끼들은 주지도 못했었기 때문이다.

일요일 아침, 따스한 햇볕이 뜨겁게 느껴질 때쯤 나는 아기강아지들이 있는 구덩이로 내려갔다. 엄마 개는 먹을 것을 찾으러 갔던지 보이지 않았다.

강아지들은 많이 자라서 눈도 뜨고 꼬물꼬물 움직이기도 했다.

“얘들아. 그 어두운데서만 지내니 얼마나 갑갑해. 기다려봐. 일광욕 좀 하자.” 

(나는 동물들에게도 사람처럼 대화를 한다. 누가 보면 정신이 좀 이상한 사람이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말이다.)

나는 강아지들을 한 마리씩 땅 위로 올려놓기 시작했다.

강아지들은 아직 내가 무서운지 작은 목소리로 으르렁거렸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강아지였기에 나는 조심스레 한 마리씩 땅 위로 올렸다. 처음으로 보는 햇빛이어서 그런지 한동안 강아지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사이 준비해 갔던 그릇에 식은 밥과 우유를 섞어 놓고는 강아지들을 그릇 쪽으로 데리고 왔다.


엄마 젖만 빨았던지라 아기 강아지들에게 혀로 핥아서 우유를 먹는 것이 어색했나 보다.

연거푸 재채기를 해댄다. 우유를 먹겠다고 코를 너무 박은 것이 분명했다. 고소한 우유가 코로 들어갔으리라.

일곱 마리 강아지들은 허겁지겁 우유와 밥을 먹었다. 접시에 놓인 음식을 먹는 것은 처음이라 강아지들은 밥을 먹다 말고 접시에다 발을 넣기도 하고 접시 끝부분의 우유만 빨아먹기도 하고 아주 난리였다. 나는 한 마리 한 마리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말했다.


“얘들아. 인제는 이모 보고 꼬리를 좀 흔들어야 되지 않겠니?”

사실 엄마 개가 있었고 내가 키우는 개가 아니었기에 마땅한 호칭을 찾을 수가 없어 나를 이모로 이야기했다.


"너희 엄만 언제 온다니. 이모가 학부모 상담 좀 하고 가야 하는데."

엄마 개를 주려고 가져간 여유분의 우유가 있었기 때문에 나는 엄마 개를 기다렸다. (그날 엄마게는 늦게까지 오지 않아서 결국 밥을 동굴 입구에다 두고 와야 했다.)

 

“많이 먹고 쑥쑥 자라라.” 마른 동굴 안에서 엄마 젖만 먹던 강아지들은 아주 깨끗했었는데 낯선 이모가 가져온 우유 밥을 먹고서는 온 몸이 우유와 밥풀로 지저분해져 있었다.

물론 밥을 잘 못 먹는 강아지들 제자리 찾아 주랴 귀엽다고 안아주랴 바빴던 나 역시 온몸이 흙투성이가 되었다. 엄마 개가 오면 꼭 이렇게 말할 것만 같았다.


“저기요. 애들 이렇게 지저분하게 만들면 어떡해요. 밥을 줄 때는 좀 신경을 썼어야죠.”


그래서 옆에 있는 들풀들을 꺾어서 강아지들 등에 묻은 우유들을 닦아 주었다. 이모로써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에서.


시간이 좀 지나자 강아지들도 따스한 햇볕과 흙먼지 날리는 바깥 땅에 적응을 했는지 걸어 다니고 어떤 강아지는 뛰다가 넘어지기도 했다. 밥을 잘 먹었다며 내 발을 핥아 주는 녀석도 있었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강아지들을 어떻게 하면 잘 자라게 할 수 있을까? 나는 그 생각뿐이었다. 이렇게 그대로 둔다면 분명히 많은 개들이 죽거나 사람들이 키우는 닭이나 병아리를 잡아먹으며 사람들의 미움을 사게 될 텐데.

그래서 그때부터 나는 강아지 홍보녀가 되었다.

옆에서 일하는 일꾼 아저씨들에게도, 리코더를 배우러 오는 아이들에게도, 정원을 가꾸는 아주머니에게도 나는 이렇게 외쳤다.


“강아지 안 필요해요? 여기 너무 예쁜 강아지들이 일곱 마리나 있는데 필요하면 좀 더 컸을 때 가져가서 키워도 돼요.”

성민이가 말했다.

“엄마. 너무해요. 강아지들은 엄마 개랑 살아야죠. 왜 자꾸 누구 보고 가져가라고 해요.”

“아니야. 저 강아지들이 엄마 개랑 무리를 지어서 다니면 사람들이 매번 돌을 던지면서 저 개들을 쫓아낼 거야. 먹을 것이 없어서 죽기도 하고 병들어도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 죽을 수도 있어. 그런데 한 마리씩 누군가의 집에 가서 살게 되면 사랑받으면서 살 수 있잖아. 구박받지 않고 살아도 되고. 배고프지 않을 수도 있고 말이야.”

나의 긴 설명에도 성민이는 여전히 불만을 토로했다.

“엄마. 누가 나를 엄마 곁에서 떨어뜨려 놓으면 좋겠어요? 강아지는 엄마랑 자라야죠.”

“아~ 성민아. 아니야. 멀리 볼 때 강아지에게 가장 좋은 것은 좋은 주인을 만나는 거란다.”

성민이의 말이 맞았다. 아기 강아지와 엄마 개가 함께 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다. 우리 집에는 이미 우리 개 심바가 있었고 내가 그 많은 가족을 키운다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현실적으로 가장 좋은 방법이 아기 강아지들을 좋은 곳으로 분양시키는 것이었다.

그렇게 나는 강아지 홍보녀 일을 자진해서 시작했다. 이 강아지들이 좋은 가정을 만날 수 있도록 말이다.     

“예쁜 강아지 있어요. 집에서 키우고 싶으신 분 어디 없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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