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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미 Nov 26. 2019

사랑이는 나의 마음을 느꼈을까?

엄마! 개들은 좋은 사람을 알아봐요.

“엄마. 그 강아지들 밥 주러 가요.”

둘째 현민이였다. 성민이가 새나 파충류에 관심이 많다면 현민이는 개를 좋아했다. 학교 가는 길에 있는 웬만한 개들은 현민이의 친구였다. 그러니 집 근처에 있는 새끼 강아지 일곱 마리를 그냥 둘리가 없었다. 점심을 다 먹고 난 후여서 현민이와 성민이 그리고 나까지 셋이서 밥과 우유를 싸들고 구덩이로 갔다.

개들이 사는 굴속에는 엄마 개와 강아지들이 있었다. 강아지들은 엄마 개의 젖을 빨고 있었고 엄마 개는 마음껏 마시라는 듯 땅에 얼굴을 대고 누워 있었다. 가지고 간 우유를 주고 싶은데 막상 엄마 개가 굴속에 있는 걸 보니 조금 걱정이 됐다. 음식을 주려면 밑으로 내려가야 하는데 저 엄마 개가 나를 보고 물지는 않겠지? 음식을 놔둘 곳이 마땅치 않은데 내가 그릇을 잡고 있어도 엄마 개가 물지 않겠지?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면서 구덩이 아래로 내려갔다.

미끄러지듯 내려간 구덩이에는 나뭇가지들과 버려 놓은 쓰레기들이 잔뜩 있었다.

“와. 엄마! 엄마! 멋져요. 엄마 개한테 밥 줘요. 엄마.”

아이들은 감동에 벅찼던지 울먹이기 까지 하며 나를 응원했다.

그 한 문장에 엄마라는 단어는 또 얼마나 많이 넣었던지. 동물을 무척이나 사랑하는 아이들의 흥분한 감정이 내게도 전달되는 것 같았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고 나는 아기 강아지님들이 점심을 드시고 계시는 지하 동굴 특급 호텔 가까이로 갔다. 그 전부터 음식을 가져다 줬던 터라 엄마 개도 나를 보고 으르렁거리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반갑다며 꼬리를 흔들지도 않았기에 나는 긴장을 놓지 않았다.

한국이었다면 동물 보호 단체에 전화라도 걸어 도움을 청했을 텐데. 어쩌면 동물 농장 프로그램에서 촬영을 왔을지도 모르는 상황인데. 이곳에선 아이들과 나 밖에 없었다.


여기는 인도다. 길가에 사는 개들이 수 백 마리이고 어디에 들개가 태어났는지 어디서 죽었는지 아무도 관심 없는 곳. 사람들조차도 가난해서 먹고 살기 힘든 이곳에서 개가 동굴에서 산다고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는 없었다.

나는 한국에서 날라 온 동물 보호 특공대 아이들의 엄마로써 굳은 의지를 가지고 엄마 개에게 다가갔다. 아이들이 전부터 지어준 엄마 개의 이름은 ‘사랑이’였다. 사랑이. 누렁이처럼 생긴 엄마 개가 이름처럼 그렇게 사랑스럽지는 않았다. 생긴 것만 봤을 때는 꼭 수컷 같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나는 사랑스럽게 사랑이의 이름을 부르며 다가갔다.


굴 근처에서 가까이 가지 못해 긴장하고 서 있는 나를 보고 성민이가 소리쳤다.

“엄마. 할 수 있어요. 엄마 개의 눈을 봐요. 개들은 좋은 사람을 알아봐요. 마음을 전해야 해요.”

나는 결의에 찬 얼굴로 성민이를 한 번 더 쳐다봤다.


“사랑아. 이거 먹어. 네가 많이 먹어야 되. 그래야 젖이 잘 나오지.”

나는 아주 조심스럽게 우유가 담긴 파란색 그릇을 엄마 개에게 주었다.

다행히 엄마 개는 나는 의식하지 않은 채 맛있게(우유를 새끼들에게 흘려가며) 먹었다.

엄마 개 사랑이가 우유를 먹는 사이 나는 사랑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성민이가 이야기 한 것처럼 사랑이와 나 사이에는 알지 못하는 교감이 흘렀으리라.

그렇게 사랑이와 아주 조금 가까워졌다.

밥을 다 주고 집으로 갈 때는 사랑이가 낑낑 대며 울었다.

밥을 가져다 준 것이 고마웠는지, 새끼가 아닌 자기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 것이 고마웠는지 나는 모른다.


하지만 난 사랑이 모습에서 나를 봤다.

괜찮은 척 하지만 여전히 사랑 받기를 원하는 나의 모습.

강한 척 하지만 그래도 누군가 내 곁에 있기를 바라는 나의 진짜 마음.

그리고 수고 많았다고 지금도 잘 하고 있는 거라고 위로 받고 싶어 하는 나의 모습을 말이다.


나는 사랑이를 쓰다듬어 주며 말했다.

“고생 많았어. 혼자 얼마나 외로웠을까. 그래도 건강하게 지내야 돼. 예뻐. 사랑이.”


"엄마. 내 말이 맞죠? 동물들도 자기를 도와 주는 사람은 알아요."

"그러니까. 정말 사랑이가 엄마 마음을 알아 본 것 같아. 성민아. 넌 어디서 그런 걸 배웠어?"

"아이. 엄마. 내가 누구예요. 동물 보호 특공대 배성민 아니에요. 이정도 쯤은 당연히 알죠."

아이들과 흙먼지 나는 밭을 걸어 나오는데 그렇게도 행복할 수가 없었다.

동물과 마음이 통한다는 것이 이렇게 행복한 일일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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