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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미 Dec 05. 2019

만남이 있다면 이별이 있다

사랑아 잘 지냈어?


강아지들이 제법 자라서 더 이상은 굴속에서 지낼 수 없었다. 그래서 이웃에 사는 아난 또 가 몇 명의 일군들과 함께 강아지들을 풀숲으로 옮겨 주었다. 파란색 큰 박스를 갖다 놓고 엄마 개도 그곳에 있도록 했다. 이미 사랑이는 자기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위험한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 것 같았다.

어두컴컴한 동굴을 나와서 초록색 가득한 들풀들과 나뭇가지들 사이에서 뛰어다니는 강아지들이 무척이나 행복해 보였다. 굴속에서는 그렇게 짖어대며 나를 경계하던 검둥이 한 마리도 그날만큼은 내 발을 핥아 가며 꼬리를 흔들어가며 반가워했다.

햇볕이 그리도 좋더냐. 신선한 공기가 그리도 좋더냐.

그때부터 아난 또 와 나는 강아지들을 가져갈 사람들을 찾았다. 아난 또 와 이웃 청년 한 명이 이미 두 마리의 개들은 가져간 상태였고 나머지 5마리가 남았었다.


며칠 후 나는 아이들 등교 후 남은 밥과 빵 그리고 우유를 들고 수풀 속으로 가고 있었다. 아난또 집 앞을 지나는데 아난또가 내게 말을 걸었다.


“어디 가세요?”

“아. 아기 강아지 밥 주러.”

“강아지들 벌써 일군들과 옆에 마을 사람들이 다 데리고 갔어요.”

“정말? 어떻게 그렇게 빨리?”

“그러니까요. 한국 사람이 돌보던 강아지라고 소문이 났는지 모두 데려갔네요.”


나는 믿을 수가 없어서 종종걸음을 하면서 강아지들이 있던 집을 살펴보았다. 정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나는 다시 이곳저곳을 살폈다. 공사장에 일하던 일군들은 어제 사람들이 다 데려갔다고 찾아도 없을 거라고 했다.

이렇게 인사도 못하고 보내다니. 짧은 시간이었지만 정이 들었던지 서운한 마음까지 들었다. 나는 다시 두리번거리며 무언가를 찾았다. 바로 사랑이었다. 사랑이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성민이의 말이 들리는 것만 같았다.


‘엄마. 강아지들은 엄마랑 살아야 해요. 누가 나를 엄마한테서 떼어 놓으면 좋겠어요?’


사랑이는 괜찮을까? 새끼들이 갑자기 사라져서 슬퍼하는 것은 아닐까?

참 개 인생이라는 것이 처량해 보였다. 힘들게 새끼를 낳아 정성껏 키워 놓았더니 어느 순간에 다 사라졌으니 말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이별이었다. 최선의 이별이었다. 인도의 수많은 개들이 아파 죽거나 돌봄을 받지 못해 죽어간다. 음식을 찾아 헤매다가 다른 개들과 싸우기 십상이었다. 특히 작은 강아지들은 큰 개들에 물려 죽는 경우도 허다했다.

나는 그렇게 위로했다. 조금 마음이 아파도 잘한 거라고. 이게 강아지들에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그런데 사랑이는. 사랑이는 어디 있는 걸까?


아난또 와 같이 한참 동안 사랑이를 찾고 있는데 우리 집 근처에 사랑이가 지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있는 힘껏 달려갔다.

“사랑아. 사랑아. 아 아 아 아이 아이 아이” 우리나라 식으로 인도식으로 나는 온갖 방법을 다해 사랑이를 불렀다. 집 뒤쪽으로 가던 사랑이는 50 미터 정도 떨어진 풀밭에 앉아서 나를 보고 있었다.

“사랑아. 잘 지냈어? 도망가지 마. 내가 밥을 주려는 거야. 잠깐만.”

나는 재빨리 신발을 갈아 신고 집 뒷문으로 나갔다. 사랑이는 나를 기억하는 듯했다.

나에게 반갑다고 달려오지는 않았지만 우아하게 풀밭에 앉아서 나를 보며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나는 계속 인도 아줌마들이 동물들을 부를 때 내는 소리를 따라 하며 사랑이에게 다가갔다.

“아 아 아 아 아이 아이 아이”

“사랑아. 이거 먹어.”

사랑이는 내가 준 빵을 먹기 시작했다.

“새끼들이 갑자기 사라져서 속상하지? 미안해. 인생이란 게 아니 견생이란 게 그런가 봐. 그래도 다들 네 새끼들을 좋아해서 가져갔으니까 잘 키워 줄 거야.”

빵을 먹고 있는 사랑이 머리를 만지는데 ‘짠하다 ‘는 단어가 내 마음을 콕콕 쑤셨다.

사랑이와 심바가 같은 자세로 앉아 있다.

사랑이는 그 후로도 가끔씩 우리 집을 찾아와서는 남은 음식을 먹고 가곤 했다.

들개로 자라온 사랑이에게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배가 고파 찾아올 때 먹을 것을 주는 것뿐이었다.

평생 들개로 살아온 개들은 한 곳에 머무르지 못했다. 들개들은 굶주림 보다, 사람의 보살핌보다는 자유를 택했다. 그래서인지 사랑이에게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주어도 사랑이는 밥만 먹고는 사라지곤 했다. 그리고 며칠 후에 가끔 얼굴을 보이곤 했다.


동굴 속에서 태어났던 아기 강아지들을 만나고 사랑이를 만난 지 벌써 몇 달이 지났다.

어느새 강아지들과는 이별을 했고 사랑이와는 이별 아닌 이별을 하고 있었다.

만남이 있으면 언젠가는 이별이 있듯이 나는 너무 슬퍼하지 않기로 했다.

누구를 만나던지 어떤 동물들을 만나던지 매 순간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사랑한다면 충분히 행복한 만남이고 충분히 기억할 만한 이별이라 생각했다.


오늘도 누런색 개가 지나가면 아이들과 나는 소리를 질러 불러본다.


“사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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