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가족을 만드는 것도 마찬가지이지만 새로운 동물들과 함께 사는 것에 적응하는 것도 시간이 필요했다. 특히나 이미 키우고 있던 동물들이 있었을 때는 말이다.
우리 집 개 심바는 셰퍼드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순한 개였다. 특히나 새끼 강아지들한테는 더 예의를 갖췄다. 새로운 강아지들이 가까이 다가오면 슬그머니 다른 데로 자리를 옮기곤 했으니까 말이다. 심바가 강아지들이 무서워서 그랬다기보다는 뒤에서 자기 새끼들 건들기라도 할까 봐 으르렁 거리는 사랑이를 봐서였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 집에는 심바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상처는 아물게 된다
“엄마. 라씨 얼굴에 상처가 있어요. 상처가 심해요.”
“그래? 잠시만.” 나는 하던 일을 멈추고 우리 집 고양이 라씨를 봤다.
라씨 얼굴의 정 중앙인 코 윗부분에 깊게 상처가 생긴 것이었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라씨의 꼬리와 배에도 작은 상처가 있었다. 증인은 없었으나 당연히 우리 모두는 사랑이를 의심했다.
심바와 고양이들이 자기 새끼 가까이 가기라도 하면 사랑이가 으르렁 거렸기 때문에 라씨 상처 사건의 가장 유력한 용의자가 된 것이다. 나는 라씨의 상처에도 강황 가루를 뿌려 주었다. 그날 라씨는 아무것도 먹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잠만 잤다. 다행히 차츰차츰 라씨의 상처는 아물고 있었다.
아침이면 뒷문을 열고 새끼들이 잘 잤는지 사랑이는 잘 있는지 살펴보곤 했다. 그날 아침도 새끼들과 사랑이를 보기 위해서 뒷문을 활짝 열었다. 아미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집 뒤에 하얀색 털이 잔뜩 풀어져 있는 것이다. 아뿔싸!
사랑이가 옛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닭을 잡아와서 밤새 만찬을 즐긴 것이었다.
나는 꼭 내가 닭을 훔쳐온 사람인 마냥 누가 보고 있지는 않는지 두리번거렸다. 누구네 닭을 잡았는지는 몰라도 닭 주인이 안다면 분명 사랑이를 쫓아내라고 이야기할 것이었다.
“야. 사랑아. 너 이런 거 잡아오면 안 돼. 그럼 쫓겨나. 아이고. 우짜노. 사랑이는 묶어 놓지도 못하고 이거 큰일이구만.”
나는 구시렁구시렁거리면서 뒷마당을 치웠다. 새끼 강아지들은 마냥 신이 나서 내 신발과 바지를 물어 흔들어 댔다. ‘요놈들. 이 이모의 타는 속도 모르고 신이 났구나.’
귀가 아프던 강아지에게서 나던 냄새는 이제 멈췄다. 하지만 강아지가 계속 긁어서 인지 아주 작게 남아 안쪽을 덮고 있던 귀 마저 떨어져 나갔다. 강아지 하면 접히는 귀가 매력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강아지는 이제 그 매력의 반이 사라진 것이다. 계속 치료를 해 줘서 냄새는 없어졌지만 여전히 상처는 남아있었다.
새로운 가족을 맞이한다는 것은 그저 행복하기만 한 일은 아니었다. 책임이 필요했고 지혜가 필요한 사건이었다.
사랑스러운 강아지들과 사랑이만 내게 온 것은 아니었던 것처럼.
들개로서 남의 닭을 사냥하는 사랑이의 옛 습관도 함께 왔고 강아지의 상처도 함께 왔다. 그리고 우리가 키우던 반려 동물들과의 마찰도 무시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사랑이와 강아지들은 도움이 필요했고 내가 할 수 있는 한은 돕고 싶었다.
나는 그 마찰을 줄이기 위해 웬만하면 고양이들이 집 뒷마당으로 가지 않도록 했다. 내가 사랑이를 예뻐하는 만큼 고양이도 아낀다는 모습도 자주 보여주고 말이다. 물론 아직까지 사랑이의 닭 사냥 습관에 대해서는 대책이 서지 않는다.
하지만 오늘도 나는 사랑이와 두 강아지를 자주 쓰다듬어 준다. 이렇게 조금씩 조금씩 노력하다 보면 사랑이 가족과 우리 가족 모두가 행복한 순간이 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