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골 호랑이로 유명한 이곳. 이곳에는 많은 인도 부족들과 종족들이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뱅골 지역이기 때문에 뱅골 사람들이 많다.
인도를 잘 아는 사람들은 인도 사람들이 수에 강하다고 말한다. 한마디로 계산이 빠른 사람들이다. 그런데 인도 사람들 중에서도 영특하기로 소문난 사람들이 바로 뱅골 사람들이다.
뱅골 지인 중 한 명이 남편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 준 적이 있었다.
“길을 지나다가 뱅골 사람 한 명과 뱀 한 마리를 만났다고 생각해봐요. 그럼 누구를 먼저 없애야 할까요?”
질문의 의도를 대충 눈치챘지만 차마 벵골 사람이라고 이야기하지 못했던 남편을 보며 그 지인은 말했다.
“뱅골 사람이에요.” 기가 막히다며 웃고 있는 남편을 보며 그 지인은 말했다. 뱅골 사람들은 뱀보다도 더 위험한 사람들이라고. 물론 모든 사람들이 그렇지는 않다. 좋은 사람들도 얼마나 많은데.
그래서 오늘은 내가 만난 좋은 뱅골 사람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작년 겨울부터 우리 집 근처 강에 자리를 잡은 집시 부족들을 도와주는 일을 했다.
인도는 여전히 카스트제도가 존재하는 곳이다. 그래서 떠돌아다니는 집시들 가까이에 가는 것을 매우 꺼린다. 집시들은 강가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지저분한 쓰레기들이 너부러져 있는 강가에 천막 같은 것을 쳐 놓고 잠을 자고 구걸을 하면서 때로는 자연 꿀을 따다 팔면서 생활하고 있었다. 우리는 그곳에 아이들의 상처를 치료해 주고 때로는 이불이나 천막, 때로는 필요한 음식들을 주면서 일주일에 두세 번씩 집시 부족들을 찾아갔다.
집시 부족들을 만나기 위해 갈 때면 멀찍이 서서 우리를 신기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천하고 지저분하다 여겨지는 집시 무리 안으로 가는 우리가 궁금하기도 했을 테고 신기하기도 했을 터였다.
3개월 정도 집시 부족을 방문했지만 단 한 번도 그들을 방문하는 인도 사람들을 본 적이 없었다.
그날도 우리는 뱅골 사람들이 좋아하는 무리(쌀 티 밥과 인도 마살라 및 야채들을 섞은 음식)를 준비해서 집시들이 사는 강가로 갔다. 무리와 오렌지를 내려놓자 아이들도 어른들도 신이 났다. 모두들 자기 텐트에서 식판을 가지고 달려 나왔다. 동그랗게 모여 앉아 웃어 대며 행복하게 음식을 먹는 어린아이들과 어른들의 모습이 너무 예뻤다.
집시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가려고 하는데 도로 쪽에서 5명의 건장한 남자들이 손에 무언가를 잔뜩 들고 이곳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3개월 동안 이곳을 방문했지만 집시들이 사는 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을 본 적이 없었던 터라 그들이 무척 궁금했다.
젊은 청년들이었다. 그중 가장 키가 큰 남자가 이야기했다.
“오늘이 남동생 생일인데 여기 사람들과 생일 파티를 하려고요. 괜찮으시면 제 남동생 생일 파티에 참여해 주세요.”
생일 파티를 이렇게 지저분한 강가에 지저분하고 냄새나는 집시들과 함께 한다고?
우리는 금세 그 청년들의 마음을 알아차렸다. 동생에게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사랑하는 법을 가르치고 싶었던 것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생일파티
인도 문화를 따라 케이크를 직접 먹여주는 모습
얼떨결에 우리 팀도 그들의 생일파티에 참석하게 되었다.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남동생은 집시 아이들을 케이크 주위에 모이게 했고 집시 아이들과 거기 있던 모든 사람들이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다. 생일 축하가 끝나자 그 남동생은 케이크를 잘라서 집시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시내에서 음식점을 하는 큰 형은 준비해 온 음식을 나누어 주었다.
집시 부족들이 케이크와 음식을 먹는 동안 우리 팀과 생일 파티 팀은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처음 보았지만 오랫동안 알고 지내왔던 사람처럼 말이다.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이렇게도 위로가 되는지 몰랐다.
충분히 어색할 수 있는 그들과 우리들이었지만 ‘도움’이라는 이름이 모두를 끈끈하게 묶어 주었다.
나는 그날 이후로 뱅골리 사람들에 대한 반론을 준비했다.
수에 빠르고 이기적이며 손해 보기를 싫어하는 사람이 아닌,
어려운 사람들을 생각할 줄 알고 지저분한 들판에서도 생일 케이크를 나누어 먹을 수 있는 사람들. 내가 만난 뱅골리 사람들은 이런 사람들이었다.
내가 만난 인도 사람들은 이런 사람들이었다.
오토바이 지지대를 접지 않고 가면 끝까지 달려와서 이야기해 주는 사람들,
자동차 문이 살짝만 열려 있어도 따라와서 경적을 울리며 문을 닫으라고 이야기해 주는 사람들, 길을 찾기 위해 물어보면 알든 모르든 최선을 다해서 갈 길을 설명해 주는 그런 사람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