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두미 Apr 12. 2020

차가운 인도에 퍼지는 따뜻한 바이러스

이런 꿈틀거림은 계속되었으면 좋겠다

현재 인도는 21일간의 봉쇄령이 내려진 상태다. 사실 며칠 후면 봉쇄령이 마쳐지는 날짜지만 확진자가 더 늘면서 정부는 봉쇄령 해제를 더 연기할 수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매일 벌어먹고 사는 일용직이 많은 인도에 봉쇄령은 굶주림을 의미한다.

많은 사람들이 일을 하지 못해 돈을 벌지 못하고 그렇게 굶주린다.


우리도 인도에서 사람들을 돕는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어려운 상황에 무엇이라도 돕고자 계획했다.

일단 뭄바이나 델리 등 큰 도시에서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먼 길을 걸어서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을 도울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우리가 사는 곳은 인도 북동쪽의 시골 마을이었고 지역 밖으로는 움직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대신 가까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찾기로 했다. 의외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은 많았다. 개인 적으로 주변에 가난한 가정들을 도왔고 또 이 지역을 담당하는 면장에게 연락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의 명단도 부탁했다.

받는 것 보다 나누는 것이 더 행복하다고 했던가

가장 필요한 쌀, 기름, 소금 그리고 달(인도 곡물)을 사서 사람들을 위해 나누기 위해 준비했다. (인도 전국이 봉쇄령이지만 아침 9시부터 11시까지는 쌀이나 야채를 살 수 있도록 식품 가게와 야채 가게는 문을 연다.)

국가에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나누어주는 식료품이 있지만 인도 정부에 정식으로 등록되어 있지 않는 사람들은 도움을 받지 못한다고 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다. 그래서 우리는 그런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명단을 받기로 했다.

면장이 명단을 파악하는 동안 우리는 경찰서에서 차량 이동 허가증을 받았다.  

봉쇄령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차량 이동 허가증이 없으면 어디도 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뜨거운 인도의 태양이 내리쬐는 오전, 남편은 지인과 함께 경찰서장을 만나러 들어가고 나는 차에서 남편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곳에 경찰이 아닌 두 청년이 보였다. 젊은이들은 경찰과 짧은 대화를 나누더니 경찰서 입구에 놓여 있던 쌀과 곡물들을 자기들의 차로 옮기기 시작했다. 그 젊은이들도 누군가를 돕기 위해 온 사람들이었다. 작은 차 안에 쌀들과 곡물들을 가득 채운 청년들은 빠르게 목적지를 향해 출발했다.


면사무소  주변에도 코로나 관련 광고가 보인다

차량 이동 허가증을 받은 우리는 다시 차를 몰고 면사무소를 찾아갔다. 그곳에서 필요한 쌀과 식품을 나눠 줄 사람들의 명단을 받을 참이었다.

하지만 그날 우리는 명단을 받을 수 없었다.

면사무소의 말은 이러했다.

국가에서 도움을 받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을 위해서는 이렇게 엔지오나 개인적으로 나누는 사람들을 통해서 필요한 것들을 나누어 주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오늘 미리 적어 두었던 가난한 사람들의 명단을 우리 전에 도착한 다른 단체에서 먼저 받아갔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다음날 명단을 받기로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남편이 말했다.

“그래도 참 따뜻하네. 이웃들을 도와주려는 사람들이 있으니 말이야.”


사실 며칠 전에 인도의 어느 지역 사람들이 코로나에 걸린 사람들을 치료하는 의사를 아파트에서 내쫓았다는 소식을 읽은 적이 있었다. 또 코로나 검사를 하기 위해 온 의료진을 돌을 던지며 쫓아내는 영상을 본 적이 있었다.

어쩌면 인도에 관한 좋은 소식보다는 나쁜 소식을 더 많이 접할 수 있었다. 인도의 13억이라는 이 어마어마한 인구에서 어찌 나쁜 사람이 없을 수 있을까. 그저 뉴스에 보도되는 것들이 그 많은 사람들 중에 몇 사람들의 나쁜 행동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보도되지 않은 그들의 모습을 봤다.

가난한 자를 돌보려는 청년들의 모습을, 그리고 굶주린 사람들을 돌보기 위해 개인이 또는 단체가 자발적으로 쌀을 사고 필요한 것들을 전달하는 인도 사람들의 모습을 말이다.

코로나로 고통받는 사람보다도 더 많은 사람들이 봉쇄로 인한 굶주림으로 고통받고 있다.

가난은 임금도 구제하지 못하는 말이 있던가.

하지만 나는 이 작은 움직임을 믿는다. 인도의 이 작은 도움의 움직임이 모두를 구제하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그들의 이웃은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코로나 바이러스로 차갑게 얼어 있는 인도 사람들 사이에 따뜻한 꿈틀거림이 느껴진다. 이 꿈틀거림이 코로나 바이러스보다도 더 빠르게 전달되어서 많은 사람들이 다시 평온을 찾았으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인도는 굶주림과 싸우고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