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를 글로 옮기며 행복을 꿈꾼다
내가 인도에 관한 글을 쓰는 이유
출장에서 돌아오는 남편을 기다리느라 나는 아침 일찍이 기차역에 앉아 있었다.
인도의 기차역은 항상 사람들로 붐빈다. 많은 사람들이 기차가 들어오기를 기다린다. 그리고 보고 싶은 이들을 기다린다. 나 역시 시계를 보면서 남편이 도착할 시간을 확인하고 있었다. 그때 시계 뒤 반대편 플랫폼에 나의 시선을 사로잡는 장면이 있었다. 바로 집시들이었다. 집시 가족은 덥수룩한 머리에 지저분하고 찢어진 옷을 입고 있었다. 집 없이 평생을 떠돌아다니는 것이 그들의 운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기차나 시장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동정을 받아먹고사는 사람들. 나는 그 집시 가족을 한참 동안 바라봤다.
아마 어젯밤도 이 딱딱한 기차역 의자에서 잠을 잤으리라.
플랫폼 의자에 앉아 갓난아기에게 젖을 물리는 집시 엄마. 그리고 그 옆으로 뛰어다니는 두 꼬마 녀석들은 기차역이 자기 집인 마냥 놀고 있었다.
해맑게 웃으며 장난치는 아이들, 젖을 먹이며 아이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엄마의 모습은 여느 평범한 가족의 모습과 같았다.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어 보이는 그들에게도 숨은 행복이 있었다. 가진 것이 많은 내가 그들의 미소를 보며 행복을 전달받고 있었다.
그때부터였나 보다. 집시 가족에게 숨어 있던 행복을 찾은 그날부터 나는 인도에 대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어렸을 때부터 일기 쓰는 것을 좋아했고 개인적으로 인터넷에 내 생각들이나 이야기들을 쓰기는 했지만 에세이를 쓰는 것은 처음이었다. 내가 쓰는 글을 사람들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까 하고 고민도 했다. 내 글 속에 특별한 사건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그저 평범한 인도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들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큰 관심을 받지 못할 수도 있었다. 그렇다고 내 필력이 탁월한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서툰 표현이어도 그들의 모습을 남기고 싶었다. 여행지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사람 사는 모습을 글로 남기고 싶었다. 또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거친 인도의 모습이 아닌 따뜻한 그들의 이야기들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매일 보물 찾기를 하듯이 내 주변에 사람들의 모습을 살피기 시작했고 그 모습들을 글로 쓰기 시작했다. 소심한 글쓰기의 시작이었다.
처음 인도 사람들의 모습을 글로 쓸 때는 그저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살고 있는 집도 내가 입고 있는 옷들도 그리고 내가 살아가는 모습들도. 모든 것들이 그들보다 나아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가난하게 사는 그들의 모습에 대해 쓰면서 위로받았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글을 쓸 때 그들의 모습 속에 내가 가지지 못한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바쁘게 살아가는 내 삶 속에서 잊혀 가는 것들. 그 소소한 행복이 그들에게 있었다. 그렇게 나는 인도 사람들의 진짜 행복해지는 법을 글을 쓰며 배우고 있었다.
자전거 리어카 뒤에 가족들을 싣고 힘차게 페달을 돌리는 가난한 인도 가장의 뒷모습을 보면서 가족을 생각하는 평범한 아버지의 사랑을 보았고 밤새 태풍이 몰아친 후에도 어김없이 떨어진 나무들을 모으러 새벽같이 나오는 여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강한 어머니의 사랑을 보았다.
낡은 자전거 뒤에 아이의 새 자전거를 싣고 가는 아빠의 모습을 보면서 또 폭우가 쏟아지는 오후 비를 피하지 않고 깔깔거리며 달려가는 오누이를 보면서 진정한 행복은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것을 느꼈다. 매일 아침이면 두 마리의 소를 몰고 들판으로 나오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보면서 사랑을 생각했다.
귀뚜라미 소리만 들리는 조용한 인도의 밤. 나는 홀로 앉아 글을 쓴다. 낮에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인도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글로 옮긴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한 편의 영화가 되어 내게 다가온다.
평범한 글쓰기의 시작이었지만 나는 그 시작을 통해 삶을 배우고 행복을 배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