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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미 Jul 08. 2020

이시카의 첫 이별 수업

둘째 아이 담임 선생님의 엄마가 돌아가셨다. 지병으로 고생하셨던 분이었지만 너무 갑작스러운 소식이었다. 학교 캠퍼스 안에서 살고 있는 선생님 가족은 간소하게 장례식 예배를 드린다 했다. 남편과 나는 마스크를 쓰고 장례식에 참석했다.

장례식은 선생님 집 앞마당에서 이뤄졌다. 집 안에는 마지막 길을 가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선생님에게는 일곱 살 된 딸 ‘이시카’가 있었다. 엄마 아빠 모두 학교에서 일했기 때문에 이시카는 거의 모든 시간을 할머니와 보냈다. 그런 할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셨으니 이시카의 마음이 어땠을까? 조용하고 엄숙한 분위기의 장례식 장에 손님들이 자리를 잡고 앉았다. 모두 할머니의 장례식이 잘 진행될 수 있도록 조용히 준비하고 있었다. 그때 장례식장의 적막함을 깨는 울음소리가 있었다. 바로 이시카였다.

이시카는 삼촌에게  큰소리를 내며 울고 있었다.

그곳에는 할머니를 잘 아는 친척들과 지인들도 있었고 할머니를 알지 못하지만 그녀의 딸이나 사위를 알고 찾아온 손님들도 있었다. 모두 할머니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하며 장례식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할머니와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온 이시카는 울고 있었다. 할머니를 기억하며 울고 있었다.


사촌들과 앉아 있는 이시카

나는 장례식이 진행되는 동안 이시카의 뒷모습을 쳐다봤다. 아까 삼촌 품에 안겨 눈물을 흘리던 이시카는 어느새 사촌들 사이에 앉아서 해맑게 웃고 있었다. 자신을 공주님처럼 대해주고 사랑해 주었던 할머니를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것을 이시카는 알고 있을까.

장례식 마지막 순서가 돌아왔다. 한국에서는 가족만 돌아가신 분의 얼굴을 볼 수 있지만 인도는 다르다. 관을 닫기 전 모든 참석자가 돌아가신 분의 얼굴을 보는 것이 장례식 마지막 순서이자 돌아가신 분에 대한 예의이다. 나도 벌써 몇 차례 장례식을 참석해 봤기 때문에 아무렇지 않은 듯 관을 지나가며 예의를 표시했다. 모든 행렬이 끝나자 마지막으로 가족이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을 보기 위해 관 주위에 모였다. 딸은 엄마의 마지막 모습을 보자마자 눈물을 터트렸고 이시카는 울고 있는 엄마 옆에서 할머니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할머니의 마지막 모습을 보는 이시카와 엄마

딸은 노모를 그리워할 것이고 이시카는 할머니의 손길을 그리워할 것이다.


이별. 세상에 태어나면 어쩔 수 없이 배워야 하는 그 이별 수업을 이시카가 듣고 있었다.

그리고 여러 번 이별 수업에 참여했지만 여전히 헤어지는 것에 서툰 내가 이시카를 보며 서 있었다.


‘이시카. 잘 해낼 수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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