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지낸 지 오래되었지만 지속적인 운동은 하지 못했다. 한국에 있었다면 주위에 운동하는 사람들을 보며 헬스장을 다니거나 걷기라도 했을 텐데 인도에서는 운동에 대한 동기부여를 얻지 못했다.
그런데 지난달부터 남편과 내가 조깅을 시작했다. 평소에는 잘 걷지도 않았고 뛰지도 않던 남편이 나이가 들면서 운동의 필요성을 느꼈던지 운동을 하겠다고 다짐한 것이었다.
나 역시 요즘 들어 생애 최고치 몸무게를 계속 갱신하고 있었던 터라 다이어트 목적으로 남편과 함께 뛰기로 했다.
나마스테 ~~~~
남편과 나는 매일 아침 2.5 킬로미터를 달린다. 벌써 조깅을 한지 한 달 되었지만 여전히 나에게 달리기는 힘들다. 우리가 아침마다 달리는 코스는 집에서 아이들 다니는 학교 후문까지 갔다가 오는 것인데 오가는 길에 마을 사람들을 만난다.
아침 산책을 하는 사람들, 강가에서 새벽같이 물고기를 잡고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 집 앞에 서서 나뭇가지로 이빨을 닦는 사람들.
나는 마을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너무 좋았다. 그래서 나는 달리면서도 사람들을 볼 때마다 인사했다.
“나마스테 바야(안녕하세요. 아저씨)”
“나마스테 엉클(안녕하세요. 할아버지)”
“나마스테 안띠(안녕하세요. 아주머니)”
처음 운동을 하며 사람들에게 인사하기 시작했을 때 인도 사람들의 표정은 영 밝지 않았다. 가끔 내 인사에 같이 답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곤 했었다. ‘아니,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인사를 하네?’ 뭐 이런 식의 표정으로.
그래도 나는 아무렇지 않은 듯 매일 인사했다.
그날은 아이들이 함께 뛰던 날이었다. 나는 여전히 만나는 사람들에게 함박웃음을 지으며 인사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중 한 사람이 내 인사를 들은 척도 안 하고 지나가는 것이었다.
큰 아이 성민이가 말했다.
“아. 엄마. 창피해요. 만나는 사람들 마다 다 인사하고 안는 척하는 거 안 이상해요? 아까 저 사람은 엄마 인사를 받지도 않던데요?”
나는 성민이에게 말했다.
“야. 성민아. 엄마가 중학교 때 인사를 너무 잘해서 인사 때문에 선배들한테 혼난 적은 없었어. 근데 엄마가 너무 큰 소리로 인사를 하고 다녀서 너희 삼촌이 부끄러워서 엄마를 피해 다닐 정도였지.”
성민이는 그 모습이 상상이 되었던지 키득키득 웃었다. 나는 이어 말했다.
“그런데 인사를 하다 보면 사람들한테 무시당할 때도 많아. 엄마의 인사를 못 보고 그냥 지나치는 사람도 있지만 그날 기분이 안 좋아서 인사를 무시하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있거든. 그러면 엄마는 혼잣말로 중얼거려. ‘어? 내 인사를 못 들었나 보내.’ 그럼 덜 민망하더라고.”
성민이와 현민이는 그래도 창피하다며 모르는 사람들 보고 인사 좀 하지 말라며 내게 핀잔을 줬다.
하지만 나는 시장에서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우리 집 근처에 있는 마을 사람들에게는 인사하고 싶었다.
그렇게 인사를 한 지 한 달이 지나고 있다.
이제는 매일 아침 운동하며 만나는 사람들의 얼굴이 익숙해졌다. 그리고 그 사람들에게도 나의 인사가 익숙해진 것 같았다. 전에는 내가 인사를 하면 인상을 쓰며 지나가던 사람들이 이제는 환한 미소를 보여주며 같이 인사를 한다. 어떤 사람들은 내가 인사하기 전에 먼저 ‘나마스테’ 하면서 인사를 한다. 그리고 인사뿐만이 아니라 짧은 안부도 물어주는 사이가 되었다. 이제는 운동할 때가 아니어도 어디서든 만나면 반갑게 인사하는 사이가 되었다.
인사를 통해 몰랐던 사이가 아는 사이가 되고 어색했던 사이가 웃음을 주고받는 사이가 되었다. 인사의 힘이 얼마나 큰가? 이래서 나는 인사하는 것을 멈출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