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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미 Jul 07. 2020

현민이와 첫 핸드폰

처음 시작하는 설렘

“엄마. 핸드폰 주세요. 저 공부해야 해요.”

성민이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학교에서 온라인 수업을 시작했고 내 핸드폰은 아이들의 수업의 중요한 수단이 되어버렸다. 

“엄마. 나는 아이패드로 할게요.”

현민이는 내 아이패드로 공부했다. 

내 핸드폰도 아이패드도 아이들에게 빼앗긴 지 벌써 두 달이 지났다. 

급하게 연락을 해야 할 때나 은행 업무를 봐야 할 때면 핸드폰을 써야 할 때 아이들이 가지고 있어서 불편할 때가 많았다. 


그래서 지인이 한국에서 보내 준 오래된 핸드폰 하나와 인도 친구가 쓰지 않는 핸드폰을 받아서 아이들을 위해서 전화번호를 개통해 줬다. 사실 이제 14살이 된 성민이는 전자 제품 전문가이다.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해서 작년에 용돈을 모아서 산 핸드폰도 더 좋은 핸드폰으로 바꾼다며 다른 사람에게 팔았던 터라 지인에게서 받은 오래된 핸드폰은 영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

하지만 현민이는 달랐다. 

현민이 나이 12살. 태어나 처음으로 핸드폰을 가지게 되었고 자신 만의 번호를 얻게 된 것이었다. 인도 친구가 준 핸드폰은 스크린에 금도 갔고 작고 낡아 보였지만 현민이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엄마. 이게 내 핸드폰이에요. 엄마 전화번호 저장해 주세요.”

“그래. 현민아. 와 진짜 좋겠다. 현민이. 이제 핸드폰도 있고.”

나는 더 오버하며 현민이를 축하해 줬다. 

온라인 수업을 위해 왓쯔 앱이라는 메신저를 깔고 선생님들 그룹에 연결시켜 주었다. 

현민이는 오후 내내 핸드폰 때문에 흥분해 있는 눈치였다. 


후덥지근한 인도의 여름. 특히 내가 사는 지역은 습도가 높아서 비가 오지 않는 이상은 땀이 주르르 흘렀다. 나는 더운 날씨에 더 뜨거운 가스레인지를 켜고 저녁을 준비하고 있었다. 천장에 달려 있는 고동색 깔의 큰 선풍기가 돌아가고 있었지만 부엌은 덥기만 했다. 

국을 끓이고 야채를 썰고 있는데 갑자기 전화가 왔다. ‘누구지? 처음 보는 번호인데.’ 

나는 손을 닦고 전화를 받았다.

“헬로”

그러자 전화기 너머에서 키득키득 웃는 소리가 들렸다. 

“엄마. 히히.” 현민이었다. 

“현민아. 너 어디야?”

“방안이요.”

안방 문을 열어 보니 옷장 아래 이불을 넣어 놓는 곳에 쪼그리고 앉아서 내게 전화를 하고 있는 현민이가 보였다. 현민이는 새로운 장난감을 만난 듯 신이나 있었다. 

“하하하. 현민아. 뭐야. 집에서 엄마한테 전화를 한 거야?”

“제 번호가 생겼는데 엄마한테 전화는 한 번 해야죠.” 나는 작은 핸드폰에 행복해하는 현민이를 보면서 한참을 웃었다. 


그날 저녁 현민이는 잠자기 전까지 정확히 6번을 내게 전화했다. 나는 매 번 반갑게 현민이의 전화를 받아줬다. 처음 핸드폰을 사용하는 설렘을 즐기고 있는 현민이의 모습이 너무 행복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전화기 너머 속에서 아주 수줍게 이야기하는 현민이의 목소리가 내내 귀에 맴돌았다. 


처음 브런치의 만남, 처음 플롯을 배우기 시작했을 때,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처음 피아노를 가르치기 시작했을 때, 처음 유화를 그리기 시작했을 때, 처음 남편을 만났을 때, 처음 인도에 도착했을 때.

내게도 처음은 많았다. 그리고 그 처음은 설레고 흥분된 순간들이었다.

어느새 처음 만남은 반복되는 일상이 되었고 두근거리던 감정들은 시간이라는 지우개로 지워지고 있었다. 그리고 언제 내게 그런 열정이 있었는지 그런 설렘이 있었는지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현민이와 첫 핸드폰’


이 두 단어가 내 마음을 두드린다. 처음 만나는 설렘이 내게 문을 두드린다. 


그럼 다시 시작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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