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나를 설레게 하는 단어- 꿈
나는 자는 동안 꿈을 많이 꾼다. 하루에 두세 개 꿈이 기억나는 것은 기본이다.
어렸을 때는 도망 다니는 꿈을 많이 꿨다. 그리고 날아다니는 꿈도 많이 꿨다. 뭐 예를 들자면 나를 쫓는 사람들을 피해 도망가다가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을 때는 이렇게 외친다.
"난다. 난다. 난다." 그러면 어느새 꿈속에서 나쁜 사람들을 뒤로하고 훨훨 날아간다. 하늘로 구름 사이로.....
어느새 나는 꿈속에서는 내가 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매번 자유롭게 날아가곤 했었다.
내 꿈 이야기를 들은 남편은 이렇게 이야기했다.
"당신은 참 이상적이다. 나는 현실적인 사람이어서 그런지 날아다니는 꿈을 한 번도 꾼 적이 없는데."
남편은 꿈도 이성적인 것들만 꾼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내 꿈은 정말 뚱딴지같은 이야기들 투성이었다. 전쟁터에서 도망 다닐 때도 있고 순간 이동해서 과거에서 미래로 움직일 때도 있었다. 꿈속에서 다양한 직업을 가져봤고 가슴 아픈 영화도 찍어봤다. (드라마를 너무 좋아해서 그런가?)
그런데 요즘은 하늘을 나는 꿈을 꾸지 않는다.
하늘을 나는 꿈을 꾸지 않는다는 말은 누군가에게 쫓기는 그런 꿈을 꾸지 않는다는 뜻이었고 그만큼 내 마음이 안정되었다는 의미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또 다른 의미는 꿈과 이상을 좇던 내가 이제는 현실을 쫓는 사람이 되었다는 의미일 수도 있었다.
그래서 아쉬웠다.
꿈을 좇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현실을 쫓는 어른이 되어버린 것 같았다.
꿈을 쫓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피곤한 일일 수 있었다. 하고 싶은 일들을 정리하고 계획하는 것을 좋아하던 나는 내 계획대로 실천하지 못했을 때 많은 부담을 느끼곤 했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나 스스로에게 이런 말을 하며 위로받았다. "그래. 포기하는 것도 미덕이야. 포기하니까 이렇게 마음이 편하잖아."
글을 쓰려는 것들을 잠시 포기하고, 피아노 치는 것들을 잠시 포기하고, 그림 그리는 것들을 잠시 포기하고 그냥 생활에 맞춰 살아가는 것은 내게 편안하고 여유로운 삶을 주는 듯했다.
하지만 꿈을 잊고 산다는 것은 그리 행복하지 않았다. 뭔가 중요한 것을 남겨두고 달려가는 기분이었다.
오히려 바쁜 속에서도 내가 꿈꿔 왔던 것을 조금씩이라도 시도할 때 오는 그 성취감이 그리웠다.
그래서 나는 다시 바쁜 삶 속에 꿈을 심기로 했다. 꿈을 꾸는 어른이 되기로 했다.
피아노를 다시 치고, 글을 다시 쓰고, 그림을 다시 그리고, 힌디어와 영어 공부를 다시 시작하고......
나열해 보니 너무 많다. 예전처럼 또 금방 지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시작할 것이다.
꿈이라는 것은 나의 마음을 설레게 하니까. 그것만으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