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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미 Mar 09. 2022

눈풀꽃

봄을 알리는 작은 꽃처럼

봄 시


시는 내게 아직도 어려운 분야이다. 하지만 최근 읽기 시작한 류시화 작가의 ‘마음 챙김의 시’에서 정말 마음에 드는 시를 만났다. 바로 ‘눈풀꽃’이다. 추운 겨울 가장 먼저 눈을 뜨는 눈풀꽃. 

눈풀꽃은 이른 봄, 추위를 깨우고 봄을 알리는 꽃 중 하나이다. 언젠가 눈이 소복이 쌓인 곳 사이에 빼꼼 머리를 든 하얀 꽃 사진을 본 적이 있는데 아마 그것이 눈풀꽃이었던 것 같다.

추위가 두려워 모두가 움츠리고 있을 때 이 작고 연약해 보이는 꽃은 용감하게 세상 밖으로 얼굴을 내민다. 그리고 그 작은 꽃이 세상에 나오면서 진짜 봄이 시작된다.

오늘 아침 친한 언니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언니의 목소리는 전보다 힘이 없었다. 

어떤 이유인지 모르지만 그녀는 숨을 쉬기 어렵다고 했다. 몸이 아프기 시작한 지 한 달 정도가 되었고 이제는 병원 입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숨 쉬는 것에 불편을 느끼는 것은 다른 신체가 아픈 것과는 다르게 극도의 두려움이 몰려온다. 왜냐하면 숨을 쉰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고 반대로 숨 쉬기 힘들다는 것은 생명에 위협을 느낀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녀와 통화하는 동안 나는 여러 차례 눈물을 흘렸다. 그녀의 아픔이 두려움이 내게 전달되는 것만 같았다. 40분이 넘게 통화하는 동안 나는 그녀에게 끊임없이 용기를 넣어 주었고 때로는 가벼운 농담으로 그녀의 마음을 위로했다. 언니는 많이 지쳐있었지만 나는 분명히 어려운 시간을 이겨낼 거라 생각한다. 

루이스 글릭이 쓴 ‘눈풀꽃’을 읽으면서 언니 생각을 한다. 

모든 생명체가 잠든 것만 같은 긴 겨울을 깨고 세상에 봄을 알리는 이 작고 하얀 눈풀꽃처럼 

언니의 건강이 빨리 회복되었으면 좋겠다. 

눈꽃이 말한다.

‘조금만 더 참고 기다려요. 이제 밝은 세상을 볼 수 있을 거예요. 조금만 힘을 내세요. 딱딱한 땅 위에는 눈부시고 포근한 세상이 있어요. 당신은 할 수 있어요.’


눈풀꽃-루이스 글릭


“내가 어떠했는지, 어떻게 살았는지 아는가. 

절망이 무엇인지 안다면 당신은 

분명 겨울의 의미를 이해할 것이다. 


나 자신이 살아남으리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대지가 나를 내리눌렀기에.

내가 다시 깨어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축축한 흙 속에서 내 몸이 다시 반응하는 걸 느끼리라고는 

그토록 긴 시간이 흐른 후 

가장 이른 봄의 차가운 빛 속에서 

다시 자신을 여는 법을 

기억해 내면서.


나는 지금 두려운가.

그렇다. 하지만

당신과 함께 다시 외친다.

‘좋아, 기쁨에 모험을 걸자.’


새로운 세상의 살을 에는 바람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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