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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미 Mar 09. 2022

생각

아들 생각, 아빠 생각


나는 요즘 사춘기를 겪는 큰 아이 생각을 많이 한다. 

아이는 지금 16살에 들어섰고 아이의 생각은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함께 있는 사람들과 적응하는 법을 배워가고 있었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느라 힘들어했다.

나는 아이의 마음을 읽으려고 노력했고 그럴수록 내 마음도 아팠다. 

모두가 겪는 사춘기라지만 내 아이가 겪는 것은 또 다르게 느껴졌다. 

진짜 내 살을 파고드는 슬픔 같은 것이랄까. 

아이와 함께 걸어야 할 이 긴 터널이 빨리 끝나기만을 바라며 기도했다. 어두운 터널을 터덜터덜 걸어가고 있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의 부모님 생각이 났다. 

아마 중학교 때였던 것 같다. 나는 부모님께 반항하지 않는 착한 맏딸이었다. 하지만 그날만큼은 이런저런 불만이 많았었나 보다. 아마 사춘기 탓이었겠지. 

사실 내가 기억하는 사춘기의 장면은 딱 그날 하루다. (부모님은 더 많은 순간들을 기억하실 수 있겠지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나는 아빠에게 화가 나 있었다. 그냥 아빠가 싫었고 그래서 아빠와 대화하지 않았다. 기숙사로 돌아가야 하는 날. 회사 택시 운전을 하셨던 아빠는 나를 태우고 버스 정류장까지 데려다주셨다. 운전하는 아빠와 조수석에 쀼루퉁하게 앉아 있던 나. 

사거리 신호등은 빨간색으로 바뀌었고 아빠와 나는 조금 더 긴 시간을 한 공간에서 있어야 했다. 운전대를 잡고 계시던 아빠는 나를 보며 이야기했다. 

“해옥아. 너는 아빠가 왜 그렇게 싫니?”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고 싶지 않았고 이유 없이 아빠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싶었다. 나도 그런 딸이었다. 

어제저녁 늦은 밤 큰 아이가 말했다. 

“엄마. 나는 어떨 때는 정말 나쁜 행동을 해도 아무렇지도 않은데 오늘 같은 날은 그런 내가 가슴 아파요. 나 이상하죠?”

“괜찮아. 아들. 엄마한테 네 마음을 이야기해줘서 너무 고마워.”

나는 중학생이 된 아이의 거친 머리카락을 몇 번이고 쓰다듬어 주었다. 

큰 아이와 함께 긴 터널을 걸어간다. 그리고 나와 함께 그 긴 터널을 걸어주었던 부모님을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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