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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미 Nov 22. 2022

유 퀴즈를 보고 얻은 용기

유해진 배우의 인터뷰를 보고

요리를 할 때 자주 유 퀴즈 프로그램을 틀어 놓는다. 

다른 프로그램보다 의미 있는 대화들이 많이 오가고 다양한 직업을 가진 분들이 나와서 배울 점이 많이 있어서 유 퀴즈 프로그램을 좋아한다.

며칠 전 유해진 배우의 인터뷰를 봤다. 영화계에서는 잔뼈가 굵은 배우인 것을 누구나 알기에 나도 흥미롭게 유해진 배우의 인터뷰를 봤다. 

27살에 서울 예대에 입학할 정도로 그는 연기에 진심이었다. 하지만 대부분 그가 맡은 역할들은 깡패나 마약 장수 등 강한 인상을 주는 역할이 많았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내가 기억하는 그의 인상도 그 비슷했던 것 같다. 25년 동안 60편의 영화를 찍었다는 유해진 배우.  그의 긴 세월의 노력이 어마어마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누구나 바라는 것은 주인공이 되는 것이었을 텐데 그는 오랜 기간 동안 주인공이 아닌 조연으로 때로는 엑스트라로 영화에 참여한 것이었다. 

무덤덤하게 이야기를 하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보는데 경이롭기까지 했다. 모두가 인정해 주지 않는 순간에도, 본인이 이렇게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보이지 않던 그 순간까지도 꾸준히 자신에게 맡겨진 역할을 연기하던 사람. 연기를 진정으로 사랑한 사람. 그 사람이 유해진이었다. 

아마 유해진 배우뿐만이 아닐 것이다. 다른 많은 배우들이 조연의 자리에서 엑스트라의 자리에서 오늘도 연기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을 테니.

나는 언제부터인가 글을 쓰며 작가를 꿈꾸는 우리들의 모습과 배우들의 모습이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모두가 주인공이 될 수 없고 천만 영화의 배우가 될 수 없듯이 글을 쓰는 우리 역시 모두가 유명한 작가가 될 것이라는 보장이 없고 모두가 낸 책이 베스트셀러가 될 수 없듯이.

그래서 25년을 꾸준히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온 그의 경험과 그의 노력이 너무 값지게 느껴졌다. 그에 비해 이제 글을 쓰기 시작한 지 10년 정도밖에 되지 않은 나의 모습이 초라하게까지 느껴졌다. 

나는 시간이 날 때만 글을 썼으니 그의 25년과 나의 10년은 비교조차 할 수 없는 더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그의 노력이 내게는 큰 위로가 되었다. 

'아니. 이제 10년 그것도 몇 백개의 글 정도만 써 놓고서는 상을 못 받았다고 실망을 해?'

'아니. 25년 글을 쓴 것도 아니면서 책을 낸 작가들을 부러워하고 내 모습에 좌절을 해?'

'아니. 글쓰기를 정말 사랑한다면서 내 글이 인기가 없다고 글을 포기하려고 해?'


그랬다. 내게는 포기할 이유, 실망할 이유, 좌절할 이유가 하나도 없었다. 적어도 25년은 쓰고 나서 후회해야 하지 않을까. 적어도 25년을 쓰고 나면 그때 정도면 누구 앞에서도 내 글에 대해 떳떳해지지 않을까. 그리고 그때쯤이면 나도 이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 있지 않을까.


유해진 배우님의 인터뷰가 한동안 내 마음에서 떠나지 않았다. 아마 오래 동안 내 마음속에 기억될 것 같다. 잘 간직하다가 또다시 좌절하려고 할 때 꺼내서 용기를 얻어야지.


그렇게 저는 또 용기를 얻고 다시 시작합니다. 내 글은 비록 아직 부족하지만 쓰고 또 쓰다 보면 전보다는 훨씬 더 좋은 글이 되지 않을까요. ^^ 글을 쓰시는 모든 분들. 우리 힘을 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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