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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미 Nov 21. 2016

사랑의 낮은 다리

조금 불편한 곳에서 특별한 것을 발견 할 때의 기쁨

오랜만에 남편의 출장을 따라갔다. 인도에서의 출장은 기차를 타고 또차를 타고 달리고 달려야 목적지에 도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실 걱정을 많이 했다. 역시나 나는 목적지에 도착하자마자 여행의 후유증으로 오전 내내 침대에 누워 있었다. 기차 타고 7시간에 차 타고 꼬불거리는 산 거리를3시간을 달리다 보니 체력에 한계가 온 것이다. 

남편은 이젠 당신도 운동할 나이가 되었다며 나를 놀려댄다. 


청년 캠프를 진행 중인 이곳은 산 중턱에 위치한 곳이다. 캠프라고 해서 한국의 갖추어 진 캠프장을 생각하면 안 된다. 자연그대로의 캠프장. 우리가 간 곳이 바로 그런 곳이었다.

한쪽으로는 낮은 언덕이 벽이 되어 주고 다른 한쪽으로는 산 꼭대기에서 내려오는 시원한냇물이 있는 곳. 마을과 연결 되어 있는 그곳은 정말 아름다운 들판이었다.


그런데 그곳에는 작은 다리 하나가 있었다. 

다리이지만 평지와 연결되어 있어서 항상 물이 그 위로 흐른다. 그러다 보니 그 다리를 건너는 사람들은 꼭 신발을 벗거나 바지를 올리고는 첨벙거리면서 걸어가야 했다. 

물살이 조금 세긴 했지만 발목을 덮을 정도의 그 다리를 건너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신발을 벗고 잘 차려 입은 바지를 올려야 한다는 수고로움은 있었다.

온몸을 날려서 물수제비 놀이를 하는 아들녀석

둘째 아이가 그곳에서 물 수제비 놀이를 한다고 해서 난 한쪽 바위 위에 앉아 사진도 찍으면서 아이를 지켜 보고 있었다. 

다리 위로 흐르는 물이 햇빛에 반사 되어 눈이 부실 정도였다.

다리 반대편에는 빨래를 하러 나온 두 여인들이 있었다. 수다를 떨며 다리 위에 앉아 빨래를 하는 모습이 참 정겨웠다. 

가족들의 빨래를 하고 있는 여인들

다리 주위의 풍경에 반해서 한참을 감상하고 있는데 뒤쪽에서 꼬마들이 걸어오는 소리가들렸다. 

손을 잡고 걸어오든 두 여자아이와 동생으로 보이는 꼬마.

다리 앞까지 오더니 7살 정도 밖에 안되 보이는 누나가 꼬마 동생을업는다. 그리고는 물이 흐르는 낮은 다리를 건넌다.

함께 가는 여자아이도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깔깔거리면서 첨벙 첨벙 그 다리를 건넌다.

순간 조금은 불편해 보이던 그 다리가 갑자기 특별한 다리로 보였다. 꼬마 동생을 생각하는 어린 누나의 마음이 전해져서 일까? 아이들에게는평범한 순간이었을 지 모르지만 나에겐 잊혀지지 않을 것 만 같은 따뜻한 모습이었다.

동생을 업고 가는 꼬마 공주님이 참 예뻐보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또 다른 엄마와 아들이 그 길을 지나갔다. 누가 말하지 않았는데도 엄마들 역시 아들을 등에 업고 물이 넘쳐흐르는 그 다리를 건너고 있었다.

조금은 독특하고 불편하다 생각 되었던 이 다리를 건너는 사람들을 보면서 난 이 다리에게 사랑의 낮은 다리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

함께 건너다 보면 서로의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사랑의 낮은 다리. 

그곳에서 본 어떤 멋진 풍경 보다 더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그러고 보면 가끔은 조금 불편함 속에서 진짜 소중한 것들을 발견한다. 이 사랑의 낮은 다리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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