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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미 Apr 24. 2017

불편한 사람 사랑하기?

조금씩 마음 문을 열어가는 것 그것이 사랑이다.

“엄마, 나도 내 방을 갖고 싶다고요.”

성민이가 소리치며 나가버렸다.


작년 인도 누나 3명함께 살자고 했을 때도 자기 방이 없어진 다는 것에 속상해 하던 성민이였다. 그래도 같이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들어 불평이 더 많아 졌다.

마실라 때문이다.

마실라는 마지막으로 우리 집에 살게 된 21살 된 딸이다. 아버지는 일찍이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정신적으로 약한 상태여서 딸을 구박하기 십상이었다. 인도에서 가장 가난하다고 알려진 차 밭에서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게 우리와 함께 지내게 된 마실라. 그녀는 아주 특별했다. 인도인이지만 아프리카인처럼 생긴 마실라는 유난히 피부가 까맸다.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서 그런지 성격도 조금 모나있었고 다른 사람들을 잘 이해해 주지 못했다.

성민이가 잘 만들어 놓은 레고를 친절히 다 분해해서 정리해 놓는 것도, 중요한 것들을 깨트리는 것도 꼭 마실라였다. 조금 특이하고 엉뚱한 마실라.  

 난 마실라를 딸처럼 데리고 있겠다고 생각했기에 그런 모습이 더 맘 아프게 다가왔지만 이제 11살 된 성민이가 누나를 이해하기란 쉬운일이 아니었다.


 최근 한국에서 가져 온 1000개 퍼즐을 맞추던 성민이. 잘 정리해 놓은 퍼즐을 모르고 섞어버린 마실라를 보면서 결국 성민이의 참아오던 화가 터져 버렸다.

“엄마, 난 누나들이 너무 싫어. 내 껄 다 망쳐놔요. 분명히 잘 정리해서 비닐에 넣어 놨었는데 왜 그걸 다 섞어 놓은 거예요?”

엉엉 울면서 이야기 하는 성민이의 모습은 정말 억울함이 가득 차 있었다.

 그날 이후로 성민이는 누나들이 같이 지내는 것, 자기 방이 없어진 것 등 모든 것에 불만을 토로했다.

“성민아, 누나들은 집에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야. 아주 어려운 곳에서 자랐고 지금은 우리 도움이 필요해. 우리가 인도에 왜 왔을까?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서잖아.”

아이에게 설명은 하고 있었지만 내 말이 다 이해 되리라 기대는 하지 않았다.

성민이가 말한다.

“엄마, 나도 누나를 사랑하고 싶은데 안 된다고요. 보면 화가 나요. 처음엔 나도 좋았단 말이에요. 근데 자꾸 누나가 날 화나게 만들잖아요.”

아이의 눈을 보면서 난 아무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예쁘고 착한사람, 나에게 친절한 사람에게 잘하는 것이야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실수투성이고, 성격 나쁘고, 나에게 불편함을 주는 사람을 사랑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건지 내가 아니까. 난 성민이에게 이야기 했다. “그래도 노력하자. 좋아하는 사람을 사랑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거야. 미운 사람을 사랑하는 게 진짜 사랑이란다.”


그날 오랜만에 저녁 누나들 방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다이아몬드 누나, 마실라 누나 여기 봐요. 사진 찍을게요.” 하하하하 호호호호.

성민이와 현민이가 핸드폰으로 찍은 누나들 사진을 앱으로 재밌게 꾸미면서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살짝 열린 방문 사이로 해맑게 웃고 있는 성민이를 보고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그래. 그렇게 조금씩 마음 문을 열어가는 것 그게 사랑일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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