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이 물든 야시장
어렸을 적 가족들과 함께 야시장에 간 기억이 있다.
캄캄한 밤 천막들로 연결된 야시장의 불이 밝게 비춰지고 천막 마다 다양한 물건들이 판매 되고 있었다. 헌 책들부터 저렴한 그릇들 등 여러 가지 물건들이 모여 있어서 편하게 구경할 수 있었던 야시장.
인도에도 그런 야시장이 있다. 바로 “멜라”이다. 일 년에 몇 번 씩 장소를 옮겨가며 펼쳐지는 멜라.
며칠 전 부터 이곳 팔라카타에도 멜라가 열렸다. 대부분의 물건들의 가격들도 10루피(180원)에서 300루피(5000원) 정도까지 저렴해서 가난한 사람들도 어린 아이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었다.
가족들끼리, 또는 연인끼리, 학생들끼리 걸어 다니며 함께 시장을 구경하는 모습이 참 즐거워 보였다.
어쩌면 고급 백화점에서 얻을 수 없는 평범하면서도 소소한 기쁨을 이곳에서 느낄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멜라 입구와 출구는 항상 먹을거리로 장식 된다. 특별히 마살라(향신료)가 잔뜩 뿌려진 과자들이 여러 가지 색깔들로 변신하여 사람들을 기다린다.
멜라의 시작은 항상 먹을거리로 시작된다.
처음 눈에 띄던 것은 바로 10루피(180원) 가게이다.
한국의 다이소 보다도 더 저렴한 이 멜라의 10루피 가게 안에는 아주 저렴해 보이는 장난감들부터 시작해서 부엌 도구들 까지 아주 다양하게 진열되어 있었다. 물론 물건의 질이 그리 좋지 않아 보이기는 했지만 저렴한 가격만으로도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모든 것이 10루피(180원)인 가게
조금 더 들어가 보니 예술 전시 작품처럼 숟가락들과 주방 도구들을 모아 놓은 가게가 보였다. 물론 가격도 30루피. 한국 돈으로 540원 정도 하는 주방 가게에는 쓸 만한 물건들이 꽤나 있었다. 나 역시 이곳에서 필요한 물건을 몇 개나 구입했다. 주부에게 필요한 물건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만족감이란 역시 최고의 기쁨이다.
예술 작품처럼 전시해 놓은 숟가락들
멜라를 구경하는 사람들
축제든 멜라든 어디에나 빠지지 않는 것이 있다면 종교적인 상품들이다.
역시 이날 멜라에도 힌두 신상들을 파는 곳이 있었다. 신선한 물을 따르는 돌부터 등잔 그리고 신상들의 사진을 넣어 놓은 액자 등 다양한 물품들이 있었다. 그 중에서도 삼지창으로 피리를 부는 작은 여신상이 눈에 들어왔다. 아마 이 구릿빛 여신상의 매력적인 모습이 분명 많은 사람들의 지갑을 열게 할 것이다.
신상들을 파는 가게
사실 난 어렸을 적 야시장에서 책을 사는 것을 좋아했다. 천원 이 천원으로 얇게 만들어진 책들을 사는 즐거움은 읽는 즐거움 보다 구매의 즐거움이었을 것이다. 멜라에서 파는 책들 역시 한국과 같은 느낌이었다. 너무 잘 정리 되어 있는 책사이의 구석진 곳에 앉아 있는 주인아저씨는 왠지 책 정리에 너무 많은 힘을 썼나보다. 얼굴 표정의 변화 없이 앉아 있는 아저씨가 왠지 안 돼 보이기까지 하다.
잘 정돈된 책들 위에 앉아 있는 책방 아저씨
생활용품들과 주방용품들을 파는 곳을 지나자 나무로 만든 임시 계단이 나온다. 계단으로 연결된 두 번째 멜라 시장에 들어갔다. 이곳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나무 계단으로 연결 된 다른 멜라 시장
나무 계단으로 연결 된 다른 멜라 시장
두 번째 멜라 시장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것은 바로 장신구를 파는 가게였다.
인도 여인들을 생각하면 이마 중간에 찍힌 점과 화려한 장신구 들이다.
이마 중간에 찍는 것을 ‘빈디’라고 한다. 빈디는 예전부터 힌두교 영적인 의미로 사용되었지만 현재는 인도 여성들의 패션의 의미로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그래서 그리는 빈디에서 이제는 스티커 빈디가 많이 사용된다. 빈디의 모양도 다양하다. 빨간 색부터 반짝이 등 여러 가지 색깔들이 있다.
멜라에서도 이런 저렴한 스티커 빈디가 진열되어 있었다.
이마에 찍는 점 빈디 스티커
인도의 귀걸이와 목걸이들은 대부분 금색이다. 한국에서는 점잖은 색깔을 추구하는 반면 인도의 장신구 들은 다양한 색깔과 디자인을 추구한다. 결혼한 여인들에게 크고 화려한 금목걸이나 귀걸이는 동시에 남편의 사랑을 뜻한 것이기 때문에 어디서나 볼 수 있다.
이것이 진짜 인도 스타일의 귀걸이
인도 여인들은 손이나 발에 뱅글을 찬다. 인도 전통 팔찌 또는 발찌라고 할 수 있다. 작게는 하나부터 많게는 열 개가 넘게 뱅글을 손이 차고 다닌다. 특별히 결혼식이나 행사가 있을 때는 대부분의 여인들이 뱅글을 차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멜라에서도 여러 가지의 뱅글을 팔고 있었다. 그리고 뱅글을 걸어 놓는 걸이 대까지 선보였다. 저렴하지만 이 역시 많은 여인들의 마음을 사는 곳일 것이다.
인도 여인들이 손목에 즐겨 차는 뱅글
뱅글(인도 전통 팔찌)을 걸어 놓는 장식물
마지막 부분이 되자 옷이 보였다. 대부분이 여인들의 옷이었다. 100(1800원)루피 정도로 팔리는 이 옷들은 질은 좋지 않지만 가난한 사람들이나 학생들이 부담 없이 살 수 있어서 꽤나 인기가 있었다.
내가 보기에는 디자인이나 색깔들이 조금 촌스러워 보이기도 했지만 옷을 구경하는 여인들의 눈빛은 달랐다. 어쩌면 내가 보는 시각이 편견이 가득한 시각일지 모른다. 그들에게는 이 인도 옷들이 진짜 아름다운 옷일 수 있으니까 말이다.
옷을 고르는여학생
멜라 구경을 나오는 마지막 길에 전통 옷과 가방을 파는 가게를 보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는 멜라 안에서 깊은 생각에 잠겨 있는 듯 지나가는 사람들을 응시하고 있는 그의 모습이 왠지 낯설지가 않았다.
그러고 보면 인도의 야시장 ‘멜라’ 안에서는 서민들의 삶의 향기를 더 많이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멜라 안에 스며든 인도인들의 삶. 한번 구경해 볼만 하다.
전통 옷과 가방을 파는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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