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6학년 2반 30번 펜팔친구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편지를 열어 보던 시절

by 모두미


“해옥아. 편지가 도착했구나.” 선생님이 내게 편지를 전달해 주셨다.

“얼~~~~” 모든 친구들이 부러워했다. 꼭 남자친구에게 받은 편지처럼 부끄럽게 받은 편지를 열어 보았다.

‘안녕! 나는 00초등학교 6학년 2반 30번 이야. 너의 편지는 잘 받았어. 나도 너를 알게 돼서 참 기뻐.

나는 요즘 친구들이랑 운동회 준비를 하고 있어........... 그럼 답장 기다릴게.’


내가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펜팔’이 유행이었다. 펜팔이란 편지를 주고받으며 사귀는 벗 이라는 말.

다른 지역 친구들과 펜팔 하는 친구들도 있었고 같은 도시의 다른 초등학생 친구들과 편지를 나누는 친구들도 있었다. 가끔 해외 펜팔을 하는 친구들이 있었는데 그 친구들은 모두의 부러움을 샀다.

하얀색에 빨강 파랑으로 꾸며진 해외 봉투를 받는 친구들이 있으면 모두가 몰려가 편지 내용을 같이 읽곤 했다.

친한 친구가 안동의 어느 다른 학교에 편지를 보냈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도 짧지만 나를 소개하는 편지를 써서 안동의 다른 초등학교로 보냈다. 누군지는 알지 못한 채 그저 00학교 6학년 2반 30번. 뭐 대충 이런 식으로 편지를 보냈다. 그 편지를 받는 친구가 여자인지 남자인지도 알지 못할뿐더러 답장을 받을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았던 펜팔.

그렇게 내 펜팔이 시작되었다. 친구의 짧은 편지를 받고 다시 답장을 썼다. 친구들과 학교에서 뭘 하며 노는지 내가 이 편지를 받아서 얼마나 행복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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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통의 편지가 오가는 동안 우리는 서로의 이름도 말하지 않고 그저 미스터리 속의 펜팔 친구의 역할을 하며 풋풋한 편지들을 주고받았다.

그리고 드디어 친구가 편지 속에 사진 한 장을 보내왔다.

‘우리가 경주 졸업여행 갔을 때 사진이야. 내가 누군지 한번 맞춰봐.’

친구의 편지 속에 있는 40명 정도 되는 반 아이들이 있었다. 그 속에서 내 펜팔친구의 모습을 추측하는 일은 정말 설레고 흥분되는 일이었다.

‘아. 저기 저 키 크고 잘생긴 남자애일까? 혹시 저기 앞줄에 앉아있는 여자애? 아니면 저기 노란색 잠바를 입고 있는?????’

편지 속에 들어있는 사진을 몇 번이나 쳐다봤는지 모른다.

그리고 답장에 우리 반 친구들과 함께 찍은 사진도 넣었다.

‘너 편지 받고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 그런데 네가 누구일지 맞추는 것이 쉽지는 않더라.^^ 혹시 앞쪽에 앉아 있는 노란색 잠바 입고 있는 아이가 너니? 참 그리고 내 사진도 넣어. 너도 내가 누구인지 한번 맞춰봐.’

편지를 주고받으며 그 친구와 나는 가까운 안동 안에서 다른 삶을 살아가는 서로를 알아가고 있었다.

중학교를 들어가면서 바쁜 학교생활 때문이었는지 우리의 펜팔은 그때로 마쳐졌다.


고등학교 때부터 메일 보내는 법을 배웠던 것 같다. 처음으로 편지가 아닌 컴퓨터로 소식을 전하는 것은 정말 신나는 일이었다. 그리고 내가 인도에 올 때 쯤 카톡을 접했다. 해외에서도 옆집에 있는 사람처럼 연락할 수 있는 카톡은 정말 새로운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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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왠지 나는 편지가 좋다.

보내자마자 답장이 올 수 있는 카톡 보다도, 컴퓨터로 수신을 확인할 수 있는 이메일보다도 수신확인 되지 않고 친구의 삐뚤빼뚤한 손 글씨여도 편지가 좋다. 두터운 편지 봉투를 찢으며 안에 있는 편지를 빼내는 그 설레임이 좋다. 느린 손 편지 속에 왠지 더 진한 상대방의 마음을 알 수 있어서. 진하게 우러나온 차처럼 진한 맛이 그리운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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