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나만의 속도로, 느린 거북이 이장호님의 서사
뭘 해도 안 될 것 같을 때 ‘이렇게’했어요.
#사회의 속도, 불안
취업에 있어 조급한 마음이 있었어요. 30곳 넘게 지원하고 면접을 봤어요. 열심히 해왔다고 생각했는데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지 않고, 막상 면접장 가보니 말도 잘하고 스펙도 화려하신 분이 많더라고요. 또, 이렇게 나이가 많아지면 취업이 점점 더 어려워지겠다 싶어 불안했죠. 빨리 친구들처럼 사회 진출도 하고 싶고요. 그럴 때면 ‘다시 느린 거북이처럼 해보자.’되뇌었어요. ‘노력만이 답이다’ 생각하며 마음 침착하게 하려 해요. 매번 그래왔듯 어차피 잘해낼 거, 좀 늦으면 어떠냐는 생각으로요.
#뭘 해도 안 되는 사람
남들은 하나쯤 잘하는 게 있던데, 전 뭘 해도 안 된다 생각했어요. 겁이 많아 어렸을 땐 뭐만 하면 도망갔어요. 친구가 놀자 하면 도망가고, 부모님이 외출하자 하면 숨고, 놀이터 가서 노는 것도 무서워했죠. 어릴 때 해운대에서 물에 빠져 죽을뻔했어요. 그게 트라우마로 남아 물에도 못 들어가고, 공부도 손 놓은 지 오래고, 운동도 못하고. 진짜 뭐 하나 잘 하는 게 없었어요.
#불안, 변화의 시작
고등학교 진학 후 분위기에 휩쓸려 진로 고민이 시작됐어요. ‘목표는 아직 없지만 성적이라도 높여보자.’란 마음에 공부를 해보기로 했는데, 친구가 같이 학원에 가자더라고요. 간판 없는 학원인데 선생님께서 기초부터 단계별로 알려주셨어요. 쓴소리도 많이 하시긴 했죠. 실수라도 하면 “넌 이래선 절대 성공 못한다.” 하며 겁주셨어요.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누가 이기나 해보자.’
#용기,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원하는 결과까진 못 냈어도 성적이 오르기 시작했고, 선생님께 인정도 받았어요. 정말 작지만, 처음으로 제 힘으로 이뤄낸 성취가 자신감으로 이어졌어요. 수능을 앞두곤 원하는 대학에 상향 지원했어요. 주변에서 모두 포기하라 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어요. 조금이라도 발전시키려 노력한 덕에 이뤄낸 결과였죠. 덕분에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용기가 생기기 시작했어요.
#작은 성취, 자신감
운동은 소질이 없어 시도도 안 했는데, 친구들이 농구를 좋아해서 조금씩 따라 하다 재미를 느끼게 됐어요. 물, 자전거, 높은 곳. 어려서부터 무서워하던 것들도 차근차근 시도해서 공포증을 극복했어요. 물놀이 가서 발 담그는 것처럼 작은 것부터 시작했죠. 막상 해보니 별거 없었어요. 수영도 자전거도 번지점프도 해보니 너무 재밌고 별거 아니더라고요.
#경험에서 얻은 단단함
수능 후에 곧바로 술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말도 잘 안 나오고 주문 실수, 계산 실수, 모든 게 다 서툴렀어요. 사장님께 막말도 많이 들었어요. 이런 말까지 들으면서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요. ‘내가 진짜 부족한 사람인가.’하고 스스로 한탄하고 자신감도 많이 잃었었죠. 이전의 저라면 바로 자포자기했을 텐데, 자신을 믿었어요. ‘처음엔 못하더라도 이 순간만 지나면 다 적응해낼 거야. 늘 그랬던 것처럼.’이 생각으로요. 퇴근해서도 메뉴판 외우고, 주문 연습하고. 저를 믿고 열심히 했더니 결국 적응되더라고요.
#성장에 함께하는 사람
힘든 순간에 늘 사람이 있었어요. 처음 공부할 때도, 운동을 할 때도, 아르바이트, 대학, 군대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때도. 친구, 선배, 선임, 선생님. 누구든 한 명씩 도움 주는 사람이 있었어요.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요즘도 여전히 도움 주는 사람들이 곁에 있어요. 차근차근 가다 보면 취업도 곧 해낼 거라 믿어요.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물놀이를 하고, 자전거를 타고, 번지점프를 해냈듯요. 그땐 누군가의 성장을 위해 도움을 주고 싶어요. 지금껏 제가 도움받아온 것처럼요.
어려서부터 입사하고 싶은 기업이 있어요. 한곳만 보고 달려왔는데,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지 않을 땐 갑갑한 마음도 들어요. 한 번쯤 다 포기하고 도망가고 싶을 때도 있죠. 그럴 땐 주어진 것에 몰두하려 노력해요. 목표를 이룬 후엔 모두 할 수 있다 생각하면서요.
비 오고, 흐리고, 바람도 많이 불고, 파도가 안정적이지 않은 현재. 햇볕이 자양분이 되어 성장한 미래.
(인스타그램 @moduneu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