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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짝풍경 Jan 30. 2022

관계에서 나를 지키는 방법

롤프 젤린, '나는 단호해지기로 결심했다' 리뷰


늘 이용만 당하는 것 같은 자괴감과 억울함,


내가 희생한 만큼 희생하지 않는 상대에 대한 원망과 미움,


왠지 모를 슬픔과 삶에 대한 회의




       

      롤프 젤린,  [나는 단호해지기로 결심했다], 걷는나무, 2020.06.25.




석 줄에 걸쳐 나열된 내용, 어떤 신경정신과적 증상일까요? 이는 정신병리의 증상이 아니라 지나친 배려가 몸에 베인 이들이 느끼는 보편적인 감정입니다. 저자는 껍데기 뿐인 친절과 양보는 필연적으로 스트레스를 가져오기 때문에 자신의 욕구보다 타인에 초점을 맞춘 '선량한' 타입의 사람들이 감정억압을 반복하다가 건강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하지요. 감정억압과 만성통증은 매우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자신과 타인의 진정성 있는 관계 유지를 위해서도, 당사자의 면역력과 신체적 건강함을 위해서도 저자는 자신의 원하는 바를 따라 선택하기를 두려워말라 조언합니다. 감정억압이 익숙해진 사람들은 스스로의 감정에 접촉이 잘 되지 않습니다. 자신의 것이건만 자신의 감정에 무뎌져 시간이 지날수록 강한 고통과 자극에만 반응을 하게 되기에 마음에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안고 있는 것과 같다고 경고하는데요. 자칫하다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눈 흘기는" 꼴이 된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참는 것이 습관인 이들일 수록 감정 표현의 연습이 필요하다고 해요. 자기의 감정과 생각을 방치하지 마세요. 타인에게 신경쓰기 전에 스스로를 먼저 챙기세요.




§ 감정 표현 연습


언제, 어디서, 누구와 있을 때, 어떤 상황에서, 어떤 계기(사건)으로 인해, 얼만큼 마음이 상했는지 구체적으로 정확히 표현할 수 있도록 연습해 보세요. 거울 앞에서 연습하거나, 빈 의자를 앞에 가져다 놓고 마주보고 앉아 연습해보거나, 노트에 적는 등의 구체적인 방법을 응용하여 연습해 봅니다. 그리고 가장 가까운 이들에게 작은 사안부터 실천을 시작하며 성공의 경험을 쌓아가세요.


§ 억압과 스트레스로 인한 건강 문제들


저자는 아래의 만성적 문제들이 잦은 한계 침범으로 인해 그들의 신체가 정신 대신 'NO!'를 외친 결과라고 설명합니다.




-편두통


-근육 긴장(어깨, 목덜미 등)


-이명


-빈맥, 심장 혈관 협착, 신경성 심장 질환


-마른 기침, 호홉장애, 천식


-과잉 식욕, 식욕 부진


-알레르기 반응


-피부 트러블(건선, 갑작스러운 탈모 현상, 붉은 반점 등)


-위통, 구역질


-성기능 장애


-수면 장애


-방광염, 전립선 질환


-감기, 몸살, 각종 전염병 증상




위의 증상이 뚜렷한 신체적 기질적 원인 없이 만성으로 나타나고 있는 분은 노트를 만들어 꾸준히 기록해보세요. 언제 어떤 상황에서 증상이 심화되는지 확인하면 보다 문제의 원인에 가까이 접근할 수 있습니다. 이를 단초로 치료가 시작될 수 있고요. 저 역시 통증일기를 적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을 저자는 한계 위협 상황에서 신체 기관적 가징 취약한 부분이 스트레스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여기라고 조언한답니다. 몸의 반응과 몸이 하는 말에 주의를 기울이라는 거지요. 현대인들은 '하면 된다'는 마법의 주문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노력하면 많은 것을 이룰 수 있음은 사실이지만, 우리의 몸은 강철이 아닙니다. 인간의 정신을 품고 있는 육체는 유한합니다. 몸과 영혼이 조화롭게 함께 갈 때 인간은 자유하고 자연스러우며 건강하고 평안합니다. 현실에 단단히 뿌리 내리고 건강하게 삶을 영위하는 것, 그 필수조건에 건강한 신체가 빠질 수 없지요. 


경계의 문제



저자는 경계를 강조합니다. 특히 사회생활에서 자신의 한계를 정확히 아는 것은 중요하지요. 사람마다 친밀감과 영역침범으로 위기감을 느끼는 지점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명확히 하는 것은 쉽지 않으면서도 꼭 필요한 일입니다. 경계를 제대로 구분지었을 때 암묵적인 룰 가운데에서 우리는 서로가 안전하며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어요. 원치 않는 호의에 벌컥 화가 치밀었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저 역시 그런 경험이 있습니다. 상대방이 선의를 베풀었을지라도 제게 먼저 도움이 필요한지 묻지 않았기에 무척 불쾌했던 경험 말이지요. 저는 겉으로는 유해보이나 사실 매우 독립적인 기질의 소유자입니다. 때문에 경계가 흐릿한 관계는 제게 신경증적인 반응을 유발합니다. 불편함을 표현할 수 없는 대상이 반복하여 저의 영역을 침습하여 오면 내적 긴장감이 커지고 곧 몸의 통증으로 나타나지요. 팔이 저린다거나, 뒷목과 어깨가 뻣뻣해지는 식입니다. 저자가 면역력과 만성통증에 대해 언급한 부분에서 전달하고자 했던 감정억압-신체화증상의 메커니즘이 이와 같을 테지요. 보다 무의식적인 차원에서 오랜기간 반복되어 뿌리가 깊은 형태일지라도 기제는 저러한 흐름입니다. 때로는 부탁받지 않은 배려와 호의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상대방의 영역에 발을 들여놓게 되는 민폐가 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 같네요. 때로는 의도없는 선의가 자신의 영역과 타인의 영역 양쪽에 상해를 입힙니다. 



거절하는 요령



-거절해야만 한다면 시기는 빠를 수록 좋으니 망설이지 않는다.


-모두와 잘 지낼 수 없다. 이는 환상이다.


-그들에게도 나에 대해 알 기회를 주라. 표현하라.


-좋은 사람으로 보이려다 덤터기 쓸 수 있으니 거절할 때 솔직할 것. (거절을 위해 서투르게 다른 이유를 핑계 대다가 일이 더 커치는 경험을 한 적 있는가?)


-명료하게 거절의사를 전한다. 즉 이유로 납득시키려 중언부언할 필요가 없다.


-기대를 저버릴 수밖에 없다면 그렇게 할 것. 책임은 나의 몫이지 그가 대신 해주지 않으므로.


-표정과 행동, 비언어적 메시지를 활용하되 언어와 일치시키라.


-완전한 거절이 힘들다면 주도권을 쥐고 조건부로 부탁을 들어줄 수 있다. 


-일단 부당하다고 표현했다면 철회하지 마라. 우스워진다.





좋은 담장은 좋은 이웃을 만든다.  Good fences make good neighbors.

로버트 프로스트 Robert Lee Frost, 1874.03.26~1963.01.29, 미국의 시인



현실적으로 대처하기


악의없는 '한계침입자'들의 술수를 간파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때로는 작가가 '한계침입자'라고 표현한 부류의 사람들은 나의 가장 친밀한 가족인 경우도 있습니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한계침입자들이 여러분의 죄책감을 자극하여 그들의 필요와 요구를 당신의 희생을 통해 이루려 한다면, 부드럽게 그리고 명확하게 반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나의 결정은 변함 없을 것이며, 당신의 그 주장은 초점을 벗어났다. 나의 선택은 당신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며 이 결정이 당신을 덜 아낀다는 뜻이 아니다'라고 부드럽게 그러나 명료하게 전달해주는 것이지요. 반면 힘의 저울이 기울어져 있는 상대가 부당하게 나를 이용하고 한계를 넘어 들어온다면, 다소 현실적이어야 합니다. 맞서보았자 달라지지 않고 불이익이 돌아올 수 밖에 없는 갑을 관계라면, 을로서 냉정하게 대처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겁니다. 어느 정도는 현실과 타협하며 자신을 어필하는 방법을 저자는 '혁명보다는 밀당'이라는 표현으로 전달합니다. 자칫 스스로의 가치를 낮게 평가하여 상대방에게 양보라는 이름으로 우선권을 쥐어주는 분들은 부당함에 대하여 옳지 않다고 항의하지 못합니다. 저자는 이 사실을 짚어주며 당신이 설사 완벽하지 않으며 부족한 사람이라도 영역이 침범 당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라고 딱 잘라 말합니다. 





부모와 가정의 역할



이 책은 가정의 역할을  '뿌리'와 '날개'라는 탁월한 이미지로설명합니다. '가정은 아이에게 뿌리와 날개가 되어야 한다'. 과잉보호하고 통제하려는 부모는 자녀가 독립할 시기에도 순종과 지나친 밀착을 요구함으로써 독립의 기회를 박탈합니다. 부모에게 반대의견을 말하지 못하는 자녀는 사회에서도 반대의견을 말하기 어렵습니다. 부모와 싸워보지 않은 자녀가 가정 밖에서는 투쟁하기를 원하신다면 이는 어불성설입니다. 사춘기 자녀가 방문을 잠그고 반항하며 자기주장을 한다면, 뒤집어지는 속을 잠시 뒷편으로 밀어놓고 '아이가 세상에서 살아남을 힘을 기르는 중이구나. 연습 중이구나'라고 한 발 물러서 생각해 보시면 어떨지요. 내 새끼가 나를 무시하거나 기어오른다고 감정적으로 느껴지신다면 더욱이 타임아웃이 필요합니다. 오은영 박사님이 '금쪽같은 내 새끼' 진행 중 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훈육의 목적은 '자녀의 독립'이라는 것입니다. 자녀가 문제를 해결하고 도전을 해결할 절호의 기회들을 앗아가지 말아 주세요. 저자의 말을 들어보지요.





     가정은 뿌리가 깊은 나무처럼 아이의 인생이 흔들릴 때마다 넘어지지 않게 지탱해 주는 버팀목이 되어야 하며, 그 아이가 자라 자유롭게 세상으로 나아갈 때 멋진 날개가 되어 지지해 줄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다시 말해 가정은 사랑과 안정감, 소속감을 주는 것은 물론, 다른 한쪽에서는 독자성과 자율, 자유를 보장해야 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가 모두 가정 안에 존재해야 삶을 균형 있게 발전시킬 수 있다. 



     그러나 부모의 과잉보호는 아이에게 뿌리와 날개 둘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한다. 그러면 거의 모든 아이들은 부모의 사랑과 보호,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뿌리 쪽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 그 반대를 선택할 만큼 힘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양자택일의 경험은 부모의 사랑과 인정, 칭찬에 매달리게 하고 조금이라도 그것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하는 것을 두려워하게 만든다. 부모가 과도하게 개입하여 자식의 인생을 좌지우지하려고 할 때도 거부하지 못한다. 더 나쁜 것은 이런 부모와의 관계가 동료와의 관계, 상사와의 관계 등 사회적 관계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p.72~73.





    부모에게 어떤 의견을 주장하거나 거절을 하거나 또는 거리를 두는 것을 거부당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성인이 되어서도 자신을 표현하거나 자신을 지키기 위한 행동을 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어려워한다. 사람들은 부모들을 통해 1차적으로 한계 설정을 학습하지만 모범을 보여야 할 부모들이 스스로의 한계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한계를 지키지 못하고 타인의 한계도 존중할 줄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관계 맺기를 배우고 훈련받는다면 정중하게 거절하고, 나와 다른 의견에 휘둘리지않고, 자신을 보호하는 단호한 태도를 익히기 쉽지 않다. 


   부모들이 가장 쉽게 범하는 잘못은 부모가 자신의 한계를 넘어선 사랑으로 아이를 과도하게 보호하고 모든 것을 다 해주려고 하는 것이다. 이런 양육 환경에서는 아이가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선택하는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부모가 알아서 좋은 것을 찾아 줄 것이기 대문에 아이는 얌전히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아이의 자율권이 극히 제한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중략…부모의 과도한 희생은 아이를 독립된 인격체로 보는 것을 막고 자신의 소유물처럼 다루게 만든다. 결국 이들은 아이에게 집착하며 아이의 인생을 좌지우지하려 한다. 

p.112~113.






§ 그 외의 위험한 방식




방임: 맞지 않는 갑옷이 상처를 입히듯, 지나친 허용은 감당키 어려운 책임이 따르기 마련. 능력 이상의 과제는 자녀에게 좌절을 줍니다.




이중메시지: 자녀를 무력화시키기에 최적인 이중메시지는 되고 안되는 바를 알 수 없게 만듭니다. 




일관되지 않은 태도: 기준 없이 어느 때는 통제하고 어느 때는 방임하는 태도는 이중메시지와 더불어 치명적인 소통방식으로 꼽히지요. 조현병 환자군의 부모들이 자주 사용하는 소통 방식 중 이중메시지와 일관적이지 않은 태도가 꼽히기도 해요. 자녀의 독립 뿐 아니라 통합된 자아형성 과정에 해를 끼칠 수 있습니다. 




무작위적 분노 폭발: 자제력을 잃고 발작적으로 분노를 표현하는 것은 자녀에게 당혹과 죄책감 뿐 아니라 사랑받기 위해 '~해야 한다'는 개념을 형성케 합니다. 자녀의 성격과 사회대처 능력에 영향을 줄 수 밖에 없겠지요?





한계를 긋는 것은 성장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발판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자신을 지킬 수 있게 되고 자신만의 영역을 확보할 때 우리는 조금씩 근력을 키워나가며 세계와 영역의 범위를 넓혀나갈 수 있습니다. 승리의 경험, 성공의 경험을 조금씩 쌓아나가며 강해지고, 강해진 만큼 행복해지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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