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시리즈 나의 특별한 힐링 친구
대중 앞에 서서 발표라도 하려면 심장이 입으로 튀어나올 듯 두근거리시나요?
심장의 뛰는 소리가 너무 커서 눈앞의 청중에게도 들릴 것 같은 경험은요?
프레젠테이션 중 목소리가 사시나무 떨리듯 떨려 밤새 이불킥을 날린 기억은요?
다수의 시선이 내게 집중되면 시야가 볼록렌즈로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아시나요?
모든 이의 시선이 의식되어서 나의 모습이 발가벗겨 보이는 듯한 적은 없나요?
발표와 평가 그리고 대중 앞에 섰을 때 어느 정도의 긴장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명이 들리고 진땀이 나며 심지어는 사람이 많은 장소나 타인의 시선에 대한 생각만 해도 공포 반응이 일어날 정도라면 어떤지요. 단지 성격의 문제로 치부해도 되는 건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수줍거나 부끄러운 정도를 넘어 자신의 두려움이 지나치다고 생각하면서도 조절이 안되고, 결국 공포로 인해 특정한 사회적 활동이 위축되는 분들이 있습니다. 연설이나 큰 행사뿐 아니라 식당에서 식사를 하거나 공중 화장실 이용 등의 일상생활도 어려워 집 밖으로 나가려 하지 않기도 해요. 자신의 냄새나 시선이 타인에게 불쾌감을 일으킬 것을 두려워하는 경우도 있고요. 발작이 일어나면 과호흡, 구토, 식은땀, 이명, 어지럼증과 위장관계 이상 증상 등이 나타납니다. 흔히 사람들은 이러한 증상을 대인공포, 무대공포증으로 일컫습니다. 그리고 정신건강 분야에서는 사회불안장애, 사회공포증 Socicophobia으로 이를 정의한답니다. 대한민국의 사회불안장애 유병률은 꾸준히 증가 추이를 보이고 있어, 관심을 가져야 할 질환입니다.
A. 타인에게 면밀하게 관찰될 수 있는 사회적 상황에 노출되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하거나 불안해한다. 사회적 관계(대화, 낯선 사람 만나기), 관찰되는 것(음식 먹거나 마시는 자리), 타인 앞에서 수행(연설)을 들 수 있다.
주의점: 아이들은 성인과 관계가 아니라 아이들 집단 내에서 불안해할 때만 진단해야 한다.
B. 다른 사람에게 부정적으로 평가되는 방향(수치스럽거나 당황한 것으로 보임, 다른 사람을 거부하거나 공격하는 것으로 보임)으로 행동하거나 불안 증상을 보일까 봐 두려워한다.
C. 이러한 사회적 상황이 거의 항상 공포나 불안을 일으킨다. 아동의 경우 공포와 불안은 울음, 분노발작, 얼어붙음, 매달리기, 움츠러듦, 사회적 상황에서 말을 못 하는 것으로 표현될 수 있다.
D. 이러한 사회적 상황을 회피하거나 극심한 공포와 불안 속에서 견딘다.
E. 이러한 불안과 공포는 실제 사회 상황이나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볼 때 실제 위험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극심하다.
F. 공포, 불안, 회피는 6개월 이상 지속되어야 한다.
G. 공포, 불안, 회피는 사회적, 직업적, 다른 중요 기능에서 임상적으로 현저한 고통이나 손상을 초래한다.
H. 공포 불안, 회피는 물질의 생리적 효과나 다른 의학적 상태로 인한 것이 아니다.
I. 공포, 불안, 회피는 공황장애, 신체이형장애, 자폐스펙트럼 장애와 같은 다른 정신질환으로 잘 설명되지 않는다.
J. 만약 다른 의학적 상태(예, 파킨슨병, 비만, 화상이나 손상에 의한 신체 훼손)가 있다면, 공포, 불안, 회피는 이와 상관없거나 혹은 지나치다.
사회불안장애 또 다른 이름으로는 사회공포증. 이를 겪는 분들은 이 증상으로 인해 사람들에게 놀림당하거나 우습게 여겨질까 봐 불안해합니다. 특정 상황이 원인이 되어 공황 발작 증세를 보이나, 공황장애자는 공황발작 자체가 두렵지만 사회불안장애자는 증상을 향한 타인의 시선이 공포스러운 점이 다릅니다. 예컨대 자신의 붉어진 얼굴, 떨림이 들키는 것도요.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신체 증상이 일어날만한 상황을 피하려다 보니 점점 더 활동 반경이 좁아지고 사회적으로 철수된다는 점이 문제가 되지요. 발병 시점이 아동기나 사춘기 전후인 경우가 많습니다. 통계로는 6세 어린이의 3%, 청소년 남아의 5% 여아의 10%가 불안장애를 겪는다고 해요. 성장기인 이들에게 이 장애가 있다면 공동체 생활이 필수인 학교에 적응이 어려우므로 더 큰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어린이는 어른 앞에서 어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또래 아동에 대해 이러한 모습을 보여야 사회불안장애로 진단합니다.
어린 친구들이 느끼는 불안의 강도는 또래에게 멸시당할 것에 대한 두려움에 구토를 할 정도이며 종종 배나 머리의 통증을 호소하며 등교거부를 하기도 해요. 학교생활의 장애는 이후의 발달과 성장에 영향을 줄 뿐 아니라 우울증과 학업부진 등을 일으키기 때문에 아이의 결석을 계속 허용하는 것은 능사가 아닙니다. 회피할수록 점차 학교를 더 싫어하게 될 수 있거든요. 이것이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 소아환자들이 느끼는 공포감과 불안이 상당하기에 부모님도 상담자도 안쓰럽고 고통스럽습니다. 그러나 불쌍하다고 회피를 방조하면 결과적으로는 병증은 더 심해질 수 있고요. 줄다리기를 적절히 하며 치료를 진행하는 일에 본인과 양육자의 에너지가 많이 소진됩니다.
다행히 조기 치료를 하면 아이들은 스스로의 불안감을 다룰 수 있도록 호전되기도 합니다. 이것이 반드시 치료를 해야 할 이유 중 하나이지요. 기특하게도 소아 중에 본인이 두려운 것이나 상황이 어떤 내용인지 정확히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러나 보편적으로는 토할 것 같다거나 두통이나 배탈과 같은 몸의 아픔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오진을 막고, 감별진단을 위해 아이의 신체장애 여부와 몸 상태까지 세밀히 살피게 됩니다. 진단을 위해 소아의 상태 파악에 있어서 본인 면담과 검사도 물론 중요하지만 부모님의 관찰 보고 내용은 중요하게 다뤄집니다. 아동과 청소년을 치료하는 작업은 단지 성인 환자 또는 내담자를 대하는 것에서 대상의 나이만 줄어든 차원의 일 이상입니다.
사회불안장애 소년이 주인공인 넷플 시리즈
Healing Power of Dude
넷플릭스 시리즈 나의 특별한 힐링 친구 는 사회불안장애를 지닌 11살 소년 노아와 정서지원 반려견 모야 그리고 그의 친구들의 이야기입니다. 홈스쿨링을 오랜 기간 해오던 노아가 11살에야 드디어 학교생활을 시작하게 되며 점차 친구를 사귀고 적응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그렸어요. 아이들 대상 드라마라서 유치하다고 느끼실지 모르지만, 전반적으로 사회불안장애자가 느끼는 불안과 공포의 느낌을 잘 살렸습니다. 초반 1화와 2화는 특히 더요. 예를 들어 노아가 등교 첫날 이후에도 교실 문턱을 넘어 교실에 들어가기까지 수일이 걸리는데요. 교실 문 앞에서 긴장이 극에 달해 몸이 복도 바닥으로 늪에 빠지듯 가라앉는 연출이 인상 깊었어요. 그리고 모야와 등교한 날, 친구들이 강아지를 쓰다듬으려고 노아를 빙 둘러싸는 장면이 있는데 아이들이 쭉 뻗은 팔 때문에 마치 좀비처럼 보이는 주인공의 상상 장면 등 만화적인 재미가 있으면서도, 수긍이 가는 연출이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사회공포증은 정서장애이죠. 스토리 진행 내내 모야를 노아와 등장인물들이 '정서반려견' 또는 '정서 도우미견'으로 지칭합니다. 이 단어, 들어보신 적 있으세요? 모야는 정서적 지원동물로 부모님이 노아에게 붙여준 친구입니다. 미국에서는 ESA Emotional Support Animals 시스템이 활성화되어 있다고 하네요. 정서적 지원동물은 정서장애를 겪는 이에게 안정감을 주고, 개의 경우 발작을 일으키면 짖어 주변에 알리는 훈련도 합니다. 단 맹인안내견, 인명구조견, 테라피독과 달리 임무수행을 위한 특수 훈련을 받지 않아도 이 역할은 가능합니다. 필요한 것은 사랑과 우정이니까요. 또한 개 외에도 주인에게 안정을 준다면 어떤 동물이든 가능해요.
단 위에서 서술한 특수견과 달리, 정서적 반려견은 동물 출입이 제한되는 곳에는 들어갈 수 없어요. 예외로 항공 탑승의 경우는 미국발 미국행에 한 해 몇 항공사에서 '개'일 경우 서류를 완비해 미리 제출하는 경우에 가능하기도 하니 참고로 알고 계시면 좋겠습니다. 한 가지 더 언급할 감상 포인트는 '가족'입니다. 노아를 둘러싼 부모님과 여동생의 태도, 주인공의 증상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처리하는지 눈여겨보시면 좋으실 것 같아요. 노아에게 동갑 친구들이 생기기 전까지 그의 가족들은 노아의 가족이기도 했지만 스승이자 친구이기도 했지요. 이들은 노아를 지지하지만 그가 도망치도록 놔두지는 않습니다. 노아는 결국 등교에 성공하고, 교실까지 들어가고, 친구를 사귀며 첫 발표수업도 해내지요. 이후로 여러 사건이 일어나고 성장합니다. 가족은 늘 노아 곁에 있는 최고의 아군입니다.
사회공포증의 원인은 양육 환경과 특정 사건에 의해 영향받기도 합니다만 복합적이라고 봐야 합니다. 신경생물학적으로는 도파민과 세로토닌의 불균형이 주요 원인이며, 그 외에도 편도체와 해마의 불안과 공포 조절 기능 상의 문제, 측두엽과 전전두엽 등의 뇌 부위의 불균형한 기능을 구조적 요인으로 꼽기도 합니다. 다만 유전적 소인도 확실히 있다고 봅니다. 부모에게 불안증이 있을 시 자녀가 불안장애를 겪을 확률이 높은 게 사실이에요. 통상 친인척 중 사회공포증 환자가 있는 이는 그렇지 않은 이보다 2배~6배 발병 가능성이 있음이 보고되었습니다(국가정신건강정보포털).
심리치료 기법 중 인지 행동 치료 특히 노출 치료가 가장 널리 이용되며 효과가 입증되었습니다. 마음 챙김과 수용 전념 치료도 불안장애에 도움이 됩니다. 사실 상담 심리치료 중 특정 기법은 효과가 있고 특정 기법은 효과가 없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모든 상담기법은 치료적입니다. 다만 증상과 개인 특성에 따라 보다 잘 맞는 접근법이 있다고 정리하고 싶네요.
필요한 경우 약물치료를 병행하기도 합니다. 치료제로는 선택적 세로토닌 흡수 억제제 SSRI 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bitor를 많이 씁니다. 세로토닌-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 억제제 SNRI serotonin – norepinephrine reuptake inhibitor를 사용하기도 하고 그 외에 발표나 회의 등 특정 상황에서 불안을 느낄 경우 최소 1시간 전 프로프라놀롤염산염 Propranolol 을 복용하여 안정을 유도하기도 합니다.
전자는 약효를 보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리며 꾸준하게 빼먹지 않고 복용하는 것이 중요해요. 후자는 특정 상황 즉 발표 등의 조건에 증상이 심해지는 분에게 도움이 될 처방입니다. 조언을 드리자면 후자의 약이 수능과 면접일에 긴장 낮추는 마법의 약으로 꼬리표를 달고 우황청심환이라도 되는 양 대중에게 각인되었는데요, 이것 위험합니다. 불안하고 긴장하면 심장이 뛰고 호흡도 빨라지지요. 즉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는 것인데 이를 눌러주는 게 약의 효과라면 반대로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부작용으로 서맥, 즉 심박이 느리게 뛰어 문제가 되거나 호흡을 내쉴 때 그렁거리거나 쌕쌕 소리가 나는 천명이 나타나는 상황 말입니다. 특히 호흡기와 심혈관계 질환자는 유의해야 합니다. 고시생, 수험생분들 자신의 건강과 안전을 담보로 삼지 마세요.
저의 지난 포스팅 중 불안장애 관련 서적을 정리한 내용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또한 긴장 및 불안 증세에 도움이 되는 안정화 기법에 대한 글도 기록되어 있으니 찾아보시도록 권합니다. 통제할 수 없는 공포와 두려움은 마음가짐의 문제도 성격 문제도 아닙니다. 불안장애가 의심된다면 일단 상담 센터이든 정신건강의학과이든 방문해 확인을 하세요. 당장은 진단과 치료가 시작되기 전에 알코올과 카페인은 줄이시고요.
여러분의 마음이, 관심을 받고 돌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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