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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싸인 Jun 10. 2019

황금종려상을 받은 기생충, 그리고 주 52시간 근무제

황금종려상 수상이 마땅히 빛날만한 또 다른 이유

'봉준호 자체가 장르다'라는 호평을 받으며 칸 영화제의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고, 현재 국내 관객수 700만을 돌파한 영화 '기생충'. 영화 기생충에는 '한국 최초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이라는 명예 뒤에 숨겨진 더 놀라운 사실이 있었다. 모든 스태프들과 표준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주 52시간 근무를 준수하며, 총 77회 촬영으로 영화를 제작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영화 기생충 자체의 작품성과 함께 제작과정이 주목받는 이유이다. 영화업계의 노동환경은 열악한 것으로 알려져 있기에 '표준근로계약서 작성과 주 52시간 근무'를 준수했다는 사실은 충분히 주목할 만하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아직 영화계는 주 52시간 근무제 의무 적용 대상 업종이 아니다. 더욱이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촬영 현장에서, 장시간 근무와 근로계약서 미작성은 비일비재한 일이었다. 2014년 개봉한 '국제시장'이 기획단계를 포함한 전 제작 과정에서 표준근로계약서를 도입한 첫 영화였다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처럼 영화계에서 표준근로계약서를 이용해 근로계약을 제대로 체결한 것은 불과 몇 년 되지 않은 일이다. 여전히 영화계에서는, 장시간 노동과 낮은 수준의 임금은 관행처럼 여겨지고 있다. 2015년 발표된 고용노동부 보고서에 따르면, OECD 월평균 노동시간(142.16시간)보다 영화계 노동시간이 169.74시간 더 길다. 또한 한국 월평균 노동시간(171시간) 보다는 140.9시간 더 긴 것으로 알려졌다.


표준근로계약서는 근로시간에 합당한 임금을 지급하는 것이 핵심이다. 일한 만큼의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장 스태프들의 처우개선을 위해 4대 보험 가입, 초과근무수당 지급, 계약기간을 명시한 계약서를 사용하며 주 52시간만 촬영한다는 것이다. 표준근로계약서 작성으로 인건비가 높아지면서 영화 전체 제작비의 부담이 커졌지만, 근로시간 준수 및 근로계약서 작성으로 제작의 효율과 촬영 현장의 분위기는 상당히 개선되었다는 의견이 많다.


봉준호 감독은 2013년 '설국열차'와 2017년 '옥자'를 촬영하면서 유럽, 미국식 배우조합 규정에 따른 영화 제작을 배웠다고 말했다. 8년간의 연습으로 표준근로계약에 맞추어, 영화 '기생충'을 보다 원활하게 제작할 수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기생충은 총 77회의 촬영으로 제작된 작품이다. 근로시간이 단축되면서 촬영 횟수는 늘어날 수밖에 없었을 텐데, 철저한 준비로 최대한의 제작 효율을 이루었다. (봉준호 감독 특유의 디테일함이 법정 근로시간을 준수에 어느 정도 기여했음은 분명하다.) 기생충 제작환경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한가지 더 있다. 배우를 배려하는 면모가 많았다. 그중 하나는 아역 배우의 보호를 위해 CG비용을 더 들여 블루스크린을 이용했던 것이다. 폭염의 날씨에 아역배우를 보호하고자, 날씨가 비교적 선선한 날에 아역배우를 촬영하고, 이외의 연출은 그대로 진행한 후 CG로 합성하여 비 내리는 밤 박사장 집 마당 신(scene)을 완성했다.


다행인 것은 영화계의 근로자 처우가 점차 개선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영화계에서 표준근로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이 이제 유별난 일이 아니라는 봉준호 감독이 말했듯,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개봉 영화 중 저예산·독립영화와 IPTV용 성인영화 등을 제외한 영화 63편 가운데 49편(77.8%)이 표준근로계약서를 이용해 근로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표준근로계약서 도입 및 정착에 대한 영화계의 전체적인 동의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해준다.  


영화계의 표준근로계약서는 영화 스태프들의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2011년 5월 영화진흥위원회 권고안으로 처음 발표된 후,  2013년 4월부터 영화업계 노사 합의에 따라 활용되기 시작했다.


기생충은 법정근로시간을 준수하면서도 작품성 있는 영화를 제작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어쩌면 기생충의 황금종려상은 잘 쓰인 시나리오,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 무서울만큼 섬세한 봉준호 감독의 디테일, 그리고 제작환경의 개선을 위한 노력이 함께 만들어낸 결과물일 것이다. 이것이 기생충의 황금종려상 수상이 마땅히 빛날 수 있는 이유이다.


(쉴 새 없이 바쁜 영화 촬영 현장에서 표준근로계약서를 확실하고 안전하게 작성하는 유일한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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