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를 잘 하고싶은 마음에 원서를 잔뜩 사서는 한켠에 쌓아둬본다.
그림을 잘 그리고 싶어 재료를 잔뜩 사서는 다른 한켠에 담아둬본다.
어릴적 공부를 너무 안했던 욕망을 책으로 풀어내려고 잔뜩 책을 사서는 쌓아두었다.
그렇게 하고시픈것들을 조금이라도 느껴보려고 쟁여두고 쌓아둬본다.
그게 전부이다.
내킬때 하면 되지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닥 마음편히 내킨적이 없다.
잔뜩 게으름을 부리며 누워서 지나가는 차소리를 듣는다.
분명 새 건물임에도 습기가 차서인지 책벌레를 두마리나 발견하고는 놀래서 오전 내내 청소를 했더니 이제 점심시간인데 벌써 피곤해져버렸다. 몸이 그렇게 자꾸만 나에게 쉬라고 신호를 보내는건 좋은데 그 신호가 너무 잦다.
모든걸 다 털어넣고 빚까지 지면서 무리하게 독립을 했다.
그것까진 좋았다.
기간에 맞춰야 했는지 갈수록 부실하기 짝이없는 북박이 장이, 마감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들뜬 화장실이 눈에 보인다.
이걸 어디에 어떻게 항의를 해야할지조차 모르겠다.
엊그제는 누워있는데 커텐이 떨어지고 말았다.
벌써 세번째. 처음 두번은 깨어있어 다행이었지만 자다가 떨어진 커텐에 놀라 소리를 지른 내 목소리에 더 놀란 마음은 쉬이 진정되지 않는다. 다음날 당장 커텐집에 전화해서 설치 비용을 물으니 5만원이란다. 고민해보고 다시 전화드릴게요라고 말하고는 잠시 생각해보니 그냥 떨어지는대로 맞으면서 살자 싶어진다.
내것이지 않을때는 몰랐던 한푼한푼이 내것에서 나간다니 아까워서 쓸 수가 없다.
아까워지다보니 지난날 샀던 물건들을 보면서 왜그랬을까 한숨이 인다.
저 수많은 펜들은 죽을때까지 다 쓸수도 없을것 같고 책은 그나마 읽을것 같기는 한데 미술도구들은 또 어쩔것이며 공간도 없어 숨어있는 그것들을 꺼냈다 집어넣었다 하려니 그것마저 귀찮아 하지 않게 되는 아이러니 속에 살게 되니 조금씩 알게 된다.
참 형편없는걸 많이도 샀구나...
그러다보니 은행 이자가 생각이 난다.
그 돈이 아깝다라는 생각이 들자 어떻게든 유용하게 바꿔야한다고 생각이 들고 그러고나니 무슨일이든 해야한다는 생각이 들고 할 수 있는 걸 찾아보니 그나마 갖고있는 글 쓰는 일과 그림 그리는 일이 다시금 되돌아온다. 다시 말하자면 그 아까운 돈 들여 산 것들이 아깝지 않으려면 사용하는 수 밖에 없다를 만난 것이다.
책을 한번, 펜을 한번, 그림 재료들을 한번, 원서들을 한번 바라본다.
조금은 애정도 담아본다.
시간의 힘을 믿어본다.
나에게 행운을 가져다 주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