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잠이 들기 전에도 아침에 눈을 뜬 후에도 나지막이 기도를 한다. 이 세상에 어떤 일을 하기 위해 태어난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걸 알기 전까지는 읽고 쓰는 일을 하고 싶다고. 그러니 그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그러고는 오늘은 무엇을 쓸까 고민하다가 고민의 끝에 다 와서도 도저히 쓸 말이 생각나지 않아 책을 읽기 시작한다.
그 언젠가 글은 단어들의 조화이고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단어들을 수집한다는 작가의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러려니 하고 그렇게 넘어갔는데 우연히 집어 든 책에서 그 얘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내 머리로는 도저히 나올 것 같지 않은 아름다운 형용사와 명사가 만나 표현된 문장을 보며 부끄러웠다.
허무하게 쫄딱 젖은 채로, 막막한 중립성의 생, 경멸 섞인 짜증, 식어버린 코코아처럼 질척 질척한 기분, 뻐근해질 정도의 마음 등등의 표현들로 이루어진 그녀의 글이 좋았다. 어쩌면 글이란 그렇게 상상 속에서 펼쳐지는 표현의 세계일 텐데 참 정직하게 나만의 틀에 박혀 써왔구나라며 열심히 그런 표현들에 밑줄을 그었다.
계속 내 속을 채워나가는 수밖에 없겠어. 왜 나는 저런 글을 쓰지 못했을까 슬퍼하고 체념하기보다는 더 많은걸 읽고 쓰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 적어도 하고 싶은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안도를 하면서. 누군가는 내 글을 통해서 외롭고 기쁘고 슬프고 고독하고 행복한 복잡한 감정들에서의 위로를 받기를 바라면서.
그러니 계속 써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