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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이 May 17. 2023

키우기 전에는 몰랐던 사실들




강아지를 입양하려면 보호소로 가야 는데

부끄럽지만 몰랐습니다.

분명히 버려진 아이들에 대해 들은 적이 있을 텐데

불쌍하다고 생각만 했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모르고

나와 관계없는 일이라 여겼습니다.



브리더가 뭔지도 몰랐습니다.

 오자는 말에

그럴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보자마자 눈물이 터질 줄도 몰랐고

그대로 내 품에 안아 데리고 올 줄 몰랐습니다.



반려견에 대해 상식도 지식도 없었습니다.

키울 생각을 한 적도 없었습니다.

강아지를 만지지도 못했고

지 귀엽지 해도 관심이 없습니다.



이제 와 생각해 보면 정말 이상한 일인데

그때는 그랬습니다.








저는 강아지가 집에 오면
하루나 이틀 후엔 여기가 내 집이구나
이 사람들이 내 가족이구나 알 줄 알았습니다.



밥 주고 재워주면

당연히 저 사람들이 내 보호자구나 생각할 줄 알았는데
우리를 신뢰하 하려면
내가 먼저 사랑하고 믿고 기다리고

시간과 정성을 오래 쏟아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받아들여 주면 다행이고
믿어주면 고마운 일이란 것도

키우기 전엔 몰랐습니다.



내 맘대로 붙인 이름이면서
몇 번 부르면 알아듣겠지 착각

내 눈에 이쁜 집 방석 사주고선 쓰겠지 생각
화장실도 내 맘대로 정해놓곤
며칠 가르쳐주면 아서 잘 가릴 줄 알았습니다.



강아지는 뭘 줘도 잘 먹고 소화도 잘 시킬 줄 알았는데
왠 걸, 임금님 입맛이시 

너무 많이 줘도 안되고

간식도 사람음식도 조심해야 하고

알레르기 때문에 못 먹는 음식이 많다는 것도 

키우기 전엔 몰랐습니다.



동물이라 추위 더위에 강한 줄 알았는데

렇게 섬세할 줄이야.

강아지 때문에 에어컨 돌리고 가습기 두 개 틀

강아지도 아기처럼 유치 빠지고 영구치가 난다는 당연한 사실도

그때는 몰랐습니다.



어디서 슬개골이란 말은 주워 들었

그게 어딘지 뭘 어떻게 조심해야 하는지 몰랐

리처럼 감기 걸리고 배탈 나고 눈병 나고

당뇨에 암에 치매까지 그렇게 많은 병에 걸릴 수 있다사실 몰랐습니다.





이리 와하면 반갑게 뛰어올 줄 알았고
안아주면 좋아할 줄 알았고
산책 가자면 행복해하고

이쁜 옷 입혀 주면 뻐하고
잘 땐 품에 꼭 안겨 자는 줄 알았는데



도도하고 어려우시다.
오란다고 오고 가잔다고 가는 쉬운 존재가 아니란 사실을 우기 전엔 몰랐습니다.



발바닥, 똥꼬, 눈가, 입가
털 정리해야 하는지 몰랐고
항문낭이란 것이 있는지도 몰랐는데


더 놀라웠던 것은 하루라도 빗질 안 하고 눈곱 떼지 않으면
그렇게 빨리 꼬질이로 변하는 줄 몰랐습니다.


산책하고 오면 끝인 줄 알았더니
발닦이고 먼지 털고 벌레 붙었나 살펴보고
목욕 한 번 시키고 나면 허리 뽀사지는 노동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







한 마리 키우는데 이렇게 많은 물건이 필요한 줄 몰랐고

바닥에 쓰레기가 그렇게 많은 줄 몰랐고

산책 가야 하는데 이놈의 미세먼지는 왜 며칠씩 나쁨인 건지.



잘 키우려면 좋은 이웃과 다정한 마을이 필요한 줄 몰랐고
강아지에게 함부로 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

개념 없는 보호자가 참 많다는 사실도 몰랐습니다.



 애운 멍빨 오산완 이란 말이 무슨 뜻인 줄 몰랐고

장바구니는 소 간, 돼지 귀, 칠면조 힘줄 점점 더 기괴해지고

생닭 만지는 것도 싫은데

메추리 반으로 잘라 냉동시키며 든든해할 줄 몰랐습니다.



강아지와 같이 들어갈 수 없는 곳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 몰랐고

외식이나 여행할 때 반려견 동반 가능 검색부터 하게 될 줄 몰랐고

외출복점점 편한 운동복과 점퍼로 바뀌 

가방은 산책가방이 되 는데
 중에 애는 뭐 입혀야 이쁠까 고민하고

내 머리 하러 코앞에 있는 미용실은 안 가면서

강아지 미용하러 미리 예약하고 차 타고 다닐 줄 몰랐습니다.






그런 생각이 듭니다.
장군이가 나이 들수록
나는  많이 알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몰랐나 더 많이 깨닫게 되구나.


시간이 지나면
전 무엇을 몰랐다 할까요?


이렇게 시간이 빨리 지줄 몰랐다.
눈 관리 이빨 관리 중요한지 몰랐다.


너무 깔끔 떨지 말걸
너무 많은 규칙 세우지 말걸
더 편하고 자유롭게 키울걸.



그땐 그걸 몰랐다
할까요.



장군이도 나도 건강하고 힘 있을 때

더 많은 길을 같이 걷고
더 넓은 곳을 함께 여행하고
오래 곁에 머물며
더 깊이 눈 마주치
더 자주 사랑한다 말해야 했는데

그걸 몰랐다 후회할까요?







저의 가장 큰 오만은
강아지가 필요 없다던 과거의 접니다.
가장 큰 무지는 강아지를 모르던 시절의 접니다.



강아지 한 마리에 무슨 의미를 그렇게 붙이고

유난을 떠냐 해도 이해합니다.

얼마 전에 저도 그랬으니까요.



장군이를 만나고

세상 모든 강아지의 행복을 바라게 됐습니다.

학대받고 버려지는 강아지들에게 눈 돌리게 됐습니다.

인간 세상에서 같이 살아가는 많은 동물들을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이 사랑하게 됐습니다.



더 많이 웃고

더 자주 행복하고

더 가지지 못해도 충만한 마음.



아무것도 모르는 내게 와서

많은 것을 가르쳐 주고 있는 아이.
모르는 거 투성이인 나와 기꺼이 함께해 주는 아이.



작은 강아지 한 마리가

저를 이렇게 바꿔놓을지 몰랐습니다.

장군이가 이렇게 제게 행복을 줄지 몰랐습니다.

제가 장군이를 이렇게 사랑하게 될 줄 정말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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