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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이 Jun 18. 2023

주간 일기 6월

셋째 주



6.12


5월 18일에는 화석에 대한 글을 썼다. 가능하다면 '리영희' 선생님에 대한 글을 쓰고 싶었다. 선생님은 내가 학생이었던 시절 존경하는 지식인이었고 인터뷰 ㅈㄱㅂ 《대화를 읽은 후엔 한 권의 역사서를 대신하는 개인사에 감명받았다. 오늘 대화에 관한 '비판적' 서평을 읽었다. 대화에 담긴 역사적 시간과 사건에 기 눌리지 않은 이 좋았다. 자기만의 언어란 이런 것인가 생각했다. 당시 뇌출혈로 글을 쓰기 어려운 상황에서 흔들리는 글씨체로 서평에 답한 선생님의 편지가 오래 남는다. "의식하지 못한, 나 자신에 대해 지적해 주어 고맙습니다. 다섯 번 읽었고 앞으로도 계속 읽을 것 같습니다." 지성인의 대화란 이런 것인가 생각했다. 원고지 5매 정도의 글도 겸손하지 못할 때가 많다. 인생을 담은 글에 보인 겸양이 큰 가르침이 됐다.





6.13


저녁 7시 40분쯤 산책을 나갔다. 해가 길어져 어둡지 않았다. 내 개와 걸었다. 내가 천천히 걸어도 나보다 작은 내 개는 속보로 걸어야 나를 따라잡고 녀석이 맘먹고 속도를 붙여 걸으면 내가 속보를 해야 걸음이 맞다. 주거니 받거니 그렇게 걸었다. 그것이 재밌어 멀게 멀리 돌았다. 내 개가 종종종 걷다 한 번씩 돌아보고 웃는다. 기분 좋다고 잘 따라오고 있냐고 우리 걸음이 잘 맞다고. 가르치지 않았는데 사람 설레게 하는 방법을 안다. 고나길 사랑이다.





6,14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무엇을 쓸 것인가'라는 구절에 밑줄을 그었다. 몇 개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6.15


장군이가 발가락을 자꾸 핥아 병원엘 갔다. 이 알레르기라는데 안 먹던 걸 먹였나 묻는다. 사람 음식은 먹이않았는데 근래 뭘 주긴 했다. 먹을 때마다 식탁 아래에 앉아 쳐다보니 식구들이 곤욕이다. 귀엽다고 조금씩 떼주더니 그게 탈이 난 모양이다. 이쁘다고 한 일이 건강을 망치니 애정이 병이다.






6.16


친구가 자전거를 탈 수 있냐 물었다. 10살엔 탈 줄 알았는데 40살에 탔을  페달을 밟자마자 넘어져 다리가 바닥에 쓸렸다. 다친 다리보 왜 자전거를 못 타지 라는 충격이 더 컸다. 자전거 타는 법은 안 잊어버린다고 들었는데 헛방인가. 내 말에 친구는 내가 자전거를 못 탄다 확신했지만 나는 여전히 내가 자전거를 탈 줄 안다 믿고 있다. 대부분의 믿음이 그렇듯 증명할 생각은 없다.






6.17


박완서 선생님의 산문집을 읽다 '해당화'란 단어를 보고 참 오랜만이구나 생각했다. 동시에 '해당화가 곱게 핀~'으로 시작되는 노래가 머릿속에 재생됐다. 래란 참 이상하다. 마지막으로 부른 지 못 되어도 35년은 족히 넘었을 텐데 음정과 가사가 고스란히 기억나는 것 신기해 조그맣게 불렀다. 수줍었다.


두 손 감아쥐고 배꼽 위에 올려 박자 맞춰 흔들던 어린 시절이 생각났다. 아, '누가누가 잘하나'에 나가려고 연습하던 곡이었. 학교 예선전이 먼저였는데 떨어졌다. 세월이 흘러 지금은 듣는 이가 내 개뿐이다. 어쩌면 35년을 달려와 내 개에게 들려주려 연습했지 모른단 생각이 다. 물결마저 잔잔한 바닷가에서.





발을 핥아 넥카라를 하려고 했더니 도망가 카시트에 숨었다. 귀여워 어이없다.



아파트 도색이 한창이다. 고생 많으십니다. 감사합니다.



행복한 꿈지기님과 주방등이 같아 반가웠다. 전등을 이것으로 바꾸고  우리 집에서 나만 좋아했다. 그때의 설움을 보상받은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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