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실 앞엔 언제나 내 개가 있다.
욕실에 들어갔다 문을 열면
언제 왔는지
보디가드처럼 문 앞에 누워 있다.
부드럽고 귀여운 주제에 날 지킨다.
'욕실은 위험해.
누가 쳐들어올지 모르니 내가 지켜줄게.'
다리도 짧아 하찮은데 은근히 든든하다.
연애할 땐 남자 친구가 화장실 앞에서 날 기다렸는데
그래선지 나는 내 개가 아들같다 친구같고 애인처럼 느껴진다.
욕실에 들어가 있으면
문 앞에 있을 녀석땜에 마음이 바빠진다.
세수도 빨리 하고 이도 최고 속도로 닦고 샤워도 대충하고 볼 일도 급하게 본다.
문을 열었는데 문 앞에 없으면 서운하다.
'욕실까지 따라오면 분리불안이래'
'기다리지 않으니까 편하게 좋네' 하지만
사실은 섭섭하다.
빈 자리의 슬픔을 느낀다.
이제 알았냐 인간.
아무래도 이 녀석이 날 길들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