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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이 Oct 17. 2023

어림하기



5학년아이에게 어림을 가르친다.

101을 올림 해서 백자리까지 나타내면 200이 되는 거야.

왜요?

올림은 뒤에 1이라도 있으면 올려야 하거든.

그럼 사기잖아요. 내가 포켓몬스터 카드를 101장 갖고 있는데 친구한테 200장 있다고 하면 사기 아니에요?


3학년 아이에게 원을 가르친다.

점에서 같은 거리 떨어져 있는 점들을 모두 모으면 원이 되는 거야.

이 점에 강아지가 묶여 있다고 생각해 봐.

강아지가 빙그르르 돌아가면서 그리는 모양, 게 원이야.


선생님, 강아지는 묶어서 키우면 안 된다고 그랬어요.

누가?

강형욱 아저씨가요. 텔레비전에 나왔어요. 1미터 안에서만 살면 불행해진대요.



장자가 말하길 도척지도라 하였다. 도둑 중의 도둑 도척이란 자가 있었는데 부하가 묻는다. 어떻게 하면 대장처럼 큰 도둑이 될 수 있습니까. 도척이 대답한다. 큰 도둑이 되려면 훔칠 곳을 알아내는 聖과 앞장서 담을 넘는 龍, 부하들을 내보내고 가장 나중에 나오는 義와 훔친 것을 나누는 仁이 필요하다. 훌륭한 인의예지라 하더라도 도둑이 사용하면 지식이 도둑질에 사용된다는 뜻이다.


배울 때 가져야 할 의문을 가르치며 갖는다.

올림을 배운 지식인은 허세 부리고 사기를 친다.

원 좀 그려본 사람은 멀리 보지 못하고 1미터 안에서 1미터만 보며 산다.


학교에서 배운 개념이 길거리에서는 모순이 될 때 윤리는 유치원에서 끝나는 걸 바라보며

세상이 왜 이런 것이냐 한탄하고

배운 것들이 더하다 말하며 손가락질했지만 가끔 그 손가락이 눈앞에 머문다.



여행을 가려고 버스를 불렀어. 모두 타고 이제 자리가 없는데 너만 남았어.

자리가 없으니 너는 버스 따라 열심히 뛰어오렴 한다면 기분 좋겠어?

너를 위해 버스 한 대를 더 부르는 게 그게 올림이야.


나 때문에 버스 한 대를 부르면 고맙지만 미안할 거 같아요.

큰 버스에 나만 타고 가면 재미없고 싫을 거 같아요. 차가 많이 다니는 건 환경에도 좋지 않대요

불편해도 친구 옆에 끼어 앉아서 갈래요.


자꾸 잊는 마음을 가르치며 기억해 낸다.

지식이 사람을 앞서고 자연을 거스르는 일을 생각한다.







가끔 애들이 쓴 재밌는 답을 발견하는데 웃길려고 쓴 게 아니라 대단히 진지하게 쓴 답이라는데 웃김의 포인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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