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사랑하는 일 중 하나는 침대에 누워 책을 읽 고 그옆에 장군이가 누워있는 것이다. 내 옆구리에 제 엉덩이를 대고 엎드린 장군이의 체온을 느끼며 책을 읽다 고요히 손바닥으로 보드라운 털을 쓰다듬는 일이다.
장군이는 그때마다그러거나 말거나 신경 쓰지 않는데 가끔은 거기 말고 여기라는 듯 배를 보이며 눕는다. 오래 합을 맞춘 짝처럼 나 역시 책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돌아누운 배를 긁어준다.
장군이가 늘 협조적이진 않은데 어떤 날은 '그딴 거 그만 봐'하며장난감을 가져온다. 책을 머리로 밀어젖히고 손이나 배에 놀잇감을 올려 둔다.베개 한쪽을 빼앗아 눕기도 하고어깨나 배에 머리를 기대 바라볼 때도 있는데 그럴 땐더이상 책을 읽지 못한다.너무 귀여워 책 보다는 장군이를 보는 일이 더 행복하기 때문이다.
한참 조용히 곁에 누워있다 '너는 네 일을 해 나는 내 일을 할게' 하며 장난감을 물어뜯고 놀기도 한다. 그럴 때불현듯 이름을 부르면'왜' 하며 고개를 든다. 동작이 깜찍하고 재밌어 나는 자주별 일없이 장난친다. 장군이는 그때마다 고개를 번쩍 들어 알은 체를 하는데 나는 그게 매번 웃긴다. 우리는 눈을 맞춘 채 몇 초간 가만히 바라보고 그러다 내가 웃으면 '뭐야 별거 아니었잖아'하며 장군이는다시 장난감으로 돌아간다.
장군이를 보면 사랑할 땐 녀석처럼 해야 한다 자주 생각한다. 돌아왔을 때 온몸으로 반기는 벅찬 환대가 그렇고 고요히 곁을 지키는 품성이 그러하다. 재지 않고 어렵지 않게 보고 싶었다 솔직하게 말하는 사랑은 참 반가운 거구나 고맙구나 배운다. 어서와 라는 꼬리짓 하나로 복귀의 평안을 선사한다.
예전에 방송에서 봤던 사연이 기억난다. 아무렇게나 살다 죽으려 산에 들어갔고 키우던 개 한 마리를 데리고 갔다. 개와 함께 추운 겨울을 지내고 나니 살아지더라고 살고 싶어 지더란 고백을 들으며 진심으로 그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곁에 하니만이어도 괜찮다. 한 생명에 대한 책임과 사랑, 생명이 나눠주는 신뢰와 따뜻함이살게 만든다.
복잡한 말이 필요 없고 큰 요구 없이 서로에게 만족한다.너를 지키고 있다는 책임과 네가 지켜준다는 든든함을 동시에 받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어떤 날은 급히 씻고 서둘러 먹고 이르게 눕는다. 장군이에게 한참을 기대어 숨을 고른다. 그때의 평화는 설명할 수 없다.'네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실패를 겪었는지 알 필요 없어. 괜찮아 나는 너를 사랑해'라는 말을 듣는 기분이다. 그냥 나이기만 하면 되는 장군이를 나도 그런 마음으로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