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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이 Oct 19. 2023

내가 사랑하는 일


내가 가장 사랑하는 일 중 하나는 침대에 누워 책을 읽 고 그 옆에 장군이가 누워있는 것이다. 내 옆구리에 제 엉덩이를 대고 엎드린 장군이의 체온을 느끼며 책을 읽다 고요히 손바닥으로 보드라운 털을 쓰다듬는 일이다.

장군이는 그때마다 그러거나 말거나 신경 쓰지 않 가끔은 거기 말고 여기라는 듯 배를 보이며 눕다. 오래 합을 맞춘 짝처럼 나 역시 책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돌아누운 배를 긁준다.

장군이가 늘 협조적이진 않은데 어떤 날은 '그딴 거 그만 봐'하며 장난감을 가져온다. 책을 머리로 밀어젖히고 손이나 배에 놀잇감을 올려 다. 베개 한쪽을 빼앗아 눕기도 하고 어깨나 배에 머리를 기대 바라볼 때도 있데 그럴 땐 더이상 책 읽지 못한다. 너무 귀여워 책 보다는 장군이를 보는 일이 더 행복하기 때문이다.

한참 조용히 곁에 누워있다 '너는 네 일을 해 나는 내 일을 할게' 하며 장난감을 물어뜯 놀기도 다. 그럴 때 불현듯 이름을 부르면 '왜' 하며 고개를 다. 동작이 깜찍하고 재밌어 나는 자주 별 일없이 장난친다. 장군이는 그때마다 고개를 번쩍 들어 알은 체를 하는데 나는 그게 매번 웃긴다. 우리는 눈을 맞춘 채 몇 초간 가만히 바라보고 그러다 내가 웃으면 '뭐야 별거 아니었잖아' 하며 장군이는 다시 장난감으로 돌아간다.

장군이를 보 사랑할 땐 녀석처럼 해야 한다 자주 생각한다. 돌아왔을 때 온몸으로 반기는 벅찬 환대가 그렇고 고요히 곁을 지키는 품성이 그러하다. 재지 않고 어렵지 않게 보고 싶었다 솔직하게 말하는 사랑은 참 반가운 거구나 고맙구나 배운다. 어서와 라는 꼬리짓 하나로 복귀의 평안을 선사한다. 

예전에 방송에서 봤던 사연이 기억난다. 아무렇게나 살다 죽으려 산에 들어갔고 키우던 개 한 마리를 데리고 갔다. 개와 함께 추운 겨울 지내고 나니 살아지더라고 살고 싶어 지더란 고백을 들으며 진심으로 그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곁에 하니만이어도 괜찮다. 한 생명에 대한 책임과 사랑, 생명이 나눠주는 신뢰와 따뜻함이 게 만든다.

복잡한 말이 필요 없고 큰 요구 없이 서로에게 만족한다. 너를 지키고 있다는 책임 네가 지켜준다는 든든함 동시에 받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어떤 날은 급히 씻고 서둘러 먹고 이르게 눕는다. 장군이에게 한참을 기대어 숨을 고른다. 그때의 평화는 설명할 수 없다. '네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실패를 겪었는지 알 필요 없어. 괜찮아 나는 너를 사랑해'라는 말을 듣는 기분이다. 그냥 나이기만 하면 되는 장군이를 나도 그런 마음으로 사랑한다.



충전 중
그딴 거 그만 읽어 하는 중


사랑해 장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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