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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이 Apr 26. 2023

카드가 사라졌다



카드가 사라졌다. 모임 통장 카드는 쓰는 일이 드물어 한동안 잊고 지냈다. 2월 제주도 여행을 다녀온 후 사용하지 않았으니 벌써 두 달이 넘었다. 공항에서 친구한테 맡긴 기억이 있어 물었다.


"나 안받았는데... 한 번 찾아볼게. 우리 나이엔 장담하면 안된다."
"나는 너 준 거 같은데. 나도 다시 찾아볼게. 우리 나이엔 고집부리면 안돼."


마흔되기 전 만해도 커피는 믹스커피만 마셨다. 프림 맛 설탕 맛 커피. 원두커피 맛없다는 말에 엄마는 프림이 소화가 안된다 하셨다. 그 말을 마흔 넘겨 이해했다. 지금은 나 역시 그 때 엄마처럼 먹고 싶어도 못먹는다.

나이든다는 것은 그때는 알 수 없는 일이 이해되는 과정이다. 내가 틀릴 수도 있다고 인정하는 여유다. 그땐 아니었지만 지금은 맞다 번복하는 용기다.


친구에게 톡이 왔다.

"미안하다 친구야 카드 나한테 있네."
"재발급 귀찮은데 찾아줘 고맙다 친구야."


어쩌면 나이 먹어 건망증이 생기는 이유도 세상 다 안다 자신하지 말고 실수할 수 있으니 겸손하란 섭리일 지 모른다. 장담하지 않는 열린 마음. 고집 부리지 않는 부드러움. 믹스커피가 마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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