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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닮녀 Sep 23. 2022

이제야 챙겨봅니다. 연애 때도 못 챙긴 100일

100일 챌린지- <웅녀되기>프로젝트

어제 한 단톡방에서 깨톡 깨톡 메시지가 울리더군요. 내일이면 2023년 1월 1일이 되기까지 딱 백일 남았다며 100일 동안 무얼 할지 계획을 세워보라고요. 그리고는 매일매일 스탬프를 찍을 수 있는 예쁜 이미지를 공유해 주었답니다. 별생각 없이 지나쳤는데 왜 계속 100이라는 숫자가 머리에 맴돌까요?



연초에 세웠던 계획 중 원고 투고에 비중을 가장 크게 두었고, 피땀 열정을 쏟은 결과 계약 후 조금씩 결과물을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외의 계획들은 조금씩 어긋났지요. 특히 주 2회 글쓰기는 브런치 작가를 시작하면서부터 홀로 지켜왔던 약속이었는데, 출간 계약 이후 맘이 느슨해진 탓인지 바쁘다는 핑계인지, 지키지 못했습니다. 



계획을 세웠으면 지켜야 하는 J형이기에 앞으로 남은 100일이라는 숫자를 보고는 그냥 넘길 수가 없었나 봅니다. 지금까지 쓰지 못한 주 2회 분량을 채우려면 적어도 주 4,5회는 써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이왕 쓸 거면 100이라는 숫자를 쓰면 좋겠다(어린 왕자가 어른들은 숫자에 집착한다고 그러지 말라고 했는데... 저도 어쩔 수 없는 어른이군요)는 생각도 들더군요. 



그렇지만, 100일 동안 매일 글쓰기를 실천한다는 게 옆집 강아지 이름을 부르는 것처럼 내뱉기 쉬운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저를 두고 양쪽에서 천사와 악마가 싸우는 듯했습니다. "일단 글을 쓰는 거지, 해보고 안되면 그때 가서 조절해도 괜찮아. 용기를 내."라고 말하는 천사와 "매주 2편씩 쓰지 않는 게 법에 어긋나는 것도 아닌데, 뭐하러 그 힘든 일을 스스로 자처해? 그럴 시간에 드라마도 좀 보고 잠도 더 자는 게 낫지!"라고 말하는 악마의 속삭임. 오전 내내 백번도 더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천사와 악마를 들었다 놨다 했지요.



이대로라면 계속 천사와 악마 사이를 왔다 갔다 할 것 같았어요. 문득 손을 내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침에 인사를 나누었던 브런치 동무들에게 100일 동안 매일 글쓰기를 하려는데 같이 하실 분이 있냐고 슬며시 던져보았죠. 다들 본캐는 엄마라 메시지가 뜸하게 오가는 경우가 많은데요, 웬일인지 한 분이 바로 긍정적인 답변을 주었어요. 오! 나의 데스티니! 그러자 다른 분들도 조금씩 기다리셨다는 듯 나타나셨어요. 100일 동안 무언가 하고 싶었던 거죠. 꿈틀대는 맘이 있었던 거죠. 그렇게 우리의 글쓰기는 시작이 되었습니다.



브런치에 매일 쓰는 게 저의 목표지만, 다들 다른 채널들도 많이 갖고 있기에, 어떤 채널에서 얼마큼 쓰는지 제약은 두지 않았어요. 다만 '매일 뭐라도 써보자'라는 취지로 챌린지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제가 방을 열고 날짜를 확인해 드리지만, 리더 없이 모두 각자의 글을 쓰는 참여자로 100일을 함께 보내려 합니다. 



사람일은 어찌 될지 모르니 100일 중에 힘들어서 못쓰는 날, 기뻐서 못쓰는 날, 아파서 못쓰는 날, 노느라 못쓰는 날도 있겠지만요. 그래도 최대한 매일매일 짧게라도 써 보려고 합니다. 우리 모두의 어머니인 웅녀는 곰의 모습으로 100일 동안 동굴에서 마늘과 쑥만 먹으며 지냈지요. 그리고는 100일 후 사람이 되었답니다. 우리도 100일 동안 악마의 유혹을 뿌리치고 나만의 동굴 속에서 글을 쓰고 다른 글동무들의 글을 읽으면, 언젠가 웅녀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의미를 담아 <웅녀되기>라는 네이밍도 지어봤습니다. 



100일 후 웅녀가 되어도 단군님은 못 만나겠죠. 이미 각자의 님과 함께 살고 있으니까요. 그래도 단군님, 호랭이 제치고 웅녀들만의 100일 파티라도 해보려고요. 이제야 챙깁니다. 연애 때도 못 챙긴 100일을요.



마지막에 웃는 사람은 게임에서 승리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 

패배와 시련을 견뎌내고 끝까지 버텨낸 사람이라는 것.

나에게 그리고 글동무에게 전하고 싶어요.



앞으로 100일, 글 근육을 키워 머슬 웅녀가 되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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