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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닮녀 Sep 30. 2022

아직도 꽤 다정한 세상 덕분에

행복한 고민 중입니다.

캠핑 좋아하시나요? 저는 소규모의 조용한 캠핑장을 좋아하는 스타일인데요, 방방장에 가서 놀고 싶다는 아이들의 요청에 오랜만에 대규모 캠핑장에 가려고 마음을 먹었어요. 방방장과 카약, 계곡 그리고 잔디밭까지. 아이들의 천국이라고 불리는 유명한 캠핑장을 찾아내곤, 눈에 불을 켜고 마우스를 눌렀지요. 다행히 예약에 성공했네요. 그리고 저는 지금 그 캠핑장에서 글을 쓰고 있답니다. 하하하

          



학교를 마친 아이들을 데리고 두 시간 남짓 달려 도착한 캠핑장. 도착해보니 옆 사이트에 작은 텐트 하나가 이미 설치가 되어 있더라고요. 외출을 나갔는지 사람은 없었고요. 캠핑을 좋아하긴 하지만 도대체 내가 왜 왔을까 하는 현타가 오는 때가 텐트를 설치할 때와 철수할 때죠. 우리는 옆 사이트에 이미 탱탱한 텐션을 뽐내며 솟아있는 텐트를 보며 부러워했습니다.  

              


고된 피칭 시간도 어쩌다 보니 끝이 나고, 밥을 해 먹고, 샤워를 마쳤습니다. 아이들은 전기장판 안으로 몸을 쏙 집어넣고는 영화를 즐기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부부는 오랜만에 소주 타임을 가지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었고요. 그때였어요. 



“저 옆집인데요.”



잘못들은 줄 알았습니다. 다른 사이트에서 하는 말이겠거니 생각했어요. 딱히 시끄럽지도 않았고, 피해를 준 일도 없었고, 주차도 잘해놓은 상태였거든요. 그런데 조금 더 큰 소리가 들리더군요.



“저 옆집이에요. 문 좀 열어주세요.”

그제야 우리 부부는 동시에 문을 열기 위해 일어났습니다.

“네, 잠시만요,”

부랴부랴 마스크를 장착하고 문을 열었더니 중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남자아이가 서 있더라고요. 그리고는 양손 가득 들고 온 하얀 종이 접시를 내밀더군요.

“이거 드시라고요.”

세상 무뚝뚝한 표정이지만 다정한 눈빛으로 건네는 아이의 표정이 훈훈했습니다.      

    


사실 3년 차 캠퍼로 지내오면서 이웃에게 무언가를 받아본 적이 있긴 해요. 하지만 대부분 무언가 피해를 주었던 이웃들이 미안하다며 건넨 성의의 표시였어요. 두 가족이 와서 밤새 시끄럽게 한 이웃, 아이가 계속 울며 밤잠을 못 이루게 한 이웃, 비누방울을 우리 사이트로 날라 이웃 등이요.    

      


그런데 이 이웃은 외출하고 돌아온 사실도 모를 만큼 조용했는데, 그만큼 살며시 다가와 먼저 마음을 건네더라고요. 누군가에게 무엇을 건넨다는 게 용기가 필요한 세상이 되어버린 요즘. 오히려 부담스럽고 불편할까 봐 선뜻 먼저 마음을 표현하는 게 어렵더라고요. 그런데 이렇게 다정하고도 뜻밖의 선물을 받으니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아이들은 맛있는 쿠키를 순삭 하더군요. 비록 음식은 뱃속으로 사라졌지만, 그 마음만은 여전히 우리 텐트를 채우고 있네요.           

    



그런데,,,, 저는 오늘 가져온 게 별로 없는데... 무엇으로 마음을 보답해야 할까요?

야식으로 가져온 번데기탕은 음... 안 되겠죠?

내일 무엇을 건넬까 행복한 고민에 빠졌습니다. 아직은 꽤 다정한 세상 덕분에요^^ 맥주 마시며 더 고민해 볼게요~ 그럼 전 이만 샤샤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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