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호불호가 명확한 음식 중에 하나지요. 저도 술집에 가면 나오는 번데기 안주를 즐겨 먹지는 않았어요. 요즘은 밖에서 번데기를 만날 일도 잘 없고요. 하루는 과일 사 오라고 심부름 보낸 남편이 캔 번데기를 손에 들고는 활짝 웃으며 들어오더라고요. 번데기를 먹은 지 너무 오래라 왠지 모르게 징그러운 것 같아 썩 반갑지 않았지요. 하지만 남편은 자신만 믿으라며 번데기 요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번데기를 냄비에 붓고 고춧가루와 청양 고추를 적정 비율로 가미하여 요리를 하더군요. 마치 백종원이라도 된 듯 사뭇 진지하게요. 반신반의하며 한 입 먹었는데요, 음,,, 네 그렇습니다. 제가 순삭 하고 말았답니다.
그제야 번데기의 추억이 떠오르더군요. 저 어릴 때는 유명 관광지에 들어가는 초입에 리어카나 트럭에서 번데기를 팔곤 했습니다. 신문지나 잡지를 꼬깔 모양으로 만 컵에 번데기를 담아 오백 원에 팔았지요. 요즘은 만원의 행복이라곤 말을 하곤 하는데요, 당시 번데기는 진짜 오백 원의 행복이었습니다.
어릴 적 저는 부산에 살고 있었는데요, 기장에 위치한 해동 용궁사에 갈 때마다 이 번데기를 사 먹었어요. 특히 번데기를 참 좋아했던 언니 덕분에 빠트리지 않고 먹곤 했죠. 평소 입이 짧은 언니지만 번데기만큼은 양보하지 않아 한 컵으로 나누어 먹던 우리는 티격태격 하곤 했습니다. 비록 그때는 서로 먹겠다며 싸우고 삐지며 지냈지만, 이제는 마트에서 번데기를 볼 때마다 언니 생각이 나는 소울 푸드가 되었습니다.
번데기에 관한 추억을 떠올리다 보니 번데기 게임도 생각이 나더라고요. '번, 데기, 번, 데기, 번번, 데기 데기, 번데기 일, 번데기 이.' 추억의 게임 떠오르시나요? 근데 안타깝게도 도대체 이 게임이 어떤 방식으로 하던 게임인지 더 이상 생각이 나지 않네요. 혹시 기억나는 분이 계시다면 댓글로... 꼭... 알려주시면... 같이... 게임이라도... 여하튼 감사드릴게요.
저보다는 인생을 조금 더 많이 살았던 남편은 동네에 번데기 장사가 찾아오곤 했다고 해요. 물방개 야바위 꾼이 싣고 왔다고 해요. 어린아이였기에 물방개 야바위를 구경하며 100원짜리 번데기를 먹곤 했다네요. 시장 근처에서 살았던 남편에게도 번데기는 재미와 신기함을 갖춘 특별한 추억임에 틀림없더군요. 외국인들이 보면 극혐 할 정도로 놀란다는 번데기이지만, 우리에게는 어릴 적 추억을 머금은 음식이 아닐까 해요. 비록 지금은 번데기를 먹지 않고 싫어한다고 해도, 저와 신랑처럼 어릴 적 추억은 간직하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늘은 그 추억을 꺼내 먹어볼까요?
번데기처럼 고소하고 구수한 시간이 될지도 모르니까요!
아 그리고 그거 아세요? 번데기는 단백질이 풍부하고 어떤 불임치료보다도 뛰어난 효과를 가지고 있고, 기관지 면역력을 키우는 데도 탁월하다는 사실, 여기에 다이어트까지 된다고 하니 오늘은 번데기탕 먹으며 번데기에 관한 추억에 젖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