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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닮녀 Oct 07. 2022

운동회에서 배우는 인생 지혜 3가지

어제는 큰 아이의 운동회가, 오늘은 작은 아이의 운동회가 있었지요. 학교에 입학하고 코로나로 인해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운동회라 아이들은 들떴습니다. 비록 계주 대표에서 떨어졌지만, 아이는 운동회라는 특별한 행사가 그저 기대되는 듯했습니다. 눈망울은 반짝거렸고, 콧구멍은 벌름거렸고, 입꼬리는 광대와 맞닿은 얼굴로 아이들은 등교했습니다. 그리고 남편과 저도 내리 이틀을 몇 시간씩 스탠드에 서서 운동회를 관전했지요. 이틀 연속으로 운동회를 보고 있으니, 운동회가 단순한 운동회만으로 보이지 않더군요. 운동회 안에도 우리의 인생이 숨어 있고, 그 인생을 지혜롭게 헤쳐나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듯했습니다. 그럼 제가 느낀 운동회 속 인생의 지혜 3가지를 알려드릴까요?




1. 운동회나 인생이나 기다려야 한다.

저희 학교는 학생수가 조금 많은 편입니다. 그래서 두 학년씩 나누어서 운동회를 진행했는데요. 1, 2학년이 함께, 3, 4학년이 함께, 5, 6학년이 함께 총 3일에 걸쳐 운동회를 실시했죠. 그럼에도 운동회는 기다림의 연속이었습니다. 친구들이 모두 줄을 서고, 각자의 자리를 찾을 때까지 기다려 주어야 했죠. 또 1학년 경기가 끝나고 2학년 경기가 될 때까지 참고 기다려야 했습니다. 이 기다림은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에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내 아이의 차례가 될 때까지 인내심 있게 기다려야 했으니까요. 인생도 기다림의 연속 아니겠어요. 결과를 기다리고, 결실을 맺기를 기다리고, 자신의 무대가 오기를 기다리고, 무르익기를 기다리고. 운동회에서 내가 게임에 참여하는 시간보다 기다리는 시간이 더 많지요. 우리 인생도 내가 반짝반짝 빛을 발하는 시간보다 그 빛을 발하기 위해 참고 기다리는 시간이 훨씬 길잖아요. 기다림은 우리를 더 빛나게 하고 더 간절하게 한다는 사실을 운동회에서 배웠답니다.



2. 운동회나 인생이나 혼자 할 수는 없다.

혼자서는 운동회를 할 수는 없지요. 같은 반 친구, 같은 학교의 학생들과 함께 하는 것이 운동회입니다. 인생 역시 그렇지 않습니까? 우리는 홀로 와서 홀로 떠난다고 하지만, 태어난 순간부터 어딘가에 소속되기를 원합니다. 첫 번째 소속집단이 가족이고 그다음이 학교, 회사 등등이 되어가는 거죠. 운동회의 경기는 대부분 함께하는 경기입니다. 넷이 마음을 맞추어 공을 굴려가는 게임, 둘이 손을 잡고 뛰어가야 하는 게임. 심지어 개인 달리기 조차도 같이 하는 친구들이 있어야 게임이 진행이 됩니다. 또 한 가지 함께 하는 게임은 혼자 들어와서는 이길 수 없다는 점입니다. 운동회에서 우리가 배우는 가장 큰 교훈이 바로 이점 아닐까요? 함께 해야 의미가 있고, 함께 해야 성과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요. 인생도 혼자 달려 나가서는 결코 오래 달릴 수 없다는 것을, 혼자서는 어디로 향하는지 방황하다 결국 방향을 잃어버리고 만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는 시간이었습니다.




3. 운동회나 인생이나 결과에 승복해야 한다.

운동회에는 승리와 패배가 존재하지요. 가끔은 동점이 나오기도 하지만, 백팀이든 청팀이든 승리하는 쪽이 존재합니다. 경쟁과 평가가 없이 지내온 아이들은 지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오늘 있었던 경기에서 두 팀이 동점이었는데요, 마지막 박터뜨리기 경기로 승패가 판가름 날 예정이었어요. 그런데 경기 시작 전에 박을 옮기다가 그만 박이 터져버렸지요. 하는 수 없이 임시로 테이프를 붙이고 경기를 시작했습니다. 결과는 당연히 박이 이미 터져버린 팀이 승리를 가져갔지요. 상대편은 억울하겠지요? 그럼에도 아이들은 패배를 받아들였습니다. 인생도 마찬가지예요. 때로는 억울하고 손해 보는 승패를 손에 쥐게 되겠지요. 하지만 그 또한 정해진 결과라면 받아들일 줄 아는 것이 인생의 지혜 아닐까요?(물론 이의를 제기하는 용기도 때로 필요하겠죠?) 나에게 주어진 패배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승리를 나눌 줄 아는 자세. 운동회를 관전하며 인생을 떠올린 세 번째 지혜였습니다.





조급해하지 않고 자신의 차례가 반드시 온다는 사실을 믿고 기다릴 줄 아는 사람.

혼자만 앞서려 하지 말고 함께 손잡고 나아가 끝까지 함께 할 줄 아는 사람.

지면 진 대로 이기면 이긴 대로 자신의 결과에 고개를 끄덕이고 박수를 보낼 줄 아는 사람.



오늘 운동회에 참가한 모든 아이와 어른들이 

인생의 세 가지 지혜를 가진 사람이 되어 세상을 빛내주기를 바라봅니다.

저 역시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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