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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닮녀 Oct 09. 2022

영원한 자이언츠의 심장, NO.10

이대호 선수를 보내며

봄 야구도 좋지만 가을 야구 원합니다. (brunch.co.kr)

3598일 만의 스윕. 그 감동 같이 느끼실래요? (brunch.co.kr)


올봄, 야심 찬 마음으로 썼던 두 편의 글. 중반부로 갈수록 뜸해질 수밖에 없었다. 2위까지 올라가 기세 등등하던 롯데는 올해는 다를 거라는 말을 후반부에 가면 언제나 모르쇠 하듯, 올해도 다시 하위권으로 내려왔고, 그나마 희망이었던 가을 야구의 턱걸이조차 꿈꿔보지 못한 채 마음을 접아야 했다. 그렇게 롯데의 프로야구 정규시즌이 어제부로 모두 끝이 났다. 



10월 8일, 사직구장. 엘지와 롯데의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  이대호 선수의 은퇴식을 앞두고 사직구장은 이미 빨간 물결이 들어찼다. 그라운드에는 이대호 선수만 10명이 등장했다. 참가한 롯데 선수단은 모두 10번이 새겨진 이대호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임했다. 이대호 선수는 어느 날 보다 즐겁게 경기에 임하는 것처럼 보였다. 자기 자신을 위해서 가족을 위해서 선수들을 위해서 그리고 팬들을 위해서.



늘 그랬던 것처럼 공격에서의 모습뿐만 아니라 유연함 넘치는 수비로 팬들을 즐겁게 했다. 모든 장면이 인상 깊었지만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투수로 변신한 이대호였다. 21년 전 경남고등학교 투수로 돌아가 마운드에 올랐다. 함께 경기를 한 엘지는 센스 넘치게 대타 선수를 내보냈고, 이대호 선수의 공은 방망이를 맞고 투수를 향해 날아왔다. 하지만 이 정도쯤이야! 민첩한 운동신경으로 공을 낚아채, 1루에 송구. 투수 이대호는 롯데 자이언츠의 선두를 지켜냈다. 엄연히 1 홀드까지 기록했다.



이대호 선수의 은퇴식이 있는 경기를 승리로 이끌기 위해 온 선수들은 집중력을 보이며 악착같이 수비했고(근데, 우리 평소에 이렇게 좀 수비합시다) 타선은 폭주하지는 못했지만, 모두 이대호가 되어 방망이를 휘둘렀다. 마운드도 덕아웃도 한 마음 한 뜻으로 어깨를 휘두르고 환호했다. 그리고 한 번도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가본 사람은 없는 사직구장(진짜 재미있습니다^^어떤 구단의 응원보다!) 팬들도, 1,3루 가릴 것 없이 모두 이대호가 되어 대호 대호를 외쳤다. 



경기가 끝나고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 선수의 은퇴식이 거행되었다. 구단의 첫 영구 결번인 '11번, 최동원' 선수의 뒤를 이어, '10번'은 영구 결번으로 지정되었다. 롯데의 팬으로서 감격스러웠다. 구단에서 준비한 선물과 팬들을 위한 서비스, 사인회 등 경기가 끝난 후로도 사직 구장에는 몇 시간 동안이나 응원가가 계속 울려 퍼졌다고 한다. (부산 갈매기~ 부산 갈매기~)



어릴 적부터 야구 좋아하는 아빠 때문에 증조할아버지 성함은 몰라도, '이대호'라는 이름은 익히 듣고 자랐다. 그럼에도 이대호 선수를 본격적으로 알게 되고 좋아한 것은 대학생 시절 야구에 빠지면서부터였다. 롯데 자이언츠에 '조선의 4번 타자'라고 불리는 자랑스러운 선수가 있다는 것이 행복했고, 이대호 선수의 홈런 하나면 쌓여가던 스트레스도 탁하고 풀리는 듯했다. 육중한 몸을 가지고도 발 빠른 도루를 하던 모습은 뭐든지 도전하면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주기도 했다. 가끔  두산 팬인 신랑과 아들이 은근히 '롯데보다는 두산이 한 수 위지!' 하는 말을 해도, 내가 이대호 선수 이야기를 꺼내면 그건 인정이라는 듯한 표정으로 딴청을 피우는 모습을 보이곤 했다. 마치 내가 이대호 선수 가족이라도 된 듯 자랑스러웠다.



이 자랑스럽고도 멋진 선수와 한국시리즈를 함께 할 수 없었다는 아쉬움이 남지만, 이제는 응원석에서 함께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롯데를 응원할 거라는 이대호 선수의 멋진 말에 가슴이 또 뛰기 시작한다. 얼른 그날이 빨리 오기를 (음... 근데 오긴 오겠죠? 맨날 당하지만 또 믿습니다. 롯데) 



이대호 선수님! 

롯데 자이언츠의, 조선의 4번 타자여서 감사했습니다. 

당신이 있어서 든든했습니다.

새롭게 펼쳐질 인생을 늘 응원합니다.



덧+) 얼른 최강야구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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