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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닮녀 Oct 12. 2022

여유는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나를 위한 시간은 내가 챙겨야죠.

아침 6시에 눈을 떴다. 아이들의 드림렌즈를 정리하는 것부터 나의 하루 일과는 시작된다. 미라클 모닝을 하는 아이들을 깨워주고 핸드폰을 열어 오늘의 할 일들을 정리한다. 내가 이끄는 모임에 공지할 카드 뉴스를 확인하고 혹여나 너무 일찍 공지하면 방해가 될까 다시 알람을 맞춘다. 매일 하루 한 권씩 소개하고 있는 인스타 글을 점검하고 마지막 퇴고를 마친다. 책 사진을 정성 들여 찍고 수정한다. 어느덧 7시가 되었다는 알람이 울리면 공지를 마친 후 다시 엄마로 돌아온다. 아이들의 밥을 차리고 치우고 로봇의 힘을 빌려 청소기도 돌린다. 하나 이 로봇도 온전히 제 역할을 하려면 나의 도움이 필요하다. 열심히 물건을 치워준다. 설거지를 마치고 아이와 남편을 배웅하고는 그제야 출근 준비를 한다. 오늘은 강의하러 가는 날.



20분 정도 떨어진 거리이지만 한 번은 차가 막혀서 내비게이션에 50분이 찍힌 경험을 하고는 한 시간 일찍 차에 올랐다. 마음 때문인지 몸때 문인지 주말에 집에 있어서인지 가족들과 함께 연휴를 보냈기 때문인지 너무 피곤했다. 정신을 부여잡고 운전을 하고는 강의를 무사히 마치고 돌아왔다.(근데 신기하게도 강의하는 순간은 별로 피곤하지 않다는 거!) 오는 길에 도서관에 다녀오려 했으나 피곤함과 배고픔이 나의 정신을 설득하였고 나는 오자마자 허겁지겁 밥을 먹었다.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려 나는 얼른 일을 해야지 해야지 되뇌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할수록 무엇부터 해야 할지 생각이 잘 나지 않았다. 생각은 나도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점점 더 느려지는 것 같았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인데 힘에 부쳐온다는 걸 느꼈다. 나에게 일하라고 시킨 적이 없다는 남편에게 이런 말을 해봤자 그냥 집에서 쉬라는 말만 할 뿐, 스트레스가 더 쌓일게 뻔해서 말도 꺼내지 않았다. 



좀 쉬어야 하는데... 오늘 읽어야 할 책을 펼쳤다. 의무감에 읽고 있어서 인지 글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던 중 눈에 띄는 한마디는 사색하는 시간을 만들라는 말이었다. 나를 위해서 자유로운 시간을 만들라는 말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있기, 노을 바라보기, 반신욕 하기, 명상하기 등등 자신만의 사색하는 시간을 만들어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고 했다. 무조건 달리기만 한다고 결승점에 빨리 도착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어떻게 달려가느냐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금 느끼는 대목이었다. 


그래 잠깐 생각하자. 오롯이 나를 생각하자. 







하루를 살면서 나를 위한 시간을 조금은 떼어놓아야 한다. 미리. 꼭.


여유시간이 남으면 이걸 해야지. 시간이 남으면 그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지.라고 다짐하지 말고, 내가 숨통이 트일 수 있는 시간, 다른 것에 흠뻑 젖어 머릿속을 가득 채운 생각을 잠깐 내려놓을 시간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렇게 다른 곳에서 들숨날숨을 쉬다가 다시 돌아가면 내가 바라보던 것이 색다르게 보이기도 하는 법. 반짝하는 아이디어가 생각나기도 하는 법. 문제 해결의 물꼬를 트기도 하는 법이다. 



나를 위한 시간은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내가 체크하고 내 손으로 만들어 두어야 생기는 법이다. 더 나은 나가 되고 싶어 글을 쓰고, 글을 읽고, 그림책을 펼친다. 그런 더 나은 나를 만나기 위해서 글을 쓰고, 글을 읽고, 그림책을 펼치는 시간 뿐만아니라, 나를 위한 쉬는 시간도 미리 마련해두자. 오늘 하루 계획을 세우며 단 10분만이라도 좋아하는 하늘에 빠져 구름 공항에 다녀올 시간, 밤하늘 달을 한 스푼 퍼서는 달 샤베트 먹을 시간, 돌 틈에 난 민들레의 옆을 걸으며 민들레는 민들레구나 하고 인사해 줄 시간을 만들자.



나의 여유시간을 챙겨주자. 내가 챙겨주지 않으면 누가 챙겨주랴.

여유시간은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내 여유시간은 내가 만드는 것.





오늘은 저도 일찍 좀 쉬겠습니다.

저를 위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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