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로운 기관에서 테라피 수업을 시작했다. 10회 차로 만나는 수업, 또 어떤 분들이 다가와 나의 가을과 겨울의 문턱을 함께 채워줄까 두근두근거렸다. 오전 수업의 특성상 대부분 아이를 기관이나 학교에 보내고 자신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 참여하시는 분들이 많다. 이번에도 그러겠거니 하는 생각으로 온라인 강좌에 접속했다. 곧이어 앳되어 보이는 분이 화면을 열었다. 일전에 갓 대학생이 된 20살 학생이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 수업을 병행하며 경력을 쌓기 위해 수업에 참가한 적이 있는데, 그만큼 어려 보이지는 않았지만 20대임에는 틀림없었다.
어떤 계기로, 어떤 목적으로 그림책 테라피라는 시간을 찾았을까 궁금했다. 첫 시간의 특성상 자신을 소개하고 서로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얼굴 모습과는 다르게 20대 후반이었고, 취준생이라고 소개했다.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몰라 불안하고 고민이 되어 이 시간을 찾았다고 했다. 나는 잘 왔다고 했다. 그리고 '라떼는 말이야'로 들릴 수도 있지만, 너무 고민하지 말고 너무 힘들어하지 말고 그냥 내 앞에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해보면 좋겠다고 했다. 실패도 많이 해 보고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꼭 해보라고. 자기 계발서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 멘트들을 쏟아냈다.
수업이 끝나고, 나는 20대 때 무엇을 하고 살았나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그러고 보니 나도 20대 후반 내 맘처럼 풀리지 않는 나의 꿈에 치여 현실 세계로 도피하여 취업을 했었더랬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좇다가 이내 꽁무니를 빼고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세상의 기준에 맞추어 살았었다. 그러다 그것마저도 힘들어 시집을 결심했다. (하지만 사랑이었다고 표현하고 싶네요 ^^) 결혼으로 나의 사회적 지위를 바꾸고, 출산과 육아로 별생각 없이 그냥 그렇게 살았었다. 그런 내가 뭘 대단한 걸 안다고 20대 수강생에게 그런 말들을 해 준건지.'
돌아보니 나도 불안에 떨었었고, 무엇에 집중하는 것이 맞는지 몰라 고심했었다. 결과가 나오지 않는 똑같은 날들에 젖어갔었고 나의 마음에 귀 기울이기보다는 그냥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것, 맞다고 하는 것을 따라갔었다. 그런데 그런 세월이 흘러 흘러 아이를 낳고 지금이 되어 보니 이제야 보인다. 그때 조금 더 즐길걸. 그때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도전할 걸. 그때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놀걸. 그때 누구보다 내 마음의 편을 들어줄 걸 하고.
그녀에게 하는 이 충고들이 잔소리가 될 수도 있고, 마음에 전혀 와닿지 않을 수도 있다. 그리고 어떠한 도움도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도 시간이 흐른 뒤 그때가 되면 또 알게 되겠지. 왜 인생을 먼저 산 사람들이 그때 그런 말들을 했는지 말이다. 내가 해 준 말에 고개를 끄덕끄덕이던 20대의 수강생. 나는 그녀에게 다음 시간에도 너무 마음 졸이지 말고, 조금 느긋하게 또 치열하게 살라고 말해줄 것이다.
그리고 아직도 여전히 30대의 언저리에 있는 나에게도 말해주고 싶다.
너도 아직 가야 할 길이 많다고. 너의 마음의 소리를 놓치지 말라고.
다른 사람들의 마음만 들여다보는 '일'만 하지 말고, 진짜 네 마음을 보듬어 주는 '힘'을 지니라고.